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재니들의 보이는 수선 기법

Do you know about Visible Mending?
여태까지 이런 수선은 없었다, 재니들

흔적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수선 방식을 '보이는 수선(visible mending)'이라 부른다. 재니들은 워크숍을 통해 이러한 수선 기법을 소개하고, 해마다 수선 예술 축제를 열어 수선을 하나의 창작 장르로 소개하고 있는 브랜드다. 20년 가까이 연극 무대를 만들어온 프로듀서에서 이제는 옷과 바늘로 사람들을 모으는 재니들의 지민주 대표를 만났다.

재니들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내 옷을 내 손으로, 나만의 개성을 담아 고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소셜 벤처예요. 저희 목표는 누구나 자기 옷을 마음대로 고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워크숍으로 다양한 수선 방법을 알리기도 하고, 기업이나 단체와 ESG 사업의 일환으로 협업도 하고 있어요. 공방인 아틀리에 재니들은 서로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모여 편안하고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고요.

재니들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오랫동안 공연 예술 프로듀서로 일했어요. 주로 국립극단에서 일했는데 연극은 기후 위기 같은 사회 문제를 자주 다루거든요. 작품과 관련해 공부하다가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옷을 정말 좋아하는데, 옷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과 환경에 대한 고민이 계속 부딪히더라고요. 백스테이지에서 의상팀이 옷을 뚝딱뚝딱 고치는 게 재밌어 보이기도 했고, 직접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죠. 손이 가지 않는 옷을 버리고 새로 살 게 아니라, 내 손으로 옷에 재밌는 변화를 줄 수 있겠다 싶었고요. 연극도 보는 것 못지않게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거든요. 옷도 직접 꾸미는 게 생각보다 재밌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수선은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됐나요?
저는 사회학, 심리학, 과학학을 전공했어요. 수선과는 접점이 없는 분야죠. 처음에는 12주 과정의 수선 프로그램을 수강했어요. 바짓단 줄이기, 지퍼 교체 같은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는 과정이에요. 거기서 처음 재봉틀을 다루는 법도 배웠고요.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건 '비저블 맨딩' 이라 부르는 ‘보이는 수선’이었어요. 보통 수선은 감쪽같이 고치는 걸 목표로 하잖아요. 보이는 수선은 반대로 수선한 흔적을 드러내고, 개성을 표현하는 거예요.

보이는 수선이 하고 싶었던 이유는요?
수선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들에게 "까다로운 손님은 받지 마세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고객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면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심하면 옷값을 물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누가 해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기본적인 수선만 하라고 했죠. 그러다 보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워지고 수선 단가는 점점 낮아지겠죠. 수선은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느는 고급 기술인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거예요. 보이는 수선은 그에 비해 훨씬 자유로워요. 창의적 작업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에 수선을 맡기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게 되죠.
아틀리에 재니들에선 어떤 걸 경험할 수 있나요?
보이는 수선을 하고, 자수도 놓아요. 예를 들어 아이가 어릴 때 처음 쓴 글씨나 그린 그림,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같은 걸 그대로 옷에 옮겨 자수로 박는거죠. 수선 기법을 활용한 워크숍도 활발하게 열고 있어요.

워크숍의 종류와 진행 방식이 궁금해요.
20가지 가까이 되는 다양한 수선 기법을 알려드리고 있어요. 가끔은 이벤트 형식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해요. '뭐든지 수선한 Day' 콘셉트로, 고치고 싶은 옷을 들고 오면 그 자리에서 방법을 알려드리는 방식이에요. 해마다 '수선 예술 축제'도 열어요. 아직은 수선을 하나의 예술로 본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잖아요. 이 축제를 통해 수선 작가들의 작품을 알리고, 사람들에게 수선이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수선을 창작 활동으로 보는 접근이 신선한 것 같아요.
보이는 수선을 통해 매일 입는 옷이 나를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수선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재미있는 작업이 가능한 분야예요. 원래 약간의 제약이 더 창의적인 발상을 하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여태까지 해온 일들이 재니들을 운영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는지요?
저는 기획자에 가까운 사람인 것 같아요. 그 동안 동떨어진 것을 서로 엮는 작업을 해왔거든요. 지금 하는 일도 결국은 옷, 창작, 사람들과의 교류를 엮는 작업이고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메시지를 무겁게 만들지 않는 거예요. 연극을 하면서 보니까 아무리 좋은 주제여도 재미 없으면 사람들이 안 보더라고요. 재니들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서 하는 작업이 재미있어서 찾아오고, 하다 보니 옷을 오래 입게 되고, 그게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로 이어지죠.
수선 예술 축제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수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워크숍을 열고, 무료 체험도 진행해요. 작품을 판매하는 마켓도 열고요. 아틀리에 재니들 1층에 자리한 공간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 6월에도 열흘간 진행했어요. 축제의 목표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수선 예술이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 다른 하나는 수선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 1년에 한두 번은 수선 작가뿐 아니라 활동가, ESG 관계자, 문화예술 기획자 등이 모이는 네트워킹 파티를 열어요. 만나서 함께 어울리다 보면 느슨한 연대가 만들어져요. 수선 작가들은 대부분 혼자 작업하거든요. 이런 자리가 서로에게 힘이 되죠.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작가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런 자리를 만들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하는 수선 기법이 있나요?
레터링을 제일 좋아해요. 손이 안 가는 옷에 좋아하는 문구를 새롭게 새기거나, 원래 적혀 있던 글자 위에 레이어드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 수 있죠. 늘 즐겨 입는 옷에 둘만의 상징을 새겨 직접 커플 티를 만들 수도 있고요. 저만의 만트라 같은 문구를 새기기도 해요. 제가 웃긴 걸 좋아해서 평소에 재미있는 표현들을 봐 두었다가 옷에 새기는 편이에요.

바느질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손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스마트폰 액정 같은 매끈한 걸 주로 만지다 보니 손의 감각을 잘 안 쓰잖아요. 손에 정말 많은 수용 감각체가 있는데 이걸 쓰지 않으면 뇌가 둔화되고, 그러면 나를 둘러싼 세상이 밋밋하게 느껴져요. 오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의도적으로 감각을 자극해야 삶이 더 풍요로워지거든요. 바느질은 바늘의 단단함이나 실의 탄성, 천의 질감을 느끼는 작업이에요. 손과 눈을 계속 조응하는 훈련이기도 하고요. 결국 바느질과 수선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동시에 나를 위한 삶의 방식이기도 한거죠.
좋아하는 여행지가 있나요?
도시재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을 좋아해요. 군산이나 성수동처럼요. 같은 이유로 일본의 요코하마도 좋아해요. 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요코하마라는 도시를 알게 됐는데, 가 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여러 시대와 문화가 섞여 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인 도시예요. 개항지였던 곳이라 서양식 건축물이 많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차이나타운이 있고요. 붉은 벽돌로 지은 옛 화물 창고를 개조한 '아카렌가 창고(横浜赤レンガ倉庫)' 같은 문화시설도 볼만하죠. 

바느질을 테마로 여행을 떠나볼 계획도 있는지요?
이번 가을에 영국을 가는데, 비저블 맨딩을 하는 영국의 작가들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워크숍에 참가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바느질 기법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지만 나라마다 색을 쓰는 방식이 다르더라고요. 국적이 달라도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끼리 통하는 게 있는 것도 신기하고요. 서로 더 반갑게 맞아주는 느낌이랄까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수선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게 목표예요. 수선 작가들을 알리고, 작가와 대중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어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적인 수선 방식을 소개하고 싶기도 해요. 재활용이 잘 안 되는 한복을 활용한 작업도 하고 있거든요. 궁극적으로 여러 지역에 지점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재니들이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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