Beloved Place in Our Neighborhood
동네 카페와 사랑방 사이, 이어럽

지극히 사적인 마음으로 정릉시장 안에 자리한 이어럽의 두 대표에게 대화를 청했다. 어떻게 이토록 따뜻한 공간을 만들게 되었는지, 왜 하필 이 동네였는지, 두 사람의 취향은 어디서 비롯된 건지. 단골의 시선으로 기록한 이어럽의 다정한 이면.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가혜 준비한 봄 신상 음료와 디저트를 다 선보이고 이제 여름 메뉴를 준비하고 있어요.

거의 패션 브랜드처럼 신메뉴 준비를 하시네요. (웃음)
가혜 정릉이 F&B트렌드에 은근히 민감해요. (웃음) 서촌 같은 지역의 카페는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이 많다면, 저희는 늘 오는 분들이 또 찾아주시니까 오히려 신메뉴를 계속 내야 돼죠.

카페 이전에 두 분이 함께 ‘eat. apology’라는 스테이셔너리 브랜드를 먼저 시작하신 걸로 알아요.
민아 대학원에서 가혜 언니를 처음 만났어요. 디자인이랑 콘텐츠 기획을 공부하고 2022년에 함께 브랜드를 시작했어요. 2년 뒤에 카페 이어럽을 열었고요. 언니는 기획을 하고 제가 디자인을 맡는 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카페는 브랜드의 연장선인가요?
가혜 확장 개념이에요. ‘eat. apology’라는 브랜드명을 활용하면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영화 제목에서 영감을 받아 ‘eat. apologize. love’ 라고 이름을 정했어요. 먹고, 사과하고,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어요.
민아 저희의 취향을 슬쩍 숨겨 놓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카페를 열게 되었어요.
서울 중심 지역이 아니라 정릉시장 안에 카페를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가혜 사실 정릉은 계획에 없긴 했어요. 오픈 시기도 당초 계획보다 빨랐고요. 제가 이 동네를 너무 좋아해서 민아와 작업실을 여기에 얻고 거주하고 있어요. 매일 같이 이 앞을 지나다니다가 갑자기 자리가 난 걸 보고 빠르게 결정을 내렸죠. 저희가 봤을 때 근방에 딱히 갈만한 카페가 없었거든요. 생각보다 카페 앞 거리의 유동 인구도 꽤 많고, 정릉의 분위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앗간 뷰도 괜찮더라고요. 민아는 잘 안될 것 같다며 걱정하기도 했지만 제가 열심히 설득했어요. 첫 자영업인데 집이 근처니까 운영에 더 신경 쓸 수도 있다고요.
민아 주변 상가 사장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릉 사람들은 보통 동네에 머무르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너무 공감이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저희도 그랬거든요.  
가혜 정릉에 친구가 놀러 왔을 때 데리고 갈 만한 카페. 그게 저희 이어럽의 추구미예요.  

실제로 해보니 어떤가요?
민아 저희가 너무 긍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웃음)
가혜 정릉에 예쁜 카페가 있으면 자주 오지 않을까 생각해서 처음에는 공간을 꾸미는 데에 힘을 많이 줬어요.
민아 초반에는 수입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공간을 만드는 데 의의를 두자 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거죠.
가혜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결국 친절하고 분위기가 편안하면서 음료도 맛있어야 다시 찾는 것 같아요. 정릉에선 특히 더 그렇죠. 외지인의 유입이 거의 없어서 한 번 왔던 손님이 또 찾아주시는 게 중요하거든요.

주변 상가의 사장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민아
초반에는 다들 망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요즘에는 잘 돼서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종종 카페 맞은편 떡집 사장님께 커피를 드리는데, 커피 맛있다고 소문도 내주시고요. 근처에 자리한 산아래 식당 사장님과 친해져서 저녁 먹고 가라며 불러주시기도 해요.
가혜 요즘 신기하고 벅찬 것 같아요. 카페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까 우리를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겼구나 하면서요. 며칠 전엔 이슬아 작가님도 다녀가셨어요. 제가 정말 팬이라 손을 떨면서 사인을 받았었는데, 그 뒤로도 두 번이나 오셨죠. 덕분에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역시 우리 선택이 맞았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요식업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나요? 음료도 맛있고 접객도 잘 하시는 것 같아서요.
가혜 이전에 취재 작가로 일했는데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골목상권 관련 콘텐츠를 위해 서울 곳곳의 상인들을 만나 인터뷰했어요. 오랜 세월 동네에서 사랑 받은 가게의 운영자들을 만났죠. 약국을 찾은 손님이 아파서 출입문을 여는 것도 어려울까봐 늘 출입문을 열어두는 약국 사장님이나, 새벽 5시에 아침 먹을 데가 없다고 손님들한테 라면 끓여주는 슈퍼 사장님 같은 분들요. 인터뷰를 하면서 자영업을 하려면 저 정도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카페를 시작하고 나서 그런 분들의 노하우를 따라 한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웃음)

이어럽의 메뉴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나요?
가혜 언젠가 리빙 제품하고 티를 같이 파는 티카페를 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티 위주로 신메뉴를 내고 있어요. 중국이나 대만 카페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어요. 무거운 크림보다는 가볍고 과일 향이 들어간 걸 선호해서 티와 청을 사서 직접 만들어 보죠.
민아 책을 보다 가도 뜻밖의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있어요.
가혜 시그니처 메뉴인 레몬 녹차가 그렇게 나온 거예요. 일본 차 관련된 책을 읽다가 녹차 얼음을 깨서 레몬 시럽을 넣어 먹는 일본식 빙수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민아 해외 여행을 가면 디저트나 음료 레시피 북을 사서 보기도 해요.
가혜 그런데 그런 것 치고 신메뉴가 많이 안 나오긴 해요. (웃음) 메뉴 아이디어 리스트는 정말 많은데 맛이 괜찮고, 잘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기까지 오래 걸려서 고민하는 시간을 한 달 정도 가져요.

요즘 성북구에서도 성북천 일대가 떠오르잖아요. 정릉은 어떨까요?
가혜 성북천이 정릉까지 이어지면 좋을 텐데 중간에 끊겨서 아쉽긴 하죠. 정릉천은 성북천만큼 넓지 않지만, 오히려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비껴가야 하는 오밀조밀한 매력이 있어요. (웃음) 번잡하지 않고, 높은 건물도 없고 소박한 분위기 때문에 이곳에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책, 식물, 음악이나 인테리어에서 두 분의 취향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원래 취향이 잘 맞았나요?
민아 다르지만, 같이 공부를 하고 많은 걸 함께 보면서 합쳐진 것 같아요. 사실 이 카페에 있는 책을 저는 다 읽어보진 않았거든요. (웃음) 전부 가혜 언니의 책이에요. 카페 내에 적힌 작은 문구를 포함한 글도 언니가 직접 적은 거고요.
가혜 식물이나 가구의 주문 제작은 민아가 도맡아 했어요.

정릉을 찾은 이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장소가 있나요?
가혜
정릉천변의 정 베이커리 카페 앞에 정자가 있거든요. 저는 거기가 정릉의 정수라고 생각해요. (웃음) 정자 주변으로 큰 보호수랑 오래된 상가, 빌라 건물, 모여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까지. 특히 이 계절이면 정말 푸르기도 해서 출근하는 길에 사진도 많이 찍어요.
여행 중에 카페를 많이 찾아다니는 편인가요?
가혜 일본 갈 때는 아무래도 카페를 생각하고 가는 것 같아요. 차를 사러 가기도 하고 찻잔이나 기물을 사 오기도 해요.
민아 카페는 하루에 세 탕도 뛰어요. 그릇 시장 같은 데도 가보고요.
가혜 일 생각 없이 온전히 마음 편하게 여행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저희의 진짜 여행은 카페를 끝내고 떠나는 여행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웃음) 2년 뒤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땐 길고 여유롭게 떠나고 싶어요. 카페 손님 중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는 분들과 친구가 됐어요. 로타 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시는 단골도 있고요. 2년 뒤에 그들을 찾아갈 겸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하고, 로타에 가서 느긋하게 지내보고 싶어요.

쉬는 날이나 퇴근 후에는 어떤 시간을 보내나요? 요즘 가장 큰 관심사도 궁금해요.
가혜 일주일에 하루씩 번갈아 목공방에 가면서 신규 브랜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민아 가장 관심 있는 건 기록이에요. 사진도 많이 찍고, 다이어리를 쓰는 것.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고 적어보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월말 정산도 하고 있어요.
가혜 제 요즘 관심사는 사진이에요. 얼마 전에 카메라도 새로 샀어요.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빈티지 디카나 필름 카메라로 찍었는데 한번 제대로 찍어보고 싶어서 열심히 해보는 중이에요.

새롭게 준비 중인 일이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가혜 독서 모임이나 월말 정산 모임, 맥주 파티 같은 커뮤니티 모임을 열어서 이어럽을 활력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여름 쯤엔 새로운 목공 브랜드를 오픈하려고 해요. 이름도 정했어요. <물구나무 공원>. 평소에 둘 다 요가를 하는데, 물구나무 서기를 하려면 오히려 힘을 빼야 되거든요. 목공에서 톱질도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힘을 빼야 톱이 더 잘 들어가요. ’물구나무’에 나무가 많고 편히 쉴 수 있는 공원을 붙였더니 재밌는 이름이 되더라고요.
민아 물구나무 공원을 통해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공원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도 있어요. 다양한 작업을 아우를 수 있도록 말이죠.

마지막으로, 못 다 한 이야기 있으면 들려주세요.

가혜 단골손님 자랑을 하고 싶어요. 추석이나 설날이 되면 잡채, 나물 같은 걸 챙겨주고, 김치도 담가주세요.
민아 갈비도 받아봤어요.(웃음)
가혜 카페 손님들과 친해지는 재미를 발견하고 있어요.
민아 뒷마당에서 책상이랑 의자를 펼쳐두고 손님들과 수다를 떨기도 해요. 내향적인 분들은 종종 편지를 건네 주시는데, 그 편지를 읽고 울기도 하고요.
가혜 이어럽이 누군가에게 편하게 올 수 있는 장소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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