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1. 버터의 일시적인 유행?
버터팬트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버터팬트리는 간편하면서도 음식을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출발했어요. 저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 ‘피니싱 버터(Finishing Butter)’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이는 식자재의 풍미를 극대화해서 요리를 완성하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는 뜻이에요.
그럼 ‘피니싱 버터’는 원래 없던 단어인가요?
보통 외국에서는 이렇게 식자재를 혼합해서 만드는 버터를 ‘컴파운드 버터(Compound Butter)’라고 해요. 그런데 같은 의미로 피니싱 버터라는 말을 쓰기도 하거든요. 버터를 화룡정점으로 얹은 다음에야 비로소 음식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좋아서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수제 버터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나요?
9년동안 백화점에서 공간 연출을 하는 VM(Visual Marketing)을 담당했어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새로운 곳에 다니거나 먹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디저트를 좀 더 배우고 싶어 퇴사를 하고 학동역에 있는 나카무라 아카데미에 들어갔죠. 그곳에서 제과를 배우다 버터라는 식자재에 빠지게 되었어요. 버터의 종류가 엄청 다양한데 어떤 버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구움 과자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풍미가 달라지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지금 하는 일이 VM과 아예 관련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른 길이잖아요. 회사를 그만둘 때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건 없었나요?
사실 지금 하는 일에 회사에서 하던 것들을 다 써먹고 있어요. 콘셉트를 잡아서 공간을 연출하는 것도 결국 브랜딩이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꼭 요식업이 아니더라도 무슨 일을 하든지 제가 원래 하던 일과 다 연결이 되더라고요.
메모2. 1인 기업, 성수동 핫플레이스
제품 패키지나 공간 등의 브랜드 콘셉트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요?
일단 버터와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애주가이기도 하고 버터랑 와인이 잘 어울리는 페어링이어서 와인까지 함께 판매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포도 화환을 쓴 소 캐릭터가 탄생을 한거죠. 디자이너한테 일러스트 느낌의 소 그림을 원하는데, 와인도 판매하니까 소만 있으면 좀 생뚱 맞을 것 같다고 했더니 이렇게 화환을 씌워줬죠. 합이 잘 맞았어요. 내부 인테리어 같은 경우에는 이 공간이 좁기 때문에 외관에 포인트를 주고 싶었어요. 유럽에 있는 음식점이나 카페 파사드를 많이 참고했어요. 그러다 80년 전 영국에서 만든 빈티지 문을 만났어요.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분이 올린 걸 보고 바로 다음 날 가져왔죠. 국내 일반 문과 사이즈가 달라서 그에 맞게 프레임까지 씌웠어요. 세월에 살짝 벗겨진 버터 색상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너무 예뻐서 절대 포기할 수 없었거든요. 어딜 가든 이 문은 꼭 들고 다닐 거예요. (웃음)
최근에 수제 버터가 유행인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된 지 2년이 넘어가면서 아무래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집에서 하는 취미 생활을 찾는 것 같아요. 버터의 인기는 작년에 TV 프로그램에서 레몬 딜을 넣고 만든 버터가 나오면서 시작됐죠. 꼭 버터가 아니더라도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작년 9월에 오픈했다고 했잖아요. 타이밍이 잘 맞았네요.
시기가 좋았죠. 원래 작년 초부터 오픈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디저트 브랜드 컨설팅 때문에 바빠져서 미루고 있다가 갑자기 조급해진거예요. 이러다 뒤쳐지겠다 싶어서. 그래서 2021년 7월에 논현동의 브런치 카페 ‘67소호’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9월에 오픈했어요.
버터팬트리에서 만드는 버터는 집에서 만드는 버터랑 어떻게 다를까요?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려면 대부분 레몬 딜이나 허브 같이 날 것의 식자재를 손질해서 버터랑 섞으면 돼요. 저는 안에 들어가는 소스를 직접 다 만들고 가열해서 섞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판매하는 버터 라인업에도 변화를 주나요?
해초 버터, 명란 버터, 앤쵸비올리브 버터는 계속 판매하고요, 곶감이나 귤 등 제철 식자재에 맞게 시즌별로 제품을 내고 있어요.
식자재의 조합은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새로운 곳을 탐방하는 걸 좋아해서 여기저기 가보고 생각지도 못한 조합의 음식을 맛보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면 고수 파스타 같은. 디저트를 배울 때 무스케이크처럼 겉모습이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내부에 식감이 다양한 레이어를 층층이 쌓아 만드는 메뉴가 있었어요. 그런 것을 공부하다 보니 서로 다른 식자재의 조합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버터도 단순히 부드러운 식감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작년에 만들었던 버터 투게더라는 초콜릿 버터는 크런치 레이어를 위에 얹어 부드러우면서 크런치한 식감이 특징이었죠.
작업실도 겸하고 있는데, 매장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목∙금∙토요일 3일만 매장을 열어요. 혼자 하다 보니까 제품 생산부터 신제품 테스트, 인스타그램에 올릴 쿠킹 콘텐츠 제작까지 할 일이 많아서 매일 오픈하기엔 시간적으로 무리죠.
성수동 일대를 비롯해 최근 핫플레이스를 보면 운영 방식이나 예약 방법이 까다로운 데가 많더라고요. 마음 먹고 찾아갔는데 닫힌 경우도 많고요.
제 경우에는 혼자서 하다 보니까 생산량에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가급적 온라인으로 픽업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걸 추천해요. 예약 제품은 따로 빼두기 때문에 실제 매장에는 찾는 제품의 재고가 없을 수도 있거든요. 어떤 날엔 매장에 시그너처 제품인 해초 버터도 없을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