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장바구니

 

ⓒ Baggu, Re:code, Tekla, Takakuwa Kinjoku Aegiro, Fjallraven

In the Traveler's Bag
지적이고 창의적인 여행자의 가방 속

캠핑에 처음 초대 받았을 때, 짐 정리에 취약할 때, 어떤 제품을 사용할지 모르겠다면? 지속 가능성의 의미도 더하는 상황별 아이템 6.

박진명

To. 짐 정리에 취약한 당신
지속 가능한 여행을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여행지에서 불필요한 낭비나 쓰레기를 줄이는 것입니다. 텀블러나 개인용 식기부터 세면도구, 실내 슬리퍼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건은 모두 챙겨가면 좋겠습니다. 저도 한때는 버릴 물건을 가져가 여행지에서 처분해 짐을 덜거나 새로 구입한 물건으로 가방을 채우곤 했어요. 여행지가 나에겐 잠시 머물다 떠날 곳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말이죠. 그걸 깨닫고 난 후로 짐싸기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파우치를 사이즈별로 마련해 각종 짐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방법도 터득했죠.
짐싸기에 가장 유용했던 제품은 미국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쿠(Baggu)의 여행 파우치(32달러부터)입니다. 다회용 장바구니로 유명한 브랜드예요. 큐브형의 파우치, 3D형 파우치, 플랫 파우치 등 형태가 다양해 취향과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모든 물건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넓게 펼쳐지는 파우치를 좋아합니다. 키치한 프린트와 패턴, 과감한 색조합도 매력적이죠. 바쿠의 파우치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100퍼센트 재활용 나일론 소재로 제작했기 때문인데요. 사실 바쿠는 다회용 장바구니로 유명한 브랜드예요. 디자인부터 생산, 운영, 마케팅, 브랜딩까지 등 제품 제작의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가장 우선합니다. 모든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는데, 특히 나일론 소재의 경우 2022년부터 100퍼센트 리사이클링 원단을 사용하고 있어요. 패키지 역시 생분해성 폴리백과 FSG 인증을 받은 100퍼센트 재활용 종이를 활용합니다.

P.S 파우치와 장바구니 외에도 수건과 모자, 피크닉 담요, 가방 등 다양한 여행용품이 있으니 한 번 둘러봐도 좋을 듯해요.
P.S.2. 짐싸기부터 여행지 선택하기까지 지속 가능한 여행법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 

 
To. 아직도 비닐봉지에 신발을 넣어 다니는 당신에게
친동생과 여행을 갔을 때 일이에요. 여행지에서 열심히 놀고 마지막 날 체크아웃 전에 짐을 정리하는데, 동생이 갑자기 검은 비닐봉지 못 봤냐고 묻더라고요. 방 안에 굴러다니던 비닐봉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던 찰나였어요. “이거 내 신발주머니인데 왜 버려!”라며 버럭하더라고요. 여행 한 달 내내 크록스 신발을 넣고 다닌 애착 아이템이었다나 뭐라나.
제 동생처럼 여분의 신발을 비닐봉지에 넣어 다니는 당신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제품은 래코드(RE;CODE)의 슈백(4만9,000원)입니다. 래코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전개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입니다. 2012년부터 사소한 불량으로 폐기 직전에 놓인 산업용 소재, 특히 에어백 업사이클링에 주력하며 패션 산업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를 던져 왔어요. 지난해가 벌써 론칭 10주년이었더라고요. 래코드에서 만드는 옷은 재고와 제품 제작 후 남은 자투리 천, 부자재 등을 사용합니다. 액세서리 라인에는 에어백, 카시트 등의 산업 자재와 친환경 원단을 적용하고요. 래코드의 슈백 역시 에어백 원단과 면을 앞뒤로 적용해 만들었는데요. 디자인만 보면 별다른 점이 없어보이지만, 산업용 소재의 탄탄함과 버려질 위기에 처해 있던 에어백 원단을 재활용했다는 점이 구매 욕구를 마구 자극하는 제품이에요.

P.S 검은 비닐봉지를 부스럭거리는 동생 옆에서 저는 더스트백을 주섬주섬 꺼냈어요. 옷을 구입하면서 받은 포장용 더스트백을 신발주머니로 활용하고 있거든요. 저를 바라보던 동생의 부러운 눈초리가 잊혀지지 않네요. 

 
To. 보부상처럼 짐을 이고 지고 다니는 당신  
3년 만에 떠난 해외여행은 달라진 것 투성이더라고요. 가장 신기했던 건 QR코드로 등록해 사용하는 이심(eSIM)이었어요. 번거롭게 유심(USIM)칩을 갈아 끼우는 것도 옛이야기가 되어버렸죠. 편리하기도 하지만, 여행이 끝난 뒤 버려지는 쓰레기가 하나 줄었으니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불편해서 되레 좋았던 점도 있습니다. 호스텔에 체크인하면 침대 위에 늘 보송한 수건이 놓여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머물렀던 호스텔에선 보이지 않더라고요. 호스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2유로에 수건 한 장을 빌려준다고 하더군요. 자원 절약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수건이나 새 침대 시트를 제공하는 것이죠. 환경 부담금이라 생각하고 2유로를 기꺼이 지불했어요. 지속 가능한 여행은 뭐든 덜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배낭은 무거워져야 하는 것 같아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면 생필품 정도는 개인용품을 챙겨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테니까요.
덴마크 코펜하겐의 패브릭 브랜드 테클라(Tekla)의 타올이 있었다면, 수건 없는 휑한 침대를 마주했을 때 절대 당황하지 않았겠죠. 테클라는 리빙 제품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만한 브랜드예요. 테클라의 타올은 조금 비싸긴 해도 심플하고 미니멀한 북유럽 디자인이 돋보이는 아이템이죠. 무엇보다 100퍼센트 유기농 면을 사용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집니다. 제가 만져봐서 알아요. 올해 선보인 새로운 컬렉션은 아이슬란드 수영장과 그곳에서 발달한 목욕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컬렉션 소개에 의하면, 아이슬란드에선 수영장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탈리아에 있는 광장이나 영국의 펍처럼요. 테클라의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 평범한 욕실도 아이슬란드 온천이 될 거예요. 뭐 사실, 어디든 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제 욕실은 베를린의 유스호스텔이 되었으면 해요.

P.S 테클라 제품을 주문하면, 친환경 포장재에 배송됩니다. 포장재 역시 제품 선택의 이유가 되는 시대가 됐네요.
 
To. 최근에 여권을 갱신한 당신
3년 넘게 비행기와 거리를 두는 동안, 여권 만료일이 훌쩍 지났네요. 차세대 전자여권을 새로 발급받았습니다. 표지부터 내지까지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적극 반영한 디자인이 꽤 인상적이에요. 가장 큰 변화는 보안성과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플라스틱 재질로 바뀐 개인정보이 아닐까 싶어요. 새 여권을 받고 나니, 낡고 헤진 여권 케이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엘라벤(Fjallraven)의 제품이었다면 왁스칠 몇 번으로 다시 새 케이스가 됐을 텐데’하는 아쉬움과 함께요.
피엘라벤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G-1000’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예요. 창업자 아케 노르딘(Ake Nordin)이 텐트의 경량화를 위해 개발한 천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브랜드의 시작이죠. 이후 이 소재에 비왁스(Bee Wax)와 파라핀을 섞어 발수와 방풍 기능을 향상시킨 ‘G-1000’를 만들었어요. ‘오래 입는 것이 곧 친환경’이라는 모토를 실현한 셈이죠. 옷이 오래오래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비왁스와 파라핀을 섞은 왁스도 개발했어요. 발수∙방풍 기능이 약해진 부위에 왁스를 칠하면 금방 기능이 복구가 됩니다. 여권 케이스도 마찬가지예요. 전자 칩이 내장된 여권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 같아 든든합니다. 개인적으로 동전을 수납할 수 있는 주머니가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P.S 혹시 저만 동전 관리가 어려운 건 아니겠죠. 여전히 현금을 많이 사용하는 유럽이나 일본을 여행할 땐 동전 지갑만큼 유용한 게 없어요. 피엘라벤 동전 지갑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라요.
 
To. 더 좋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는 당신
요즘 명품 소비 연령대가 점점 낮아져 10대도 명품 지갑을 구입한다고 해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아이돌 멤버를 앰버서더로 선정하고 있거든요. 케이팝의 주 소비층인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명품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블랙핑크 제니의 샤넬, 지수의 디올, 이 명품 브랜드의 기후 위기 대응 점수는 몇 점일까요? 최근 케이팝 팬들의 기후 위기 대응 디지털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과 국제환경단체 액션스픽스라우더(@action.speaks.louder)가 발표한 보고서 ‘명품 언박싱 : 그린워싱 에디션’에 따르면, 샤넬과 디올 각각 F, E를 받았다고 합니다(자세한 내용은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사춘기인 10대를 설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어른인 우리가 해야할 일은 분명히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소개하는 아이템은 에기로의 카드 지갑(3만8,000원)입니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한지를 자연섬유와 접목한 식물성 가죽 ‘하운지’로 만들었죠. 하운지는 땅에 매립된 지 6개월이 지나면 92퍼센트가 분해돼 흙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소재예요. 한지가 지닌 통기성과 향균, 소취 기능 덕분에 의류는 물론, 신발, 가구 등의 소재로 활용되며, 생분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죠.
파도오브서울은 하운지 같은 비건 가죽이나 폐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원단을 활용해 지갑과 가방, 모자 등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예요. 지갑 제품은 얇은 카드 지갑부터 지폐와 동전을 넣을 수 있는 일반 지갑, 립스틱이나 파우더 같은 작은 소지품도 넣을 수 있는 미니 백까지, 세 종류가 있어 취향과 용도에 맞게 고를 수 있죠.
환경을 위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품질 좋은 지갑을 구입해 오래오래 사용하는 거겠죠? 친환경 소재로 만든 제품이라면 더욱 좋겠고요. 내가 지니는 물건으로 나만의 철학을 드러내는 가치 소비의 시대잖아요.

P.S.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피치바이피치 공식 인스타계정(@pbp.seoul)로 제보해주세요!
 
To. 캠핑에 처음 초대받은 당신!
지난여름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불의 섬:사이렌>을 기억하나요? 총 24인의 여성이 직업군별로 6개의 팀을 이뤄 미지의 섬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프로그램인데, 육체적 힘 겨루기뿐만 아니라 각각의 직업의식을 잘 담아내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적 있죠.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보자면, 생존 가방을 꾸려 섬에 도착한 참가자들에게 각자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담으라며 손바닥만한 파우치가 주어진 순간인데요. 과몰입러답게 나라면 무엇을 담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 캠핑을 나설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당시 캠핑 장비를 많이 갖고 있던 친구가 “숟가락은 가져와.”라고 했던 것도. 그때 이후로 제게는 ‘생존의 기본은 커트러리다’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불의 섬:사이렌>의 참가자들은 나무를 깎아 뭐든 만들어 내더라고요).
휴대용 커트러리, 중요합니다. 디자인과 활용성이 뛰어난 제품이면 더더욱 좋고요. 식기 제작 50년의 역사를 가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타카쿠와 킨조쿠의 커트러리(1,000엔)는 스푼, 포크, 나이프를 콤팩트하게 하나로 결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휴대가 용이해요. 가볍고 내구성이 좋은 티타늄이 아닌, 스테인리스로 만든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니까 그 정도는 눈 감아주기로 합니다. 타카쿠와 킨조쿠는 커트러리 이외에도 코펠이나 머그 등의 캠핑용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이 제품군 역시 활용성을 높인 디자인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저는 길거리 음식이 발달해 있는 동남아로 여행갈 때도 꼭 휴대용 커트러리를 챙기는 편이에요. 그것만 있으면 어디서든 쾌적하게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쓰레기에 대한 죄책감도 조금은 덜 수 있고요.

P.S. 여러분이라면 손바닥만한 생존 파우치에 어떤 물건을 담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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