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1.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향한 여정
카페에 비치되어 있는 그레이프랩의 제품을 살펴보니 모두 가볍고 수납력이 좋아 여행에 들고 가기 딱 좋을 것 같아요.
맞아요. 종이로 만든 노트북 거치대는 무게도 가볍고 저희만의 접지 기술을 적용해 매우 콤팩트하죠. 재생 용지로 만든 먼슬리 플래너는 실제로 제가 여행 중에 들고 다닌 수첩의 불편한 점을 보완하고 필요했던 부분을 더해 만든 제품이에요.
평소 여행을 좋아하나요?
영국에서 유학할 때 여행을 많이 했어요. 모로코, 터키, 크로아티아 등으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위한 리서치 여행을 떠났죠. 그중 모로코는 여섯 번이나 방문했어요. 주로 시장이나 오지에 있는 수공예 장인을 만나러 다녔는데요. 시장에서 일하는 장인은 상인 뒤에 앉아 묵묵히 물건을 만들고요. 오지에선 외출이 어려운 부녀자들이 집에 모여 앉아 이것 저것 만들더라고요.
여행자는 잘 가지 않는 현지의 외딴 곳까지 찾아다니는 게 위험하고 힘들었을텐데요.
힘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저 혼자는 위험하기도 하고 잘 모르니까 그 지역의 비영리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단체 관계자와 결이 잘 맞으면 도움이 많이 돼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인증된 비영리 단체인지 잘 판단해야 하고, 아닐 경우의 리스크도 잘 파악해 대응해야 합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잘 맞는 관계자를 만나 트럭을 타고 정말 구석 구석 많이 다녔어요. 돈을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이었죠.
영국으로 돌연 유학을 떠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카카오 설립 초기, 제 주도 하에 이모티콘 서비스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유저들과 더욱 활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강풀, 이말년, 노란구미, 낢, 네 명의 웹툰 작가를 섭외해 이모티콘을 만들었어요. 그때 회사에 수익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예산이 넉넉치 않았는데, 파격적으로 작가들에게 5:5의 수익 배분을 제안해 진행한 프로젝트였어요. 이모티콘 서비스가 지금은 굉장히 보편화되었지만 그 당시엔 저희에게도,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죠. 아니, 실험에 가까웠다고 생각해요.(웃음)
다행히도 오픈하자마자 엄청난 반응이 쏟아졌어요. 가장 큰 변화는 그때를 기점으로 웹툰 작가도 정당하게 수익을 보장받고 일하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당시만 해도 웹툰 작가의 수입이 높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제가 기획한 서비스로 업계의 구조가 바뀌고 누군가의 처우가 나아질 수 있던 거예요. 이 경험을 통해 굉장한 영감을 받았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돕고 싶었어요. 좀 더 깊이있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영국 유학을 떠나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