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태우

Taste of Hometown
마을의 맛

제천 시내에서 차로 1시간을 들어가야 만나는 골짜기 동네. 붉으실 마을의 주민이 모여 여행사를 세우고 마을맛여행을 시작했다.

글・사진 허태우
취재 협조 마을너머
제천시관광미식과 tour.jecheon.go.kr

첫째 날 10:30

청풍호 드라이브

“저쪽으로 가면 제가 낚시하는 데가 나옵니다. 얼마 전에는 아들하고 같이 낚시를 했드랬지요.” 제천 관광택시 기사님이 강원도와 충청도 억양이 섞인 독특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사실 충주호의 60퍼센트가 제천에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청풍호라고 부릅니다.” 기사님은 단정한 투 버튼 재킷 유니폼을 입고 시종일관 여유롭게 운전을 이어간다. 청풍호의 시원한 줄기가 차창 밖으로 흐른다. 백두대간의 지류는 울룩불룩 솟아올라 호수를 양옆으로 감싸고, 커브를 돌 때마다 수세와 산세가 명미하게 펼쳐진다. 저 멀리 월악산이 보일 듯 말 듯, 택시는 청풍대교를 건너 굽이 길을 달리다 수산면에 들어선다.

12:30

자드락길 6코스와 백봉산 주막

제천시 수산면에서 가장 높은 마을, 다불리가 마을맛여행의 시작점이다. 초입 안내문은 ‘총 5가구에 1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라고 알려준다. 고개를 하나 넘자 두무산 산골짝에 듬성하게 자리를 잡은 약초 텃밭들이 보인다. 가을걷이를 끝낸 풍경은 한적하다. 마을 산 중턱, 자드락길 6코스 길목의 ‘백봉산 주막’에서 마을맛여행의 첫 식사가 기다린다. 손두부와 부침개, 두루치기 그리고 막걸리. 알싸한 산초향이 담백한 두부에 약간의 감칠맛을 더해 금세 푸짐했던 접시가 비워진다. 이곳에서 십여 분만 걸으면 청풍호 전망대에 닿는데, 이 일대에서 가장 멋진 조망을 낚아챌 수 있다. 전망대를 다녀온 이라면 그 풍경을 좀 더 기억하고 싶어, 주막을 쉽게 지나칠 수 없을 듯하다.

17:30

이장님 댁에서의 팜투테이블 다이닝

수산면 수곡리, 일명 붉으실 마을의 전(前) 이장 이태희 할아버지의 안내에 따르면, 이 마을의 역사는 500년에 이른다. 한때 130여 가구가 넘게 살았지만, 오늘날 70여 가구가 남아 있다. 마을에서는 수수나 고추 같은 잡곡을 많이 짓고 사과도 제법 재배한다.

마을맛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수곡리 ‘외갓집 밥상’ 저녁 식사는 현(現) 주병수 이장 댁에 차려진다. 이장님의 부인, 그러니까 붉으실 마을 임종순 부녀 회장님이 여기 출신이다. 외갓집 밥상은 전식부터 모두 제천에서 난 식자재로 마을 주민이 조리해 내는 게 특징. 붉으실 마을의 대표 곡물 중 하나인 수수가 전식의 주인공이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모여 수수부꾸미를 직접 부치고, 수수막걸리를 곁들여 마신다. 찹쌀을 섞은 수수부꾸미는 찰지고 구수하며, 잔칫날에 낸다는 메수수 막걸리는 달짝지근하고 새콤하다. 부꾸미를 서너 개 집어먹고 나서야 메인 밥상의 드라마틱한 내력을 듣는다. 호랑이 양대 콩 수수밥, 시래기 새뱅이(민물새우) 국, 고들빼기 샐러드, 명주실 돼지고기 수육, 더덕 김치, 잡버섯(야생 버섯)과 박 볶음, 산초 간장. 각 메뉴마다 식자재가 어디에서 오고 집에서 어떻게 만들어 먹는지 이야기가 얽혀 있다. 그렇게 소반에 차린 건강한 한끼는 풍성하지 않을 수 없으니, 땅의 기운과 마을의 정이 오롯이 입안으로 들어간다. 오랜만에 혀를 깨우는 자연의 맛을 또 언제 먹을 수 있을지. 어느새 마당에는 모닥불이 드세게 타오르고 군고구마와 머루 와인을 담은 후식이 기다린다.

둘째 날 8:30

수수 와플과 사과나무

수수농사를 짓는 이상협, 도수경 부부의 수수농부네에서 아침을 준비한다. 장목수수 개량종인 청풍황금찰수수로 지은 수수 풀떼기 한 그릇과 수수에 통밀과 찹쌀을 섞어 만든 수수 와플이 메인이다. 와플에는 수수농부네가 직접 만든 오디 잼, 사과 잼, 콩 크림, 조청을 취향에 맞춰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수수 풀떼기는 부드럽게 소화되고 와플은 쫄깃한 게 씹을수록 맛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수곡리 앞산 비탈에 자리한 김영수, 박영란 부부의 사과밭 으로 이동한다. 두 부부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도록 사과를 재배한다. 게절마다 스스로 알아서 변화하고 생장하는 게 자연의 이치겠지만, 사실 이를 따르는 농사는 쉽지 않다. 그 때문에 10년 동안 제대로 수확을 못했다고. 연간 5~6회만 농약을 살포해 수확한 과실의 개수는 밭의 규모에 비해 몇 안되지만, 맛은 놀랍도록 달콤하고 시원하다.

12:00

월악산 앞동네에서의 파스타

마을맛여행의 마지막 네 번째 식사를 덕산면 도전리의 ‘누리마을 빵카페’에서 차려 낸다. 월악산에 가는 장년의 여행객이 주로 드나드는 덕산면인데, 이 카페는 젊은 활기가 돌고 주말 점심 시간에는 자리가 꽉 찬다. 제천 간디학교 출신 청년 중에서 요리와 제빵을 업으로 삼을 이들이 모여 운영한다고. 지역 식자재로 만든 빵과 쿠키 그리고 파스타 위주의 식사를 먹을 수 있다. 어떤 메뉴를 주문하든 넉넉한 양과 충실한 맛으로 실망시키지 않는다. 환경과 공동체를 향한 적극적인 발언도 이곳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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