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대양을 건너 세부에 닿다
1521년 4월 7일,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은 포르투갈 출신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이 세부섬에 14도착한다. 그의 원정대가 스페인을 떠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필리핀과 유럽 세계가 처음 조우하는 이 순간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마젤란은 15세부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라자 후마본(Rajah Humabon)에게 스페인 왕의 보호와 동맹을 약속했다. 이를 수락한 후마본은 며칠 후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자신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였다. 그로부터 불과 13일 후, 마젤란은 세부 막탄(Mactan)섬 전투에서 라푸라푸(Lapulapu) 세력과의 전투 중 사망한다. 대항해 시대의 영웅으로서는 허망한 죽음이었으나, 필리핀의 정체성은 이 20일간의 사건으로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마젤란이 세부에 가톨릭 신앙을 전파할 때 세웠다는 마젤란의 십자가(Magellan’s Cross) 주변에는 신자들의 기도와 관광객의 촬영이 계속되고 있다. 정자 안에 보이는 나무 십자가는 단순하고 묵직하다. 십자가는 팔각형 정자 안에 서 있고, 그 위 천장에는 세부에서의 첫 세례 장면을 그려 넣었다. 정면으로는 산토 니뇨 성당(Basilica Minore del Santo Niño de Cebu)으로 통하는 문을 마주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성지이자, 19산토 니뇨상(Santo Niño)을 모신 세부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다. 짐 검사를 마치고 성당의 광장으로 들어서면 이곳의 유명세가 실감된다. 현지인, 순례자, 관광객, 안내인, 잡상인이 뒤섞여 꽤나 번잡스럽다. 세부 시티의 교통체증이 여기에서도 재현된 듯하다. 1565년 처음 세운 성당은 18세기 중반에 현재의 모습을 지닌 석조 성당으로 완성됐다. 이곳의 분위기를 설명하자면, 두 가지 상반되는 단어가 동시에 떠올려진다. 환희와 숙연. 순례지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쁜 마음에 들떠 보이지만, 아기 예수상을 모신 성상실 안에서는 모두 겸허하게 성호를 긋고 있다. 그들의 염원을 즐거움으로 바꿔주는 힘이 아마 이 성당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싶다.
1521년 4월 7일,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은 포르투갈 출신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이 세부섬에 14도착한다. 그의 원정대가 스페인을 떠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필리핀과 유럽 세계가 처음 조우하는 이 순간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마젤란은 15세부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라자 후마본(Rajah Humabon)에게 스페인 왕의 보호와 동맹을 약속했다. 이를 수락한 후마본은 며칠 후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자신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였다. 그로부터 불과 13일 후, 마젤란은 세부 막탄(Mactan)섬 전투에서 라푸라푸(Lapulapu) 세력과의 전투 중 사망한다. 대항해 시대의 영웅으로서는 허망한 죽음이었으나, 필리핀의 정체성은 이 20일간의 사건으로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마젤란이 세부에 가톨릭 신앙을 전파할 때 세웠다는 마젤란의 십자가(Magellan’s Cross) 주변에는 신자들의 기도와 관광객의 촬영이 계속되고 있다. 정자 안에 보이는 나무 십자가는 단순하고 묵직하다. 십자가는 팔각형 정자 안에 서 있고, 그 위 천장에는 세부에서의 첫 세례 장면을 그려 넣었다. 정면으로는 산토 니뇨 성당(Basilica Minore del Santo Niño de Cebu)으로 통하는 문을 마주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성지이자, 19산토 니뇨상(Santo Niño)을 모신 세부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다. 짐 검사를 마치고 성당의 광장으로 들어서면 이곳의 유명세가 실감된다. 현지인, 순례자, 관광객, 안내인, 잡상인이 뒤섞여 꽤나 번잡스럽다. 세부 시티의 교통체증이 여기에서도 재현된 듯하다. 1565년 처음 세운 성당은 18세기 중반에 현재의 모습을 지닌 석조 성당으로 완성됐다. 이곳의 분위기를 설명하자면, 두 가지 상반되는 단어가 동시에 떠올려진다. 환희와 숙연. 순례지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쁜 마음에 들떠 보이지만, 아기 예수상을 모신 성상실 안에서는 모두 겸허하게 성호를 긋고 있다. 그들의 염원을 즐거움으로 바꿔주는 힘이 아마 이 성당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싶다.
산토 니뇨 성당과 도보 거리의 세부 항구 인근에는 산페드로 요새(Fort San Pedro)가 종교 건축의 대척점처럼 자리한다. 1565년, 레가스피가 세부에 스페인 정착지를 만들면서 방어 시설로 지은 유산이다. 초기에는 목조 건물이었는데, 통치가 길어지며 삼각형 구조의 석조 건축으로 거듭났다. 스페인이 물러난 후에도 요새의 쓰임새는 유지됐다. 혁명군, 미군, 일본군은 산페드로를 군사 시설로 계속 활용했다. 오늘날 요새는 세부 시티가 관리하는 역사공원 겸 박물관으로 쓰인다. 세부와 요새의 변천을 보여주는 사료를 전시하고, 안뜰에서는 소규모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산토 니뇨 성당과 산페드로 요새가 필리핀과 스페인의 초기 역사를 시사한다면, 카사 고로르도 박물관(Casa Gorordo Museum)은 스페인 통치 후반부 세부 상류층의 생활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세부 구시가의 파리안(Parian) 지구 주택가의 1850년대 저택을 박물관으로 복원한 곳이다. 바스크 출신의 고로르도 가문의 소유였는데, 그들은 당시 세부의 상업계와 가톨릭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저택은 전형적인 바하이 나 바토(Bahay na Bato) 양식이다. 1층은 석재와 산호석으로 단단하게 만들고, 2층은 목재로 생활 공간을 마련했다. 이 경우 보통 아래층은 창고로 쓰이거나 하인들이 생활했다. 고로르도 박물관의 동선도 자연스레 이를 따라간다. 입구와 바로 연결되는 1층 전시실은 운송수단, 농기구, 생활 도구, 저장실을 재현했다. 2층의 전시물은 완전히 대비된다. 마치 우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잘 꾸민 쇼룸 같다. 넓은 거실과 침실, 서재 등에는 아시아의 도자기와 직물, 유럽의 고가구, 종교 성상이 진열되어 있다. 열대의 바람이 통하도록 크게 낸 창으로는 햇빛이 들어와 카피스(capiz) 조개창을 통과한다. 스페인, 중국, 가톨릭 문화가 혼합된 필리핀의 역사를 비추는 오랜 조명처럼 은은하고 여운이 길다.
산토 니뇨 성당과 산페드로 요새가 필리핀과 스페인의 초기 역사를 시사한다면, 카사 고로르도 박물관(Casa Gorordo Museum)은 스페인 통치 후반부 세부 상류층의 생활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세부 구시가의 파리안(Parian) 지구 주택가의 1850년대 저택을 박물관으로 복원한 곳이다. 바스크 출신의 고로르도 가문의 소유였는데, 그들은 당시 세부의 상업계와 가톨릭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저택은 전형적인 바하이 나 바토(Bahay na Bato) 양식이다. 1층은 석재와 산호석으로 단단하게 만들고, 2층은 목재로 생활 공간을 마련했다. 이 경우 보통 아래층은 창고로 쓰이거나 하인들이 생활했다. 고로르도 박물관의 동선도 자연스레 이를 따라간다. 입구와 바로 연결되는 1층 전시실은 운송수단, 농기구, 생활 도구, 저장실을 재현했다. 2층의 전시물은 완전히 대비된다. 마치 우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잘 꾸민 쇼룸 같다. 넓은 거실과 침실, 서재 등에는 아시아의 도자기와 직물, 유럽의 고가구, 종교 성상이 진열되어 있다. 열대의 바람이 통하도록 크게 낸 창으로는 햇빛이 들어와 카피스(capiz) 조개창을 통과한다. 스페인, 중국, 가톨릭 문화가 혼합된 필리핀의 역사를 비추는 오랜 조명처럼 은은하고 여운이 길다.
산토 니뇨 성당 : santoninodecebubasilica.org
산페드로 요새 : fortsanpedrocebu
카사 고로르도 입장료 100페소, 카사 고로르도 입장료 100페소 : casagorordomuseum.org
To Eat
아토아
ATO-AH
세부 시티의 비즈니스 중심부인 IT 파크에 2025년에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세부의 로컬 가정식을 캐주얼하게 선보이면서 첫 해부터 미쉐린 가이드 셀렉티드에 선정되어 세부 미식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개방감이 좋은 레스토랑 공간은 섬세한 면은 부족하지만 세미 오픈 키친의 박력이 전해지고, 한국어로 응대해주는 스태프의 서비스는 재빠르다. 메뉴판에는 음식 종류를 세부어로 표기해 정체성을 드러낸다. 돼지고기를 간장 베이스에 조린 세부식 돼지고기 요리 훔바(Humba)와 소고기 스튜를 뜨거운 철판 위에 내는 세부식 시즐링 포체로(Sizzling Pochero)가 추천 메뉴. 여기에 로컬 맥주와 해산물 요리를 추가하면, 부족할 것 없는 식사를 맛볼 수 있다.
ATO-AH
세부 시티의 비즈니스 중심부인 IT 파크에 2025년에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세부의 로컬 가정식을 캐주얼하게 선보이면서 첫 해부터 미쉐린 가이드 셀렉티드에 선정되어 세부 미식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개방감이 좋은 레스토랑 공간은 섬세한 면은 부족하지만 세미 오픈 키친의 박력이 전해지고, 한국어로 응대해주는 스태프의 서비스는 재빠르다. 메뉴판에는 음식 종류를 세부어로 표기해 정체성을 드러낸다. 돼지고기를 간장 베이스에 조린 세부식 돼지고기 요리 훔바(Humba)와 소고기 스튜를 뜨거운 철판 위에 내는 세부식 시즐링 포체로(Sizzling Pochero)가 추천 메뉴. 여기에 로컬 맥주와 해산물 요리를 추가하면, 부족할 것 없는 식사를 맛볼 수 있다.
하우스 오브 레촌
House of Lechon
세부의 카르카르(Carcar) 스타일 레촌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레스토랑. 세부 레촌은 일반적으로 돼지 속에 레몬그라스, 마늘, 파, 향신료를 넣고 통째로 굽는데, 카르카르 레촌은 여기에 육즙을 바탕으로 한 짭짤하고 진한 소스를 더하는 게 차별점. 매장 입구에서부터 퍼포먼스 같은 레촌 조리 과정을 볼 수 있고, 떠들썩한 손님들과 활달한 스태프가 북적거리며 마치 레촌 파티에 초대받은 것 같다. 레촌 접시가 테이블에 오르면 어디선가 나타난 스태프가 먹는 방법과 네 가지 특제 소스를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고기가 조화된 레촌의 맛은 미쉐린 가이드 셀렉티드에 선정되기에 충분하다.
House of Lechon
세부의 카르카르(Carcar) 스타일 레촌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레스토랑. 세부 레촌은 일반적으로 돼지 속에 레몬그라스, 마늘, 파, 향신료를 넣고 통째로 굽는데, 카르카르 레촌은 여기에 육즙을 바탕으로 한 짭짤하고 진한 소스를 더하는 게 차별점. 매장 입구에서부터 퍼포먼스 같은 레촌 조리 과정을 볼 수 있고, 떠들썩한 손님들과 활달한 스태프가 북적거리며 마치 레촌 파티에 초대받은 것 같다. 레촌 접시가 테이블에 오르면 어디선가 나타난 스태프가 먹는 방법과 네 가지 특제 소스를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고기가 조화된 레촌의 맛은 미쉐린 가이드 셀렉티드에 선정되기에 충분하다.
레이크뷰 르 자댕
Lakeview Le Jardin
세부 시티와 발람반(Balamban)을 동서로 잇는 산악 국도변에는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리조트와 카페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레이크뷰 르 자댕은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레스토랑 겸 스테이다. 필리핀 출신 디자이너 라레인(Lalaine)과 프랑스 출신 정원가 장 다니엘(Jean Daniel) 부부가 2021년에 완성했다. 말루복 호수(Malubog Lake)와 산 능선을 내려다보는 위치는 감탄을 이끌어낸다. 수천 종의 열대 식물을 심은 테라스와 산책로를 따라 정원을 전부 둘러보는 데 최소 30여 분이 걸리며, 중간중간 조망 장소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멈추게 된다. 피자와 햄버거 등의 브런치 메뉴와 함께 테라스 좌석에서 빼어난 풍광을 감상해보자.
Lakeview Le Jardin
세부 시티와 발람반(Balamban)을 동서로 잇는 산악 국도변에는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리조트와 카페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레이크뷰 르 자댕은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갖춘 레스토랑 겸 스테이다. 필리핀 출신 디자이너 라레인(Lalaine)과 프랑스 출신 정원가 장 다니엘(Jean Daniel) 부부가 2021년에 완성했다. 말루복 호수(Malubog Lake)와 산 능선을 내려다보는 위치는 감탄을 이끌어낸다. 수천 종의 열대 식물을 심은 테라스와 산책로를 따라 정원을 전부 둘러보는 데 최소 30여 분이 걸리며, 중간중간 조망 장소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멈추게 된다. 피자와 햄버거 등의 브런치 메뉴와 함께 테라스 좌석에서 빼어난 풍광을 감상해보자.
펀치드 커피
Punched Coffee
세부 비즈니스 파크(Business Park)에 있는 시티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카페다. 멜버른식 커피 문화를 세부에 소개한 곳으로, 롱 블랙과 플랫 화이트 등의 커피와 베이글 샌드위치 같은 브런치 메뉴를 선보인다. 에스프레소에 망고와 패션프루트를 더한 옐로 애로(Yellow Aero)는 호주 커피와 세부 과일을 조합한 시그니처 메뉴로 인기. 세부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운동을 즐기는 현지인이 많이 찾아오고,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 27라파(Rapha)의 제품도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Punched Coffee
세부 비즈니스 파크(Business Park)에 있는 시티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카페다. 멜버른식 커피 문화를 세부에 소개한 곳으로, 롱 블랙과 플랫 화이트 등의 커피와 베이글 샌드위치 같은 브런치 메뉴를 선보인다. 에스프레소에 망고와 패션프루트를 더한 옐로 애로(Yellow Aero)는 호주 커피와 세부 과일을 조합한 시그니처 메뉴로 인기. 세부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운동을 즐기는 현지인이 많이 찾아오고,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 27라파(Rapha)의 제품도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아블리 세부
Abli Cebu
세부 시티 도심의 모던 세부아노 레스토랑. 작고 밝은 분위기의 공간에서 세부섬에 뿌리를 둔 로컬 음식과 디저트를 샌드위치나 파스타, 쿠키처럼 대중적 메뉴로 변주해낸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모르타(Morta)다. 세부 남부 아르가오(Argao) 지역의 전통 케이크인 토르타(torta)를 현대적 버전으로 만들었다. 오리지널, 모카, 우베, 티라미슈 등의 다양한 맛이 있는데, 한입 크게 베어 무는 순간 폭신함과 달콤함이 온몸에 번진다. 미쉐린 가이드 셀렉티드에 오른 곳 중 하나다.
Abli Cebu
세부 시티 도심의 모던 세부아노 레스토랑. 작고 밝은 분위기의 공간에서 세부섬에 뿌리를 둔 로컬 음식과 디저트를 샌드위치나 파스타, 쿠키처럼 대중적 메뉴로 변주해낸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모르타(Morta)다. 세부 남부 아르가오(Argao) 지역의 전통 케이크인 토르타(torta)를 현대적 버전으로 만들었다. 오리지널, 모카, 우베, 티라미슈 등의 다양한 맛이 있는데, 한입 크게 베어 무는 순간 폭신함과 달콤함이 온몸에 번진다. 미쉐린 가이드 셀렉티드에 오른 곳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