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블룸, 닥터브로너스, 시타 제공

What's in my bag?
여행자의 파우치

책임감 있고 의식이 있는 여행자는 파우치에 넣을 제품 하나라도 허투루 구매하는 법이 없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수분 크림과 선크림부터 자연과 인간에 무해한 친환경 향수, 폐그물을 재활용해 만든 솝 디시 겸 그레이터까지, 지속 가능한 여행에 어울리는 제품을 소개한다. 

박진명
사진 각 브랜드 제공

시타 수분크림
시타는 세계 최초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만든 화장품 브랜드로, 동물 실험 없이 제품을 만드는 건 물론이고 용기 역시 친환경 생분해 수지를 사용한다. 다 쓴 용기는 전용 시설에서 분쇄를 거쳐 100퍼센트 퇴비화하는 완전 분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얼굴에 트러블이 잘 안 나고 복합성 피부를 지닌 나의 경우, 한국의 혹독한 겨울에도 이 수분크림 하나로 피부의 건조함을 해결한다. 제형은 보통 크림과 비슷한데, 밤에 바르고 자면 아침까지 촉촉한 피부가 유지된다. 보습력이 좋지만 피부에 남아 번들거리지 않고 금방 피부 속까지 가볍게 스며든다. 동그란 알약 통처럼 생긴 패키지는 부피는 크지만 가벼워 간단히 여행 가방에 챙기기에도 좋다. 빈 용기 다섯 개가 모이면 수거 신청이 가능한데, 이때 제품 1개에 해당하는 가격을 적립금으로 지급해준다.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쓸모를 다한 뒤 처리되는 모든 과정이 진정 ‘제로 웨이스트’다운 대목이다. 

데일리 페이셜 수분 크림 150ml : 2만4,000원

www.siita.com

허블룸 선크림 
2018년, 미국 하와이에서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드 등의 유해 성분이 함유된 선크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이 세계 최초로 통과되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 나라 팔라우도 2020년부터 해당 성분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드는 산호에 기형과 백화현상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화학 성분. 전체 해양 생물의 25퍼센트를 차지하는 산호는 바다 생태계의 근간으로 불린다. 산소 함량이 높고 복잡한 구조를 띤 덕분에 산호초 지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공생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만든 양분을 산호에 제공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백화현상이 발생해 산호의 번식과 성장은 물론,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인간의 주요 식량원 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의 미래가 산호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코랄 프렌들리(Coral Friendly)’ ‘리프 프렌들리(Reef Friendly)'가 뷰티 업계에 유행처럼 번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유기농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허블룸에서 출시한 커밍 데이즈 비건 선스크린은 산호초를 죽이는 옥시벤존, 옥티노세이드 등의 화학 성분을 제외하고, 버려지는 제주산 못난이 감자를 업사이클링한 제품. 알로에와 나무에서 추출한 아쿠아리톨 보습제가 함유되어 수분을 높였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패키지. 종이 패키지를 사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80퍼센트 감축했다. 
 

카밍 데이즈 비건 선스크린 : 2만8,000원

www.herbloom.co.kr

썽봉 니치 향수
후각은 오감 중 가장 오랜 시간 기억되는 감각이라고 한다. 언젠가 향에 민감한 사람이 기억력이 좋다는 연구 결과도 본 적 있다. 여행지에 향수를 챙겨가면 여행을 향으로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기왕이면 자연과 인간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 향수라면 좋겠다.  
썽봉(100BON)은 프랑스 최초의 비건 향수 브랜드로, 에르메스 퍼퓸 인터네셔널 디렉터, 프렌치 퍼퓸 연합 회장 등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자연주의∙합리주의∙친환경주의를 지향하며 비건 니치 향수를 만든다. 동물 유래 성분, 인공 향료는 물론 발암 물질, 환경독성 물질, 인체유해 물질로 의심되는 성분은 사용하지 않는다. 유럽 유기농 인증 기관에서 발급되는 유기농 인증 마크(에코서트, 코스메비오)를 포함해 비건 인증, 크루얼티프리 인증 등을 획득했다. 이 모든 인증은 95퍼센트 이상의 천연∙유기농 식물 성분, 100퍼센트 비건 성분을 사용하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으며,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제조 및 유통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회용기, 재활용 가능 포장재를 사용하며 제품 안팎으로 친환경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썽봉 네롤리&쁘띠 그랭 : 6만9,000원

www.100bon.co.kr

닥터 브로너스 솝 디시&그레이터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가장 쉬운 첫 단계는 욕실용품을 비누로 교체하는 것이다. 폼클렌징 대신 세안 비누로, 액체 샴푸 대신 샴푸바로 바꾸니 욕실에서 생기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크게 줄었다. 그런데, 여행이나 출장을 떠날 때가 문제였다. 무르기 쉬운 비누는 휴대하기엔 영 번거롭고 불편한 제품이니까.
유기농 스킨&보디 케어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Dr. Bronner’s)는 신박한 아이디어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해양환경보호 단체 시셰퍼드 글로벌(Sea Shepherd Global)과 함께 폐그물을 재활용해 만든 솝 디시 겸 그레이터 ‘오션 버블 버디’를 출시한 것. 네덜란드 디자이너 푸크예 플뢰르(Foekje Fleur)와 협업해 탄생한 제품의 용도는 크게 두 가지. 욕실에서는 멋드러진 비누 받침대로 사용하다가, 비누를 소분해야 할 때 치즈 그라인더처럼 그레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레이터로 필요한 만큼 갈아낸 비누는 틴케이스에 담으면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에 풀어 반신욕이나 족욕할 때 사용해도 된다. 해양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인 폐그물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잘게 분쇄하고 깨끗이 세척한 다음 녹여 만들었다니, 더욱 의미 있지 않은가! 제품이 짙은 초록색을 띄는 것 역시 바로 그 때문이라고. 
닥터 브로너스는 플라스틱을 100퍼센트 재활용하고 제조 공장에서 태양열과 지열 등 100퍼센트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제조부터 제품 출시까지 모든 공정에서 환경에 불필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다. 이외에도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토양으로 되돌려 기후 위기를 늦추는 운동이나 재생형 농업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꾸준히 친환경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제품 출시 역시 닥터 브로너스의 6대 원칙 중 하나인 ‘지구를 우리 집처럼 대하라!’에 꼭 부합한다.

오션 버블 버디 : 1만8,000원

www.drbronner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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