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니고요

Story of Antiques, Sogoni Goyo
오래된 물건에 담긴 목소리를 전하는 곳, 소고니고요

사진 작업과 커피 일을 오랫동안 해온 규환 대표와 전시와 공예를 꾸준히 탐구해 온 상희 대표는 골동이 품은 이야기에 매료되어 소고니고요를 시작했다. 화려함보다 시간을 품은 물건에 더 마음이 간다고 말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고니고요는 어떤 곳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규환
고요하고 조용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소곤소곤’과 ‘고요’를 합쳐 소고니고요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현대 공예품 못지않게 우리의 옛것에도 그만의 멋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골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하나둘 모으기 시작하면서 기물이 점점 늘어났고,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가능하다면 판매도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문을 연 지 3개월 정도 지났는데,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규환
초반에는 지인들과 인플루언서가 많이 다녀갔어요. 그때 소고니고요가 조금 알려졌고요. 중간에 잠시 잠잠한 시기가 있었는데, 상설 전시를 다시 시작하면서 찾아오는 분들이 늘었어요. 덕분에 사진 작업 의뢰도 들어와서 개인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상희 많은 사람에게 빨리 알려지는 것보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예약제로 운영하는 게 맞을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오신 분들이 그 시간만큼은 공간을 충분히 만끽하고 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처음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어요. 함께 옛것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는 게 너무 즐겁거든요.

고미술품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요?
상희
워낙 전시 보는 걸 좋아해요. 처음에는 회화 작품을 주로 찾아 봤는데, 공예 전시를 접하면서 그 매력에 빠지게 됐죠. 코로나 이전부터니까 꽤 오래됐어요. 그러다 하나둘 수집도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골동으로 이어지더라고요. 골동도 너무 아름답고 예쁜 거예요.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일화가 정말 많잖아요. 그러면서 점점 더 빠지게 됐어요.
규환 저는 사실 고미술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상희 님과 함께 전시를 보러 다니고 공예품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러다 보니 조금씩 알게 되더라고요.

옛 물건은 오랜 세월을 거친 만큼 흥미로운 사연이 담긴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규환
처음부터 어떤 물건을 사겠다는 생각을 갖고 보러 가는 편은 아니에요. 다니다가 눈에 띄는 기물을 발견하면 "이건 어떤 물건인가요?" 하고 물어보게 돼요. 먼저 설명을 해주시는 분도 있고요. 그 안에 얽힌 스토리를 듣고 나서 물건을 다시 보는 경우가 더 많죠. 비슷한 기물은 많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있을 땐 완전히 다르게 보이거든요.
상희 최근에는 한지로 만든 안경집을 우연히 발견했어요. 조선 시대의 안경집은 물고기 가죽으로 만든 게 많은데요, 이건 형편이 어려운 선비가 그걸 갖고 싶어서 한지로 직접 만든 물건이라고 해요. 끈이나 장식 같은 디테일까지 모두 따라 만들고 겉에는 기름을 바른 것 같아요. 듣는 순간 마음이 되게 짠했어요.
규환 이걸 가지고 있던 분도 먼 곳까지 찾아가서 사정사정해서 데리고 왔다고 해요.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품에 안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저희한테 내주시면서도 시간을 계속 끄셨어요. (웃음) 아무래도 소중하게 여긴 기억이 담겨 있는 물건이니까요.
지난 달에는 금속공예가 류연희 작가와 첫 기획전시를 선보였어요.
규환
공예 작품 역시 이야기와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번에 함께 전시한 류연희 작가님도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게 됐거든요. 전시를 보러 갔다가 작가님을 소개받았고, 처음 만난 날 바로 집에 초대해 주셔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어요. 원래 류 작가님은 금속으로 함이나 조형적인 기물 작업을 주로 하시는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물들도 새롭게 선보이셨죠.  

주로 어떤 작품을 수집하고 소개하는지 궁금해요.
상희
딱 정해진 기준이 있기보다는 제 마음을 울리는 공예품이 있어요. 어떤 작가의 전시를 갔을 때 작품의 배경이나 일화를 듣고 나면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마음에 깊이 와닿는 작품을 데려오게 돼요. 골동품이나 고미술품도 마찬가지고요.
규환 (상희님은) 전시에서 작품을 구입할 때 항상 작가님과 먼저 대화를 나눠요. 그분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듣고 나서 작품을 한 번 더 둘러보고요. 여기에 더해 저희 공간과 잘 어울리는지도 함께 고려합니다.  

어떤 물건에 특히 마음이 움직이나요?
상희
골동 같은 경우는 화려한 것보다 소박하고 검소한 기물에 마음이 가는 편이에요. 선비들이 사용하던 물건이나 대나무, 한지로 만든 기물을 특히 좋아하고요. 깨끗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사용했던 흔적이나 흠집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삶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물건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웃음)
규환 소고니고요에 오시면 대나무나 한지로 만든 기물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특히 한지로 만든 물건 중에는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는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벽에 걸려 있는 갓집은 새 종이로 만든 게 아니라 집 안 벽지를 뜯어 만든 물건이에요. 종이가 귀해서 벽에 글씨 공부를 하기도 했던 시절이라, 안쪽을 보면 벽지에 한자 공부를 했던 흔적이 남아 있죠.
공간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규환
가장 신경 쓴 건 공간의 톤이에요. 전체적인 분위기를 일관되게 블랙으로 맞췄죠.
상희 저희가 원래 블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요하고 잠잠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골동과 블랙이 만나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면서 공간을 만들었고, 지금의 모습이 나왔어요.
규환 위치도 공간의 성격과 맞지 않는 소란스러운 곳은 피하고 싶었거든요. 종로부터 연희동까지 두루 알아보다가 우연히 연남동의 골목 안쪽으로 들어오게 됐고,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출입문을 두고 디귿 형태로 되어 있는 구조나 안쪽에 계단이 있는 점도 독특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고요.

최근 답심리 고미술상가를 중심으로 고미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상희
좋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골동이나 고미술을 좋아하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었거든요. 답십리를 통해 젊은 세대도 골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이런 변화가 반가워요. 덕분에 저희도 소고니고요를 시작하는 데 힘을 얻었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소개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실제로 소고니고요도 젊은 분들이 더 많이 찾아와요. 

앞으로 선보일 전시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테마 혹은 키워드가 있을까요?
규환
지금은 저희가 소장하고 있는 기물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아직은 소고니고요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라, 공간과 기물에 대해 차근차근 안내해드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획도 준비하고 있어요. 잠시 앉아서 머물며 소리와 향, 시각적 경험을 통해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거든요. 단순히 전시를 보는 곳이 아니라 잠시 머물며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고미술 혹은 공예를 테마로 여행을 떠난다면,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규환
양평에 자리한 이재효 갤러리를 추천해요. 작가의 작업실과 전시장이 같이 있는데 규모도 크고, 볼거리가 많아요. 자연 경관이 워낙 좋고, 직접 운영하는 카페에서 잠시 머무르면서 커피도 마실 수 있죠. 여기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원주의 뮤지엄 산도 추천해요. 스톤 크릭은 뮤지엄 산과 함께 들르기 좋은 카페예요. 괴암 절벽을 따라 펼쳐지는 장관을 볼 수 있고 커피도 허투루 대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고미술품과 공예품을 감상하는 안목을 키우는 방법?
규환
작품의 디테일과 작가의 의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처음에는 알기 어렵지만, 많이 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태가 보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번에 함께 전시한 류연희 작가님은 금속 공예 작업에 본인만의 각인을 남겨요. 직접 손으로 두들겨 작업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흔적도 살아 있고요. 공예품을 볼 때는 형태뿐 아니라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어떤 디테일을 남겼는지 함께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고미술품 같은 경우는 세월에 따른 색의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좋더라고요. 땟물이라고도 하는데, 닦으면 깨끗해지지만 그걸 그대로 두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상희 결국은 많이 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많이 볼수록 안목도 자연스럽게 생기니까요. 전시를 보러 다니고 설명을 듣다 보면 어떤 것이 내 취향인지, 더 가치 있는 물건은 무엇인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요. 가능하면 직접 보고 만져보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박물관에선 눈으로만 봐야 하는 물건을 실제로 만져보면서 '이걸 내가 집에 가져간다면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상상해보는 거죠. 그런 경험이 쌓여서 자신만의 취향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고미술이나 골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상희
우리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직접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민속품이나 골동품이라고 생각하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나 이야기를 알게 되면 애정하는 마음이 생겨요. 저도 공간에 오시는 분들에게 기물에 얽힌 일화를 되도록 많이 들려드리려고 해요. 어떤 사람의 손을 거쳤고 어떤 삶과 함께했는지 전해드리는 거죠. 듣다 보면 우리 옛것을 훨씬 가깝고 재미있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소고니고요를 통해 해보고 싶은 일?
규환
공간의 향과 공기, 저조도의 분위기를 이용해서 좀 더 오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고요한 이 공간에서 위안을 받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 소고니고요가 소개하는 3가지 기물

초배기
음식을 담아 들고 다니던 도시락 통이다. 소고니고요가 아끼는 이 초배기에는 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원래 밝은색을 띠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

귀뚜라미통
중국에서 귀뚜라미를 넣어 다니던 통이다. 중국에는 귀뚜라미끼리 싸움을 붙이는 민속놀이가 있는데, 이때 싸움을 붙일 귀뚜라미를 여기에 넣어 다녔다.

갓집
조선 시대 선비들이 갓을 보관하던 함이다. 특별한 점은 재료에 있다. 한 선비가 글씨 공부한 벽지로 만든 갓집인 것. 안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자 연습의 흔적이 남아 있다. 종이에는 기름을 발라 방수 기능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