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 아로세스 숲공원

A New Revolution in Culture and Cuisine, Uncovered in Manila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견한 문화와 미식의 새로운 흐름 Part.2

리드글

마천루와 자연의 교감
인트라무로스 북쪽으로 흐르는 파시그강은 마닐라를 동서로 가로지른다. 한때 주요 교역로였던 강은 급격한 대도시화 속에서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는 1990년대부터 수십 년에 걸쳐 환경 정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파시그 리버 프로젝트(The Pasig River Project)를 추진 중이다. 이 과업은 강변 보행로와 자전거길, 공공 공간을 개발해 파시그강을 마닐라의 일상과 관광의 축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2025년 말에 공개된 파시그 리버 에스플러네이드(Pasig River Esplanade)는 그 결과 중 하나. 인트라무로스에서 마닐라 중앙우체국을 거쳐 아로세스 숲공원까지 이어지는 강변에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두었고, 가로등이나 난간, 다리 등을 네오 클래식 양식으로 꾸몄다. 그 덕분에 강변의 풍치는 구도심의 건축물들과 조화를 이뤄 미관을 완성한다.
에스플러네이드 끝에 자리한 아로세로스 숲공원(Arroceros Forest Park)은 ‘마닐라의 마지막 허파’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면적은 2헥타르 남짓하여 크지 않지만, 빽빽한 도심에서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나무 그늘 아래 쉬어 갈 수 있는 휴식처의 역할을 맡고 있다. 경비원이 관리하는 입구를 통해 들어가니 마치 열대의 숲이 돌출되어 있는 듯하다. 마호가니, 아카시아, 반얀 등을 포함해 3,000여 그루가 넘는 나무들이 공원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마저 가릴 정도다. 숲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비된 보행로는 짧은 스카이워크까지 구비했는데, 숲 생태를 관찰하는 재미도 심심치 않게 선사한다. 점심 시간을 활용해 벤치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직장인이나, 숲의 생태에 대해 배우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자연을 생활 공간에 녹여낸 도시의 현대적 모습은 메트로 마닐라 (Metro Manila)의 마카티 CBD(Makati CBD)에서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다. 이곳의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Ayala Triangle Garden)은 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녹색의 완충지대처럼 기능한다. 잔디와 나무, 산책로와 공공미술, 레스토랑이 어우러진 공원에는 현지인과 여행자가 자연스레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아침에는 운동하는 이들이 모이고, 점심에는 직장인들이 오가고, 저녁에는 식당가가 활기를 띤다. 여기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들어선 정원형 복합 쇼핑몰 그린벨트(Greenbelt)는 더욱 세련된 방식으로 녹지와 소비 문화를 결합했다. 전체 헥타르 규모에 2.8헥타르의 정원을 품은 그린벨트에서는 쇼핑몰과 공원, 식음료 매장, 문화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현란한 쇼윈도와 녹음이 맞닿은 몰은 상업 광고가 현실화된 것 같다. 중앙 정원 그린벨트 파크(Greenbelt Park)에는 콘크리트 돔 형태의 그린벨트 채플도 있어, 상업 공간 한가운데 종교적 쉼터가 자리한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마닐라 한복판에서 이 공간들은 도시가 숨 쉬어야 할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아로세로스 숲공원 : arrocerosforestparkofficial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 : www.ayalatriangle.com/gardens

To See

아얄라 뮤지엄
Ayala Museum

아얄라 뮤지엄은 마카티 그린벨트와 연결되는 사립 박물관이다. 아얄라 문화재단이 운영하고 1950년대 필리핀 추상화가 페르난도 조벨 데 아얄라(Fernando Zóbel de Ayala)가 설립을 제안했다. 1967년 아얄라 애비뉴에서 첫 개관 후, 2004년에 지금의 6층 규모 현대식 건물로 이전했다. 필리핀의 역사, 고고학, 공예 등을 다루는 박물관의 컬렉션 수준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증강 현실 기술을 접목한 전시 디자인도 흥미로운 요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필리핀 역사의 주요 사건을 보여주는 60개의 디오라마다. 박물관의 역사학자와 큐레이터, 예술가, 라구나(Laguna)주 파에테(Paete) 지역의 목조각 장인들이 합심해서 제작한 작업으로, 50년 전 처음 공개한 이래 박물관을 대표하는 전시가 되었다. 이외에도 스페인 통치기 이전의 필리핀 금세공품 유물을 컬렉션한 ‘Gold of Ancestors’ 전시는 섬세한 테크닉의 진수를 보여준다.

입장권 650페소

www.ayalamuseum.org

허브 메이크 랩
HUB Make Lab

마닐라 에스콜타 거리(Escolta Street)의 허브 메이크 랩은 로컬 복합 문화 공간이다. 에스콜타는 마카티가 발전하기 전 번성했던 상업 지구로, 백화점과 상점, 은행, 증권거래소 등이 모여 있었다. 허브 메이크 랩은 1928년 에스콜타에 완공된 백화점 건물 퍼스트 유나이티드 빌딩(First United Building)에 들어서 있는데, 문 닫은 백화점을 크리에이터를 위한 장소로 되살린 것이다. 건물의 소유주였던 시 리안 텡(Sy Lian Teng)의 아들 로베르토(Roberto)와 며느리 로레인 영(Lorraine Young), 손자 로비(Robby)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로레인은 허브 메이크 랩을 시작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제 딸이 저에게 ‘엄마, 예술가들이 모인 공간이 생기면 거리를 다시 살릴 수 있어요’라고 말했거든요.” 빌딩 안의 메자닌 층(1층과 2층 사이)에는 작은 커뮤니티 박물관도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건물을 인수한 시 리안 텡 가문을 기념하는 장소다. 텡의 사진과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사무실 집기, 생활용품, 가구 등을 전시해 과거의 상업 유산과 현재의 실험적 문화 공간을 잇고 있다.

To Stay

더 마닐라 호텔
The Manila Hotel

마닐라만과 리살 공원(Rizal Park) 사이에 자리한 필리핀의 대표적 헤리티지 호텔이다. 1912년 7월 4일에 공식 개장했으며, 개장 직후부터 마닐라의 근대기와 고급 사교 문화를 대변해왔다. 필리핀 국내외의 정치인, 외교관, 예술가 등이 머물렀으며, 인트라무로스 바로 옆에 위치한 덕분에 여행자도 자주 찾는다. 높은 천장과 샹들리에, 앤티크 가구가 놓인 대형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호텔의 역사와 기풍이 느껴진다. 500개가 넘는 객실과 대형 연회장, 스파와 수영장, 뮤지엄을 갖추고 있다.

1박 7,000페소부터

www.manila-hotel.com.ph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
Solaire Resort Entertainment City

마닐라의 업스케일 호스피탈리티 문화를 이끄는 주역이다. 필리핀 정부가 주도하는 메트로 마닐라의 대규모 복합 엔터테인먼트 지구에 자리하고 있다. 8.3헥타르 규모의 부지 내에 호텔은 물론 레스토랑, 명품 쇼핑몰과 대형 공연장이 함께하며, 리조트 내 곳곳에 설치된 미술품 컬렉션도 뛰어나다. 숙소 시설 중 스카이 타워(Sky Tower)는 마닐라만 전망과 스위트 중심의 객실로 구성된 시그니처 호텔이다. 별도의 리셉션과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고,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로부터 10년 연속 별 5개를 받았다.

1박 2만 2,000페소부터

sec.solaireres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