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 2. 도시 한복판에서 벌을 키운다는 것
도시에서 벌을 키우는 건 시골과 많이 다른가요?
유럽이나 미국 내 도시에는 숲이나 공원 등 녹지가 많아 도시 양봉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데 반해, 서울은 빌딩숲과 아파트에 둘러싸인 대도시의 이미지가 강해 도시 양봉을 한다는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서울에도 산이 많아 녹지 비중이 38퍼센트 정도 된대요. 뉴욕 맨하튼과 비슷한 수치죠. 오히려 밀원이 충분하고 벌이 살기 좋은 환경이에요. 벌은 2~3킬로미터 반경 내에 있는 꽃가루와 화밀을 먹으러 돌아다녀요. 시골의 경우 주변 논이나 밭에 살충제나 농약 등을 뿌려 벌에게 좋지 않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데, 도시에선 그럴 가능성이 낮죠.
꿀벌을 키우면서 배우는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일벌은 약 한 달을 살다 죽고, 여왕별의 수명은 4년 정도 돼요. 여왕벌이 점점 산란 능력이 떨어지거나 페로몬의 향이 옅어지면 일벌끼리 커뮤니케이션해서 어떻게 할지 결정을 해요(이를 꿀벌의 민주주의라 불러요). 또다른 여왕벌을 중심으로 군집을 형성해 번식을 하는 거죠. 이런 꿀벌의 생태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관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양봉도 인위적인 행위죠. 그런데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과 다른 점은 그들의 습성을 이해하고 그대로 따르는 거예요. 인간의 세계에 적응시키려는 노력 없이.
영국 런던에서 취득한 허니 소믈리에 자격증이 보이네요. 허니 소믈리에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저는 2주 교육 과정을 이수했는데요. 2주 동안 꿀을 맛보면서 센서리(감각, Sensory)를 키우는 과정이에요. 과학 이론부터 방법론, 꿀의 플레이버 휠(Flavor Wheel) 등을 배우죠. 꿀도 와인이나 치즈처럼 생산지마다 각기 다른 맛과 특징, 스토리를 가지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전 지역의 기후나 식생이 비슷하기 때문에 꿀의 맛 또한 대체로 비슷한데, 다양한 기후에서 자란 식물로 부터 기원한 꿀들을 맛보며 유럽에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죠. 꿀이 마냥 달지만은 않거든요. 치즈처럼 꼬릿하고 시큼한 맛부터 짠맛, 쓴맛, 신맛도 나는 꿀이 있어요.
아뻬 서울이 트러플이나 바닐라빈, 라벤더 등의 식자재를 이용해 다양한 꿀의 맛을 선보이는 이유는 ‘꿀은 무조건 달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가요?
라벤더 꿀은 실제로 있어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처럼 라벤더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에서도 소량만을 생산할 수 있는데요. 유럽이나 북미와 달리 라벤더가 잘 자랄 수 있는 기후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는 라벤더 꿀이 나올 리 만무하죠. 그 맛을 내기 위해 직접 채밀한 꿀에 라벤더를 넣었어요. 그 다음은 스파이시, 트러플, 바닐라빈을 넣었죠. 아뻬 서울의 시그너처 디저트인 카눌레는 틀에 밀랍을 발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 만들었어요. 꿀과 벌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메뉴라면 뭐든 개발하고 있죠. 꿀이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걸 친근하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싶어요.
사명을 인그리디언츠컴퍼니로 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에요. 꿀처럼 각자의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음식 재료(ingredient)를 디깅해 제품을 개발한다는 확장성을 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