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명

Scenes Encountering in Taean
충남 태안 여행 추천 스폿 4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감각을 벼리기 위해 충남 태안으로 떠났다.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고 새삼스러운 풍경을 살피고 지역의 맛을 음미하고 나니 봄이 성큼 다가온 기분이다. 
 

글∙사진 박진명
취재 협조 *호텔어라이브
*지역과 여행자를 연결하는 로컬 커뮤니티 브랜드. 전주에 자리한 한옥 호텔 3곳(시화연풍, 독채 1912, 독채 공익질옥)에 이어 태안 지역의 탼 한옥비치리조트를 오픈했다. 

낯선 풍광을 마주하다

태안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북서쪽으로 약 23킬로미터 떨어진 신두리해안사구로 향한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신두리해안사구는 천연기념물 431호이자 국제슬로시티 태안의 독특한 생태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해안사구는 태풍이나 해일을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수분과 영양분이 적고 바람과 햇빛이 강한 곳에 서식하는 생물의 터전이 되어준다. 태안반도 서북부의 바닷가를 따라 형성된 이곳이 신비롭고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람이 모래에 남긴 물결 문양처럼 사막에서나 펼쳐지는 경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인데다가 평일 오후였지만 둘레길을 따라 사구를 걷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둘레길은 총 3가지 코스(A, B, C)로 나뉘는데, 길이에 따라 30~120분이 소요된다. 가장 짧은 A코스를 택한다. 미세먼지와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모래 언덕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풍경이 제법 사막처럼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언덕 위쪽에 오르니 서해 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그렇게 정처없이 걷는 동안 소나무숲과 갈대숲, 모래사장을 지난다. 그간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느라 정작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움을 가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산 263-1 

여유를 즐기다 

신두리해안사구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컨츄리 로드 커피는 높지 않은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마을 원북면에 자리 잡고 있다. 태안에서 나고 자란 운영자 문해수 씨가 고향의 자연 안에서 받은 에너지를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폐교를 개조해 만든 카페다. 
빨간 지붕을 얹은 2채의 흰색 건물을 중심으로 여름이면 무성한 초목으로 뒤덮일 정원이 부지를 감싸안고 있다. 본관 건물로 들어서자 식물원을 옮겨 놓은 듯한 플랜테리어가 싱그러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좌식 평상, 각기 다른 크기의 빈티지하 테이블, 햇빛을 가득 안은 창가의 바 등 규모가 큰 공간을 잘 활용해 다양한 좌석을 배치했다. 
 
라테에 커스터드, 불에 그을린 얇은 층의 캐러멜을 층층이 덮은 컨츄리 브륄레 라테가 대표 메뉴. 원북면산 대파와 마늘로 만든 스콘, 태안의 특산물 김으로 만든 김명란 소금빵 등 현지 식자재를 활용한 베이커리 메뉴도 주목할 만하다. 마을에서 재배한 배추를 비롯해 품질 좋은 제철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도 종종 열리니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수확철에 방문할 것. 

컨츄리 브륄레 라테 7,500원, 아메리카노 5,500원, 대파 마늘 스콘 4,500원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로 335

낯선 곳에서 머물다  

태안반도 서쪽 끝, 의항해변을 마주한 호텔어라이브 태안 탼 한옥비치리조트(이하 탼 리조트)에서 서해의 긴긴 겨울 밤을 보내기로 한다. 언덕의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늘어선 한옥 사이를 거닐고 있으니 작은 한옥마을에 온 듯한 기분이다.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리셉션 탼 라운지는 통창으로 되어 있어 먼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 오는 풍광이 한눈에 담긴다. 
충청도 사투리로 태안을 일컫는 ‘탼’에서 이름을 가져온 탼 리조트는 기존에 있던 한옥 펜션을 다시 개조하고 브랜딩해 지난해 12월 오픈한 곳으로, 로컬 커뮤니티 호텔 브랜드 호텔어라이브의 작품이다. 한옥의 멋과 느긋한 쉼에 초점을 맞춰 16개의 독채와 6개의 일반형 객실을 갖췄다. 모든 객실에 프라이빗 마당이 조성돼 있으며,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펫 전용 한옥도 따로 마련돼 있다.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한 객실 내부는 서까래, 목재 창살, 민화 등으로 전통 요소를 강조했고 마당을 마주한 벽면은 모두 유리로 마감해 개방감을 살렸다. 부엌과 침실, 다실로 공간을 나눠 오로지 휴식에만 몰두하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 
객실 내 구비된 지역 명물 감태로 만든 한과, 현지의 유명 수제 요거트 등으로 구성한 웰컴 박스와 근처 맛집을 소개하는 로컬 지도를 비치해 지역과 연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TV가 없다는 점 역시 오프 그리드를 유도한 것. TV와 스마트폰은 내려 놓고 탼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드로잉북과 캘리그라피, 천체망원경, 싱잉볼과 요가 매트 등을 적극 활용한다면 시간을 보다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25만 원부터, 충남 태안군 소원면 송의로 695-9

지역의 맛을 음미하다 

서해안 여행에서 지역의 향토 음식인 게국지를 맛보는 코스를 빼놓을 수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게국지는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을 중심으로 발달한 음식이다. 이 지역에선 겨울이면 갯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칠게나 참게(붉은발농게로 불린다)로 게장을 담가 먹곤 했는데, 김장 김치가 귀해지는 봄부터 초여름까지 겉절이나 신김치에 겨우내 먹던 게장 국물을 넣고 끓여 먹던 서민 음식이 지역 명물로 자리 잡은 것. 고춧가루가 들어가 붉은 국물을 가진 꽃게탕과 달리 게장 국물로 끓여 연한 갈색을 띄는 것이 게국지의 특징이다. 
탼 리조트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모항항을 마주한 식당 청어람은 전통 방식으로 끓여낸 게국지로 유명하다. 말린 우럭과 새우젓만으로 끓이는 서산∙대천 지역의 토속 음식 우럭젓국도 맛볼 수 있다. 각종 제철 해산물 요리와 영양만점 반찬을 곁들여 상이 차려진다. 구수하면서도 진한 감칠맛이 일품인 게국지를 맛본 후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콤한 굴 무침을 입에 넣으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작은 바닷마을 식당에 웨이팅이 왜 생기는지 알겠다. 

게국지 소자 5만 원,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항길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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