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모델로 삼고 있거나 선행하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캐나다 동남부에는 포고섬(Fogo Island)이라는 아주 작은 섬이 있어요. 아직 가 보지는 못했지만, 몇 년 전 이곳의 위대한 도전을 접하곤 롤 모델로 삼았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지역 특유의 환경과 기후를 섬세하게 인식해 7개의 계절로 구분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전통적 삶의 방식을 지켜내기 위해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기 시작했죠. 그 중심에 있는 포고섬 호텔(Fogo Island Inn)은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수단이 되는 동시에 지역 사회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데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무엇보다 감탄할 만한 점은 수익이 지역에 어떻게 선순환되는지 고객에게 보여준다는 것이죠. 고객은 단순하게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돼요. 닮고 싶기도 하고 그리곡성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국내에서는 경남 하동의 ‘놀루와 협동조합’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습니다. 가까운 이웃이기도 하지만 협동조합의 운영과 사업 방향면에서 늘 보고 배우게 되는 곳입니다. 최근 지역기반관광의 새로운 모델로 국내에서 시도하고 있는 ‘마을호텔’도 하동의 지역색에 맞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유행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맞는 여행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어 늘 주목하고 있는 이웃입니다.
지속 가능한 로컬 여행을 펼치는 여행지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포르투갈의 포르투를 좋아해요. 2,000년이 넘은 항구도시로 수많은 관광자원이 있지만 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몇 년 전, 포르투는 지역 주민의 이야기에서 도시 디자인의 모티프를 얻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파란색 로고는 포르투 이름 뒤에 찍힌 마침표가 핵심이에요. 유구한 역사만큼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가 있는 포르투는 도무지 그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그저 포르투일 뿐임을 나타내는 것이죠. 즉 ‘포르투는 포르투’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이 마침표는 도시가 갖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어요. 지역 주민들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관광’을 복지, 문화, 교육 등과 같이 지역 사회를 움직이는 기능 요소들 중 하나로 접근했던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요. 주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여행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어 주목하는 여행지 중 하나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 많은 변화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 기존 협동조합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지역 관광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그 기능을 민간사업체로서 수행하는 그리곡성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고, 필요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예정입니다.
직영 숙소 운영과 마을호텔 론칭을 연내 계획하고 있어요. 숙소는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협력 업체 대부분이 농어촌민박이다 보니 아쉬운 피드백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탁 체계를 도입하고, 직영 숙소를 운영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여행자의 전환 마을’입니다. 전환 마을이란 대안적 삶을 실천하고 공유 기술, 에너지 비용 및 탄소배출 감소, 지역 먹거리 구매를 통해 지역 경제의 성장을 추구하는 마을운동인데요. 이를 마을 주민과 여행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상상을 해 왔어요. 곡성의 관계 인구가 된 여행자는 곡성이라는 거점 공간이 전환마을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설계하는 거죠. 그리고 이 거점 공간은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삶을 위한 제로웨이스트 숙소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상상이지만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것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