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곡성

Sustainable Destination Gokseong
지속 가능한 로컬 여행지 곡성 그리고...

‘섬진강'하면 구례나 하동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섬진강이 가장 길게 흐르는 지역은 바로 곡성이다. 골짜기마다 섬진강이 흐르는 전남 곡성은 여행지보다는 영화 <곡성>의 배경으로 더 유명하다. 곡성이 품은 자연과 사람에 집중한 주민공정여행사 ‘그리곡성’은 그 이미지를 반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진명
인터뷰이 그리곡성

‘그리곡성'은 곡성이 갖고 있는 자연 유산과 지역적 가치를 여행 콘텐츠로 풀어내는 로컬 여행사다. 2017년 계절별로 달라지는 곡성의 자연과 그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삶과 놀이를 콘텐츠로 풀어낸 여행 상품 '곡성한바퀴'를 처음 선보였다. 이를 기점으로 그리곡성은 로컬 여행 콘텐츠에 한층 더 집중하고 있다. 섬진강을 따라 가는 ‘섬진강 물멍트레일워킹’ ‘곡성 숲멍트레일워킹'을 만들었으며, 이러한 여행 프로그램을 비롯해 식사와 숙박, 곡성간식 꾸러미와 어메니티 등으로 구성해 개별 패키지를 운영한다.

그리곡성은 여행자가 단순히 지역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지역민과 함께 향유하는 경험을 만들어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외에도 환경 문제에 관한 실천적 제안을 제시하고 농촌 지역에서의 진정한 휴식을 제안하며, 자기 주도적 삶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 낸다. 이는 모두 지역 재생과 공생을 위한 실천으로 향할 거라 믿으면서.

메모 1. 곡성이 어떤 곳이었지?

그리곡성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그리곡성은 ‘협동조합 섬진강두꺼비’에서 운영하는 주민공정여행사예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곡성의 자연, 그 안에서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지역 관광에서 얻는 이익이 주민에게 고루 미치도록 돕고 있죠. 지역 주민들을 만나 오랜 시간 ‘곡성'이라는 땅에서 그려진 무늬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려낸 삶의 무늬를 발견하고 정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여행 상품을 만들고 곡성으로의 여행을 독려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2014년, 경기, 경남, 부산에서 각자의 삶을 누리다가 곡성에 정착한 세 명이 궁리 끝에 시작했어요. 당시 ‘주민주도지역관광’ 활성화에 대한 이슈가 정책으로 펼쳐지기 시작하면서 창업 기회를 얻었죠. 시작은 아주 단순했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곡성으로 여행자들을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곡성을 여행지로 접근하는 게 조금 생소하더라고요.
그리곡성이 생기기 전에도 곡성은 섬진강기차마을,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세계장미축제로 유명했어요. 축제 기간에는 28만여 명이 곡성을 방문하고요. 3만여 명에 불과한 곡성 인구에 비하면 10배에 가까운 수치죠. 방문객 수로만 따지면 곡성이 꽤 유명한 관광지고, 많은 주민이 관광사업에 종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여행자들은 섬진강기차마을을 방문하고 축제에 참여하러 오는 것이지, 곡성을 찾는 게 아니더라요. 곡성이 여행하기 참 좋은 지역이라는 것을 좀 더 알리고 싶었어요. 이왕이면 주민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랐죠.

메모 2. 착한 사업은 지속 가능할까?

섬진강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곡성 여행 지도를 직접 개발하고 판매하며 꽤 오랜 시간동안 곡성 로컬 여행에 힘써왔는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었어요. 해외로만 나가던 여행자들이 국내 지역의 가치에 주목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생겼고, 그동안 차근차근 확장해온 지역 네트워크에 힘입어 그리곡성만의 가치를 견고히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이 그리곡성의 터닝포인트가 아니었을까 해요.

곡성에는 어떻게 터를 잡게 되었나요?
각자의 사연과 곡성과의 인연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생략할게요(웃음). 공통적 이유는 섬진강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매력을 뿌리칠 수 없었다는 거예요. 곡성에서 자기 삶을 꽃피우기 위한 수단으로 ‘여행’을 선택했다는 공통점도 있네요.
저희 세 명 다 곡성으로 이주하며 체험마을 사무장, 지역 활동가, 사회복지사로 자리 잡고 살다 그리곡성으로 뭉치게 되었습니다. 조합원들 중에 곡성 토박이도 물론 있고요, 곡성에서 나지도 살지도 않지만 곡성을 많이 아끼고 애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탄생한 지 불과 10년 남짓인데, 오롯이 곡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여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뭉클하네요.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협동조합 섬진강두꺼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현재 공동대표 3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고요. 그리곡성의 일과 가치에 공감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총 9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리곡성과 같은 로컬 여행사가 지역에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요?
지역 관광 이전에 지역 문화, 지역 문화 이전에 지역민의 삶이 있습니다. 로컬 여행사는 결과적으로 지역 관광을 다루지만 그 바탕에는 지속 가능한 지역 주민들의 삶이 있죠.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긍정적 역할을 해낼 때 자랑하고 싶은 지역 문화가 만들어지고, 자연스레 경제적 가치도 생기며, 지역 여행이 활성화된다고 믿어요. 그 안에서 그리곡성은 지역을 사랑하고 가꾸는 사람들과 부지런히 소통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여행자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이를 통해 곡성의 지속 가능한 삶의 궤적이 쌓여가기를 고대합니다.
사실 이런 접근에는 애로 사항도 따르죠. 일반 여행사처럼 지역의 업체와 수수료로 관계를 맺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고민이 생겨요. 로컬 사업체에게는 제대로 된 수익이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로컬 여행사는 기획, 운영비를 수익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소비자와 함께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메모 3. 로컬 여행사의 지속 가능성은?

그리곡성은 대체로 섬진강을 중심으로 로컬 여행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요, 곡성이 여행지로서 갖고 있는 매력을 자랑해주세요.
아시다시피 영화 <곡성> 때문에 곡성이 상당히 많이 알려졌어요(무서운 이미지로 각인되기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상하기도 해요). 곡성은 70퍼센트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예요. 일교차도 심하고 겨울엔 꽤 많은 눈이 내려 동네를 하얗게 덮지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은 이 산에 매력을 느껴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공감합니다. 얇은 화선지를 수십 장 엇갈리게 겹친 것 같은 산의 모양새는 말로도, 사진으로도 충분히 표현되지 않아요.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이 이는 장면을 만나는 날이면 이곳에 살기 참 잘했다 싶어 마음이 충만해져요.
그리고 곡성의 뿌리이자 그리곡성의 중심인 섬진강이 있죠. 지금은 발원부터 바다로 향하는 하류까지 모두 ‘섬진강’ 하나의 이름으로 통칭하지만, 그 옛날에는 곡성을 흐르는 섬진강 상류를 메추라기 ‘순', 아들 ‘자'를 써서 ‘순자강’이라 불렀어요. 이렇게 이름 붙인 데에는 배경과 사연이 있었겠죠. 이런 이야기를 여행객들과 나누고 그 시절의 심상을 떠올려보는 여행! 멋지지 않나요?
곡성에는 산업시설이 거의 없어요. 덕분에 곡성이 청정 지역으로 꼽히긴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주요인이기도 합니다. 청정한 자연도 지키며 지역 경제에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리곡성의 역할이 정말 주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해야죠.

우리나라는 좁지만 각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특색이 참 강한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다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역 문화를 연구하는 분이 그러더라고요. ‘코로나 이후 지역을 더 많이 돌아보게 되면서 매력적인 공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모두 파스타와 커피를 판다는 것’이라고요. 치명적이죠. 저는 거기에 디저트 빵도 덧붙이고 싶네요. 다행히 곡성은 그 흐름에서 다소 비껴나 있기는 합니다만, 반대로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죠.


롤 모델로 삼고 있거나 선행하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캐나다 동남부에는 포고섬(Fogo Island)이라는 아주 작은 섬이 있어요. 아직 가 보지는 못했지만, 몇 년 전 이곳의 위대한 도전을 접하곤 롤 모델로 삼았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지역 특유의 환경과 기후를 섬세하게 인식해 7개의 계절로 구분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전통적 삶의 방식을 지켜내기 위해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기 시작했죠. 그 중심에 있는 포고섬 호텔(Fogo Island Inn)은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수단이 되는 동시에 지역 사회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데도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합니다. 무엇보다 감탄할 만한 점은 수익이 지역에 어떻게 선순환되는지 고객에게 보여준다는 것이죠. 고객은 단순하게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돼요. 닮고 싶기도 하고 그리곡성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국내에서는 경남 하동의 ‘놀루와 협동조합’이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습니다. 가까운 이웃이기도 하지만 협동조합의 운영과 사업 방향면에서 늘 보고 배우게 되는 곳입니다. 최근 지역기반관광의 새로운 모델로 국내에서 시도하고 있는 ‘마을호텔’도 하동의 지역색에 맞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유행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맞는 여행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어 늘 주목하고 있는 이웃입니다.

지속 가능한 로컬 여행을 펼치는 여행지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포르투갈의 포르투를 좋아해요. 2,000년이 넘은 항구도시로 수많은 관광자원이 있지만 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몇 년 전, 포르투는 지역 주민의 이야기에서 도시 디자인의 모티프를 얻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파란색 로고는 포르투 이름 뒤에 찍힌 마침표가 핵심이에요. 유구한 역사만큼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가 있는 포르투는 도무지 그 무엇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그저 포르투일 뿐임을 나타내는 것이죠. 즉 ‘포르투는 포르투’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이 마침표는 도시가 갖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어요. 지역 주민들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관광’을 복지, 문화, 교육 등과 같이 지역 사회를 움직이는 기능 요소들 중 하나로 접근했던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요. 주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여행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어 주목하는 여행지 중 하나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 많은 변화를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 기존 협동조합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지역 관광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그 기능을 민간사업체로서 수행하는 그리곡성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고, 필요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예정입니다.
직영 숙소 운영과 마을호텔 론칭을 연내 계획하고 있어요. 숙소는 여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협력 업체 대부분이 농어촌민박이다 보니 아쉬운 피드백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탁 체계를 도입하고, 직영 숙소를 운영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여행자의 전환 마을’입니다. 전환 마을이란 대안적 삶을 실천하고 공유 기술, 에너지 비용 및 탄소배출 감소, 지역 먹거리 구매를 통해 지역 경제의 성장을 추구하는 마을운동인데요. 이를 마을 주민과 여행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상상을 해 왔어요. 곡성의 관계 인구가 된 여행자는 곡성이라는 거점 공간이 전환마을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설계하는 거죠. 그리고 이 거점 공간은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삶을 위한 제로웨이스트 숙소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상상이지만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것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응원해 주세요!

메모 4. 그리곡성이 지속 가능한 여행에 관심 있는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곡성의 스폿 3곳!

제월섬과 함허정 : 곡성의 북쪽, 섬진강의 상류에 위치해 있는 제월섬은 섬진강에 떠 있는 작은 섬이에요. 작은 다리를 건너면 섬에 들어갈 수 있어요. 판매를 목적으로 묘목을 심었던 곳을 곡성군이 생태환경 놀이터이자 교육장으로 정비한 이후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곡성도 이곳에서 지자체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메타세콰이어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가 이루고 있는 작은 숲과 운이 좋으면 하늘다람쥐, 딱따구리, 두꺼비 등 평소 보기 어려운 동물도 만날 수 있죠.
함허정은 제월섬을 내려다보고 있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정자예요. 무릎 높이의 낮은 담 너머 섬진강과 제월섬이 보이고, 일몰에는 저 멀리 무등산 아래로 지는 해를 볼 수도 있어요. 제월섬과 함허정을 한바퀴 돌면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길 추천해요.
태안사 : 태안사는 봉황의 날개 가 감싸 안은 곳에 편안하게 자리 잡은 천년고찰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선종 불교가 꽃을 피울 당시 참선도량으로 문을 연 전국 9개의 사찰 중에 하나죠. 주변 곳곳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암자가 많고 선승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태안사로 향하는 숲길은 계곡과 함께 걸을 수 있고 오래된 숲에서 만나는 다양한 나무의 모습을 볼 수도 있어요. 태안사 아래 입구에는 곡성을 대표하는 조태일 시인의 기념문학관도 있으니 들려보세요.
지속 가능한 여행에 관심 있다면 그리곡성을 먼저 찾아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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