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3. 건축가의 여행
후암동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예요?
남산 중턱에 백범광장이 있어요. 반려견과 자주 산책하러 가는 곳이죠. 김구 선생 동상이 있고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힐튼 호텔과 동네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요. 뛰어 노는 아이들부터 피크닉하는 사람들까지,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게 이국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후암동 주민이라면 대부분 좋아하는 장소일 거예요. 후암연립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은 하루에도 수차례 왔다 갔다 하는 곳인데, 볼 때마다 사랑스러워요. 앞서 말한 후암동 사람들의 다양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거든요. 아침엔 등교하는 아이들, 오후엔 게이트볼 치는 어르신들, 저녁엔 산책하는 사람들, 밤엔 무서운 청소년들.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공원이지만 모든 연령대의 다채로운 사람들이 공유하는 장소라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마을을 꼽는다면?
딱 한 곳을 떠올리기 쉽지는 않은데, 사심을 담아 제 고향인 강원도 춘천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춘천을 꼽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 트렌드의 중심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가깝고 교통도 편리해요. 아무리 비대면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다음으로는 대학교가 여럿 있기 때문에 젊은 층이 많고 외부 청년 유입도 꽤 있는 편이에요. 마을에 지속 가능한 활기를 주는 건 결국 사람이죠. 호수나 산 등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요. 나아가 사람이 걸어 다니면서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수록 좋은 마을이라고 생각하는데, 춘천의 도심에선 그런 경험이 가능해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실천하는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요?
가끔 공간 컨설팅을 진행할 때가 있는데요. 재작년에 전남 곡성에 있는 ‘그리 곡성’이라는 여행자 플랫폼에 컨설턴트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리 곡성은 지역 주민이 만든 협동조합이에요. 여행자를 위한 안내소가 있고 카페도 운영하죠. 지속 가능한 삶과 여행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한 번쯤 방문해보길 추천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정교하게 계획해서 여기까지 온 건 아니에요. 5년 동안 후암동에서 8개의 공간을 만들었는데,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보고 있으면 문득 벅찬 순간이 있어요. 당장은 공간의 개수를 늘리거나 확장할 계획은 없어요. 다만 공간 내부를 좀 더 풍부한 콘텐츠로 채우고 싶어요. 후암연립 1층에 제로웨이스트숍 지구샵을 들인 것도 지속 가능한 삶을 말하는 제품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후암연립을 통해 후암동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