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치 바이 매거진

What a Sweet Life with Butter!
만약 우리에게 버터가 없었다면

BTS는 버터처럼 부드럽게 널 끌어당기겠노라 노래불렀고, 수제 버터 열풍이 SNS을 한차례 휩쓸었다. 수제 버터 전문점이 집 앞에 생길 정도로 버터는 우리 일상 가까이에 들어왔다. 그중 한 곳인 성수동의 ‘버터팬트리’에서 버터 이야기를 한껏 듣고 온 에디터가 취재 노트를 정리했다.

글 · 사진 박진명
인터뷰이 버터팬트리 박원지

영화 <줄리 & 줄리아>에서 등장인물들은 버터에 대해 곧잘 이야기한다. 이를 테면, ‘음식을 맛보면 항상 여기에 뭐가 들어갔냐 묻곤 하죠. 그 답은 항상 버터일 것입니다’라든가, ‘당신은 내 빵에 든 버터이자 내 인생의 숨결이야’라고. 영화에서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버터는 서양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자재다. 버터는 유목민이 남는 우유를 처리하기 위해 만든 유제품으로 시작됐다. 낙농업이 늦게 전수된 우리나라에는 버터를 중심으로 한 식문화가 한동안 어색했는데, 최근 SNS 상에서 ‘수제 버터 만들기’가 유행하며 버터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등장했다. 버터의 유행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9월, 성수동에는 피니싱 버터 전문점 ‘버터팬트리’가 들어섰다. 이곳의 박원지 대표에게 버터 이야기를 듣고자 버터팬트리의 노란 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삶에서 버터는 어떤 공간을 차지할까?

메모1. 버터의 일시적인 유행?


버터팬트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버터팬트리는 간편하면서도 음식을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출발했어요. 저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 ‘피니싱 버터(Finishing Butter)’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이는 식자재의 풍미를 극대화해서 요리를 완성하는 부스터 역할을 한다는 뜻이에요.

그럼 ‘피니싱 버터’는 원래 없던 단어인가요?

보통 외국에서는 이렇게 식자재를 혼합해서 만드는 버터를 ‘컴파운드 버터(Compound Butter)’라고 해요. 그런데 같은 의미로 피니싱 버터라는 말을 쓰기도 하거든요. 버터를 화룡정점으로 얹은 다음에야 비로소 음식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좋아서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수제 버터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나요?
9년동안 백화점에서 공간 연출을 하는 VM(Visual Marketing)을 담당했어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새로운 곳에 다니거나 먹는 것도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디저트를 좀 더 배우고 싶어 퇴사를 하고 학동역에 있는 나카무라 아카데미에 들어갔죠. 그곳에서 제과를 배우다 버터라는 식자재에 빠지게 되었어요. 버터의 종류가 엄청 다양한데 어떤 버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구움 과자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풍미가 달라지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지금 하는 일이 VM과 아예 관련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른 길이잖아요. 회사를 그만둘 때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건 없었나요?

사실 지금 하는 일에 회사에서 하던 것들을 다 써먹고 있어요. 콘셉트를 잡아서 공간을 연출하는 것도 결국 브랜딩이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꼭 요식업이 아니더라도 무슨 일을 하든지 제가 원래 하던 일과 다 연결이 되더라고요.

메모2. 1인 기업, 성수동 핫플레이스

제품 패키지나 공간 등의 브랜드 콘셉트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요?
일단 버터와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애주가이기도 하고 버터랑 와인이 잘 어울리는 페어링이어서 와인까지 함께 판매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포도 화환을 쓴 소 캐릭터가 탄생을 한거죠. 디자이너한테 일러스트 느낌의 소 그림을 원하는데, 와인도 판매하니까 소만 있으면 좀 생뚱 맞을 것 같다고 했더니 이렇게 화환을 씌워줬죠. 합이 잘 맞았어요. 내부 인테리어 같은 경우에는 이 공간이 좁기 때문에 외관에 포인트를 주고 싶었어요. 유럽에 있는 음식점이나 카페 파사드를 많이 참고했어요. 그러다 80년 전 영국에서 만든 빈티지 문을 만났어요.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분이 올린 걸 보고 바로 다음 날 가져왔죠. 국내 일반 문과 사이즈가 달라서 그에 맞게 프레임까지 씌웠어요. 세월에 살짝 벗겨진 버터 색상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너무 예뻐서 절대 포기할 수 없었거든요. 어딜 가든 이 문은 꼭 들고 다닐 거예요. (웃음)

최근에 수제 버터가 유행인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된 지 2년이 넘어가면서 아무래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집에서 하는 취미 생활을 찾는 것 같아요. 버터의 인기는 작년에 TV 프로그램에서 레몬 딜을 넣고 만든 버터가 나오면서 시작됐죠. 꼭 버터가 아니더라도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작년 9월에 오픈했다고 했잖아요. 타이밍이 잘 맞았네요.
시기가 좋았죠. 원래 작년 초부터 오픈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디저트 브랜드 컨설팅 때문에 바빠져서 미루고 있다가 갑자기 조급해진거예요. 이러다 뒤쳐지겠다 싶어서. 그래서 2021년 7월에 논현동의 브런치 카페 ‘67소호’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9월에 오픈했어요.

버터팬트리에서 만드는 버터는 집에서 만드는 버터랑 어떻게 다를까요?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려면 대부분 레몬 딜이나 허브 같이 날 것의 식자재를 손질해서 버터랑 섞으면 돼요. 저는 안에 들어가는 소스를 직접 다 만들고 가열해서 섞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판매하는 버터 라인업에도 변화를 주나요?
해초 버터, 명란 버터, 앤쵸비올리브 버터는 계속 판매하고요, 곶감이나 귤 등 제철 식자재에 맞게 시즌별로 제품을 내고 있어요.

식자재의 조합은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새로운 곳을 탐방하는 걸 좋아해서 여기저기 가보고 생각지도 못한 조합의 음식을 맛보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면 고수 파스타 같은. 디저트를 배울 때 무스케이크처럼 겉모습이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내부에 식감이 다양한 레이어를 층층이 쌓아 만드는 메뉴가 있었어요. 그런 것을 공부하다 보니 서로 다른 식자재의 조합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버터도 단순히 부드러운 식감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작년에 만들었던 버터 투게더라는 초콜릿 버터는 크런치 레이어를 위에 얹어 부드러우면서 크런치한 식감이 특징이었죠.

작업실도 겸하고 있는데, 매장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목∙금∙토요일 3일만 매장을 열어요. 혼자 하다 보니까 제품 생산부터 신제품 테스트, 인스타그램에 올릴 쿠킹 콘텐츠 제작까지 할 일이 많아서 매일 오픈하기엔 시간적으로 무리죠.

성수동 일대를 비롯해 최근 핫플레이스를 보면 운영 방식이나 예약 방법이 까다로운 데가 많더라고요. 마음 먹고 찾아갔는데 닫힌 경우도 많고요.
제 경우에는 혼자서 하다 보니까 생산량에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가급적 온라인으로 픽업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걸 추천해요. 예약 제품은 따로 빼두기 때문에 실제 매장에는 찾는 제품의 재고가 없을 수도 있거든요. 어떤 날엔 매장에 시그너처 제품인 해초 버터도 없을 때가 있어요.

메모 3. 제 2의 인생을 베이커로 시작하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자영업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거잖아요. 그것도 요즘 가장 어렵다는 요식업으로요. 내가 만든 제품이 사람들에게 팔리겠다는 확신은 언제 처음 갖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아무래도 VM의 업무적 특성상 상품이 매력적으로 보여 잘 팔릴 수 있게 만드는 일을 해왔으니 저만의 감을 믿었죠. '버터 한 조각만으로 음식이 더 맛있어지면 너무 편하고 좋을 것 같은데, 분명 나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라는 확신이 들었달까요. 사실 회사 다닐 때 제게 주방은 전날 술 마시고 물 마시러 가는 곳 정도였는데 말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버터 그리고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요리를 추천해주세요.
해초 버터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만들 때도 향이 정말 좋아요. 바로 밥에 발라서 막 먹고 싶을 정도로 고소한 향이 나거든요. 고기, 해산물에 곁들여도 맛있고 감자나 어묵, 파스타에 넣어도 좋아요. 정말 여기저기 아무 데나 넣어도 맛있는 버터예요.

버터팬트리에서 사용하는 버터는 무엇인가요?

엘르 앤 비르와 페이 장 브래통, 두 가지를 쓰고 있어요. 일반 발효 버터는 대부분 다 비슷하긴 해요. 깨끗한 환경에서 목초를 먹고 자란 건강한 소의 원유에 균을 넣어 발효시켜 만드는데, 질감이나 색깔에 따라 종류가 나뉘죠. 페이 장 브래통은 딱 예쁜 상아색이기도 하고, 녹았을 때의 질감도 좋아서 사용하고 있어요.

버터 이외에 관심이 있는 식자재는요?
소금이나 후추와 같은 향신료에 관심이 많아요. 소금과 후추는 베이킹에 정말 소량이 들어가는데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존재잖아요. 소금은 짠맛이 나지만 단맛을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도 하고. 소금에 대해 잘 몰랐을 땐 아무거나 썼는데, 요리를 배우면서 지식이 생겼죠. 버터팬트리에서는 신안에서 만든 천일염을 쓰고 있어요. 짠맛도 덜하고 입자가 고와서 식자재가 고루 잘 섞여요. 후추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후추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버터가 다른 맛을 내더라고요.

메모 4. 버터의 여행…. 

여행 스타일은 어떤가요?
원래 계획적인 스타일은 아닌데, 여행 갈 때 만큼은 모든 식당을 한국에서 예약하고 가요. 일정도 식당 예약이 가능한 날짜와 시간에 따라 정하고요. 철저히 맛집 위주예요. 그때 안 가면 못 먹는 거니까.

버터와 관련된 여행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평소에는 아침을 잘 안 먹는데 여행 가면 조식을 꼭 챙겨 먹어요. 쿠바에서 조식을 먹는데, 빵에 라드(돼지 기름)이 들어가서인지 금방 건조해지고 단단해져서 맛이 없었는데, 거기에 버터를 바르니 빵이 금방 고소해졌어요. 

'좋은 버터는 좋은 하루를 만든다'는 말이 이렇게 쓰일 수 있겠어요.
맞아요. 그땐 심지어 버터에 관심도 없었을 때였는데, 지금 떠올려보면 버터 한 조각이 참 큰 역할을 했죠.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프랑스는 파리 밖에 못 가봤는데요. 북서부에 있는 노르망디나 브르타뉴 지역이 낙농업으로 유명하잖아요. 이즈니나 페이 장 그래통 등 유명한 버터가 대부분 그 지역 제품이어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거기 가서 버터로 만든 구움과자와 빵, 음식과 와인을 실컷 먹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해주세요.
일단 버터 생산량을 좀 더 늘리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혼자 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좀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버터팬트리의 질 좋고 맛 좋은 버터를  더 많은 사람이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목표가 있다면?

목표는 말하면 지켜야 할 것 같아서.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아요. 버터를 활용한 음식 레시피도 쓰고 싶은데 아주 먼 미래의 일일 것 같아요.

메모 5. 취재 후 버터팬트리의 버터를 구매했다. 뼛속까지 한국인인지라 혀끝에 생소하게 다가왔다. 마침 설이라 선물을 보냈는데 받은 사람은 유통 권장 기간인 3주 동안 아끼고 아껴 먹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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