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Place That Bakes More Than Bread
빵을 넘어 동네의 시간을 굽는 공간, 글림

핫플처럼 반짝이는 곳이 아니라, 언제 가도 같은 자리에 있는 곳이 더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쌍문동의 ‘글림’은 그런 공간이다. 빵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동네의 작은 쉼터다.

  • 인터뷰이 권용찬(글림 운영자)
  • 인터뷰 진행 & 정리 권사랑, 김가은, 정희주, 황채원
  • * 이 인터뷰는 덕성여자대학교 2026년 ESG 지속가능 마케팅 봄 학기 수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진행한 '지속 가능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제작'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진행되었습니다.
화려한 시내 중심가가 아니라, 도봉구 쌍문동에서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물론 시내에서 시작했다면 초반에 화려하게 주목받는 ‘개점 효과‘를 누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그보다 지속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쌍문동은 대표적인 베드타운이라 탄탄한 배후 수요가 뒷받침되는 곳이거든요. 유행에 따라 뜨거웠다 금방 식어버리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제가 잘 아는 동네이기도 하고요.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 동네에 이런 콘셉트의 전문 베이커리가 흔치 않았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빵은 주식이 아니다 보니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잖아요.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 굳이 '베이커리'라는 업을 이어가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맞습니다. 빵은 유행을 참 많이 타는 품목이죠. 하지만 저는 이곳이 단순히 빵만 사서 나가는 곳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빵은 매개체일 뿐, 진짜 목적은 손님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거든요. 빵을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 그 소통의 가치를 믿었기에 공간을 선정할 때도 규모를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수많은 베이커리 카페 사이에서 글림만이 가진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결국 재료와 친화력입니다. 사실 운영 효율이나 비용만 따지면 유지하기 힘든 메뉴들이 있어요. 하지만 동네 분들이 꾸준히 찾는 메뉴, 단종된 뒤에도 그리워하는 메뉴가 있다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다시 내놓습니다. 수익보다 이웃과의 유대감을 선택하는 것이 저희만의 방식입니다.
제빵 과정에서 대표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시간을 첫 번째로 꼽습니다. 여기서 시간은 빵이 나오는 시간, 즉 손님과의 약속을 의미해요. 아침에 샌드위치를 사러 오신 손님을 빈손으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되거든요. '이 시간에 가면 항상 이 빵을 살 수 있다.'는 신뢰를 지키는 것. 그게 가게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카운터에 있는 ‘탄소중립 맛집‘ 인증이 눈에 띄더라고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지자체에서 먼저 제안을 주셔서 심사 끝에 받게 되었어요. 제 의도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빵집을 찾은 어머님들이 포인트 적립을 하시는 걸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작은 실천이 동네에 선순환을 만든다고 믿어요. 

좋은 재료와 천연 효모를 고집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까요? 
프랜차이즈와 확실히 차별화된 저희만의 진심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여기 빵 아니면 속이 불편해서 못 먹는다."는 손님들의 피드백을 들을 때면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느껴요.

공간 구성에서도 세심함이 느껴집니다. 특히 층별로 공간의 성격이 나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손님들이 온전히 그들만의 시간을 누리길 바랐습니다. 매장에서 일하는 사장이나 직원들과 동선이 너무 겹치면, 손님들은 혹시라도 대화 내용이 들릴까봐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1층보다 2층에서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대화의 자유'를 드리고 싶었죠. 
글림을 찾은 이들이 이곳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나요?
7~8년 전 처음 시작할 때는 낯설고 이색적인, 소위 '튀는' 공간이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그저 익숙하고 편안한 곳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아, 편하다!"라는 안도감이 드는 곳, 언제든 부담 없이 머물다 갈 수 있는 동네의 쉼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평일과 주말, '글림'의 풍경이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주로 어떤 분들이, 어떤 이유로 이곳을 찾나요? 
평일에는 늘 오시는 단골분들이 많아요. 4~50대 여성분들이 2층에서 직원들 눈치보지 않고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시기도 하고, 오후에는 학생들이 공부하러 오기도 하죠. 반면 주말에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 새로운 손님들이나, 주변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들른 분들이 많습니다. 

멀리서 오는 분들은 주로 글림 방문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건가요? 아니면 주변 골목도 함께 즐기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주말에 오시는 분들은 확실히 저희만의 넓고 예쁜 공간을 보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 동네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지인들에게 "우리 동네에 이런 좋은 곳이 있다."고 소개해주고 싶어서 주변 맛집과 엮어 하나의 코스처럼 즐기곤 하죠.

대표님이 생각하는 쌍문동 골목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했듯이 이곳은 전형적인 베드타운이에요. 화려한 성수동처럼 지갑을 열 준비를 하고 오는 곳은 아니지만, 삶의 냄새가 짙게 밴 일상적인 곳이죠. 최근 이런 익숙한 동네에 새로운 문화를 이식해보려는 젊은 사장님들이 늘고 있어요. 이 같은 새로운 시도가 평범한 일상과 만났을 때 생기는 파급 효과가 이 동네만의 매력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쌍리단길이 더 매력적인 곳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결국 '정착'입니다. 저희 같은 상인들이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한 번의 임팩트보다는 "저번에 거기 맛있었는데." 하고 다시 찾았을 때 그 가게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주는 게 핵심이죠. 임대료 같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때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저희 같은 소상공인의 지속 가능성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글림에서 시간을 보 둘러보면 좋을 추천 코스가 있을까요?
글림의 샌드위치를 사서 가까운 초안산이나 도봉산에 가보는 걸 추천해요. 우이천 산책로도 정말 좋고요. 자연경관이 워낙 수려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우이동 특유의 스카이라인과 카페 거리, 고급 주택가가 어우러진 오묘한 분위기를 참 좋아합니다.

도봉구의 찐 맛집도 살짝 공유해주다면요?
음, 동적 불고기나 오성 정육식당도 좋고, 밤에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땐 이색적인 바 장단을 추천합니다. 도봉구 구석구석에 정말 괜찮은 곳이 생각보다 많아요.

마지막으로, 우리 지역 대학생들이 글림과 이 동네를 어떻게 바라봐 주길 바라나요?
늘 다니던 길만 다니기보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봤으면 해요. 이 동네 곳곳에 진심을 다해 운영하는 멋진 사업체가 정말 많거든요. 학생들이 저희 같은 가게를 통해 동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그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 매거진
  • 트래블
  • 생태 여행지
  • 충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