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히브루의 대표 크래프트 맥주 비온뒤와 어스름

 

ⓒ 이히브루

The Birth of Local Beer
시골 로컬 맥주 탄생기, 이히브루

지역마다 고유의 맥주 양조 기술이 발달한 미국에는 ‘크래프트 정신’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자신의 생각을 담아 맥주를 만드는 태도, 즉 도전 정신을 일컫는다. 충남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탄생한 이히브루에도 크래프트 정신이 깃들어 있다. 생명과 작물을 소중히 여기고 뿌리내린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이히브루를 지탱하는 굳건한 줄기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남경숙(이히브루 대표)

이히브루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충남 홍성군 홍동면 풀풀농장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양조장이에요. 풀풀농장에서는 땅속 수많은 생명과 들풀의 도움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땅을 갈지 않는 자연농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특징이죠. 이히브루는 이러한 농사 방법과 철학을 이어, 짚과 흙으로 직접 지은 양조장에서 직접 기른 토종쌀과 국산 보리를 주원료로 맥주를 만들어요.

귀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도시 생활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오래 전이라 까마득하지만) 저는 환경단체 활동가, (현재 양조사인) 남편은 회사원이었는데, 매일 치르던 교통 전쟁에서도 벗어나고 싶더라고요. 아이가 어릴 때만이라도 자연을 느끼며 생활하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2009년 이곳 홍성군으로 귀농을 결심하게 됐어요.

처음 농사 지을 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부푼 꿈을 안고 귀농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죠. 그동안 사무실에서만 일하다 갑자기 육체 노동을 하려니 몸이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첫해에는 호미 쥔 손이 펴지지 않아 주먹을 쥔 채로 잠들 정도였다니까요.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네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30대 중반이었거든요. 모은 돈도 없고 농사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웠죠. 귀농 초기엔 재취업을 고민하기도 했답니다.
지난해 맥주 양조장을 열게 된 계기는요?
맥주를 좋아해요. 7~8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맥주를 공부한 선생님(귀농 선배님)의 지도에 따라 집에서 들통으로 맥주를 만들어 봤는데, 생각보다 맛있더라고요. 이를 계기로 몇 년간 홈브루잉 단계를 거쳐 상업 양조에 도전했죠. 법적・금전적 문제를 포함해 여러 제약이 있었어요. 특히 양조장 설비 기준을 충족하시키는 게 가장 어려웠죠. 상업 양조장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적정 생산량 기준을 맞춰야 했거든요. 그래도 잘 이겨냈고, 3년 전 부지를 마련해 2022년 양조장을 세웠어요. 2023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맥주를 판매하기 시작했죠.

양조장을 볏짚과 흙으로 지었다고요. 어떤 장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조립식 건물에 주로 사용하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었다면 지금보다 2~3배 넓었겠지만, 저희는 양조장의 규모보다는 균이 활동하는 공간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췄어요. 생물이 머물 수 있는 재료로 양조장을 짓고 싶은 마음이 컸죠. 10년 후 양조장에서 직접 채취한 자가효모를 활용해 고유한 향미를 가진 이히브루만의 맥주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이히브루 맥주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이히브루를 지역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로컬 브랜드란 단순히 제조사의 지리적 위치에 국한되는 게 아니에요. 맥주를 만드는 재료부터 맥주 생산과 유통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지역적 특징과 결합될 때 비로소 로컬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토종쌀 조동지로 만든 ‘비온뒤’는 이러한 철학으로 만든 이히브루의 대표 맥주예요. 은은한 꽃향과 허브향이 느껴지고 비가 내린 뒤의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을 간직한 골든에일이죠. 페일에일 ‘어스름’은 국산 보리 맥아의 깊고 진한 맛과 열대과일, 감귤류의 씁쓸한 맛이 잘 어우러진 제품인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나를 돌보는 어스름한 시간대를 상상하며 만들었습니다.
공병 재순환도 강조하고 있는데,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나요?
이히브루가 내세우는 유일한 납품 조건이 ‘공병을 헹구어 모아줄 수 있는지’의 여부예요. 나아가 공병 회수를 위해 제품을 택배로 발송하지 않고 직접 납품하고 있죠. 거래처를 직접 방문하면 공병 수거와 재사용이 원활할뿐 아니라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장점도 있더라고요. 1년 동안 공병 재순환을 시도해본 결과 약 3분의 1 정도를 재사용했어요.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계속 이 방식을 고수하려 해요.

여행자에게 양조장을 개방한다고 들었어요.
사실 양조장 오픈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사전에 방문을 문의하고 일정을 조율하면 양조장을 둘러볼 수 있는데요. 시골의 작은 시설이라 특별한 건 없어요. 다만 야외에서 풀과 새를 바라보며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건 이히브루 양조장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싶어요.
얼마 전 이히브루의 1주년을 맞아 양조장에서 생일잔치를 했죠.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양조장 안팎에서 들리던 손님들의 칭찬이 기억에 남아요. ‘다음날 숙취가 없어요.’ ‘맥주 마시면 항상 배탈이 나는데 이건 괜찮아요.’ ‘원래 술을 못 마시는데, 이히브루 맥주는 맛있어요.’ ‘신선해요.’ 등등…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충남 홍성군을 찾은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인문∙환경 측면에서 볼거리가 많아요. 홍동면을 중심으로 여러 협동조합과 다양한 모임이 활성화돼 있어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분들이 여행하기에 좋은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난 1년처럼 성심 성의껏 맥주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요. 양조장에서 다양한 일을 벌이면서 시골을 조금이나마 왁자지껄하게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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