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치 바이 매거진

Peace Day
평화의 날

평화를 되찾기 위해 격렬히 싸웠던 그 자리를, 내 안의 평화를 찾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강원도 양구에서 펼쳐진 강원피스투어의 펀치볼피스트레킹, 그날의 취재 노트.

박진명
취재 협조 강원피스투어

강원피스투어는 강원도 DMZ 접경 지역에서 여행・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공정여행사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이기찬 대표는 북한과 평화 등의 주제을 주제로 교육과 여행, 캠페인, 교류사업 등을 다루는 NGO에서 일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강원피스투어를 시작한 것. 펀치볼피스트레킹, 양구DMZ공정여행 등의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원피스투어는 지역 내 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곳을 찾아 소개하고 생태적 가치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치열한 자본주의와 경쟁사회에 지친 현대인이 평화와 생태를 테마로 색다른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펀치볼피스트레킹 코스 펀치볼 둘레길 – 점심 식사 - 양구전쟁기념관・양구통일관 – 까미노사이더리 – 박수근미술관

📝 메모 1. 1951년 양구에서 생긴 일

일년 중 가장 덥다는 8월, 강원도 양구 해안면에 위치한 펀치볼 둘레길을 걷기 위해 산 중턱에 있는 미팅 포인트를 찾았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리는 폭포 앞에 있으니 등줄기에 난 땀이 금세 식었다. 사람들이 모이자 산림청 소속 정광규 숲길등산지도사가 DMZ펀치볼둘레길을 소개했다. 평화의 숲길, 오유밭길, 만대벌판길, 먼멧재길 총 4가지 코스 가운데 오늘 걸어볼 곳은 오유밭길. 총 20.1킬로미터 길이(5시간 소요)의 트레킹 코스지만 오늘은 맛보기로 짧은 구간만 걸어보기로 했다. 지역 특성상 펀치볼 둘레길은 숲길등산지도사 없이 입장이 불가하다.

한국 전쟁 중 이곳에서는 무려 아홉 번의 고지전이 펼쳐졌다. 양구는 휴전회담이 시작된 이후 군사분계선 설정 문제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던 지역이다. 당시 펀치볼에서는 1951년 12월 25일, 중공군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고지 전투를 시작으로 피의 능선 전투, 펀치볼 전투, 백석산 전투, 도솔산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가칠봉 전투, 대우산 전투, 949고지 전투가 차례대로 발발했다.

“아마 저녁 무렵이었겠죠. 가칠봉 쪽에서 해안면을 내려다 본 미국의 종군 기자가 분지에 노을이 빨갛게 드리워진 모습을 보고 ‘꼭 와인이 담긴 펀치볼(Punch Bowl)같다’고 표현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지역에서 미군이 피를 흘리며 격렬히 싸우고 있다는 내용의 그 기사 이후로 이 마을은 펀치볼로 불리기 시작했죠.”

펀치볼의 정확한 명칭은 해안분지. “‘해안면’이라고 하면 다들 바다부터 찾아요. 해안면은 한자로 돼지 해(亥), 편안할 안(安)을 사용합니다.” 이 마을은 예부터 뱀이 많이 출몰했다. 습도가 높은 분지 지형의 특성 때문이었다. 어느 날, 한 고승이 마을을 지나가다 뱀 때문에 농사를 망쳐 괴로워하는 주민을 보고 ‘돼지를 키우면 편안해질 것’이라고 말했고 이후 집집마다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믿거나 말거나 돼지가 뱀을 먹어 치워 농민들이 편안해지면서 마을의 이름은 ‘해안’이 되었다고 한다.

- DMZ자생식물원 :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 2304

📝 메모 2. 지금 양구에서 생기고 있는 일

소나무가 주는 시원한 그늘 아래를 걸으며 오유밭길 코스의 종점인 DMZ자생식물원에 도착하니 딱 두 시간 남짓 흘렀다. 20인 이상의 인원이 참여하는 투어라면 해안면 주민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숲밥’이 점심 식사로 나오겠지만, 이번 투어는 소규모로 진행되었으므로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현지 식자재로 만든 한식 뷔페를 먹고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양구전쟁기념관・양구통일관을 찾았다.

양구전쟁기념관은 치열했던 9개의 전투과 선열들의 업적을 재조명하기 위해 2000년 개관했다. 9개의 전투를 기리는 기념비가 하늘 높이 솟아 기념관 앞을 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각각의 기념비 높이가 다르다는 것인데, 각 전투가 펼쳐진 봉우리의 고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기념관에선 전시보다 이기찬 대표의 설명이 흥미를 돋구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원래 장난감 총이 있었어요. 앞에 달린 빔 프로젝터에 인민과 국군이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 인민을 쏘면 점수를 주고 국군을 쏘면 점수를 깎는, 그런 구시대적인 오락이 있었죠. 정말 최근까지도요.”

- 양구전쟁기념관∙양구통일관 :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후리 629

양구 파지 사과로 콤부차와 발사믹식초, 사이더 등을 만드는 까미노사이더리를 방문할 차례. 넓은 정원을 가로질러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티타임을 갖고 있는 정겨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새콤하고 시원한 콤부차 한 잔을 들이켰다. 트레킹으로 지친 피로와 더위가 싹 가시는 맛이다. 까미노사이더리는 귀촌한 여고동창생 두 명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영감을 얻으면서 시작됐다. 프랑스 노르망디와 영국 서머셋에서 팜스테이를 하며 애플 사이더 양조법을 배워온 37년 지기 두 사람은 유럽의 사과 품종과는 달라 실행에 옮기기에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토종 사과로 애플 사이더 만들기에 성공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환경과 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코스는 박수근미술관. 양구 출신인 박수근 화백의 삶과 예술, 모든 것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아니, 여전히 살아서 반짝거리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내부에 전시된 그의 여러 작품과 관련 자료 외에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빨래터와 나무까지 그대로 옮겨놓은 야외 공간도 흥미롭다. '예술은 고양이 눈빛처럼 쉽사리 변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깊게 한 세계를 깊이 파고드는 것'이라는 박수근 화백의 말처럼 이곳은 '박수근'이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하나의 세계였다. 뒷동산에 있는 그의 묘지까지 다녀오니 강원피스투어가 진행하는 ‘펀치볼PEACE트레킹’은 끝이 났다.

- 까미노사이더리 : 강원도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국토정중앙로 126

- 박수근미술관 :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BUY
DMZ 평화의 길 투어 (마감)
50,000 원

📝 메모 3. 투어가 끝나고 이기찬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강원피스투어를 운영하는 멤버는? 5명의 전・현직 NGO활동가, 문화연구자, 디자이너.
강원피스투어의 소셜 미션은?
DMZ 지역을 주민과 여행자 모두에게 평화롭고 즐거운 곳으로 만들자.
강원원피스투어를 표현하는 가지 키워드는?
여행과 평화.
강원 지역 DMZ 매력은?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DMZ의 생태의 만남.
강원피스투어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투어 프로그램?
강원도 양구에서의 펀치볼피스트레킹, 양구DMZ공정여행, 고성에서의 남고성경계투어(East of the DMZ).
지속 가능한 여행이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여행. 특히 넘치지 않는 것.
앞으로의 계획?
흑자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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