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근교 포츠담 상수시공원

 

© 유선우

Berliner’s Vegan Life
베를린으로 떠나는 비건 여행

채식을 하려면 애써 찾아다녀야 하는 한국과 다르게 독일 베를린에선 어디에 가든지 채식 메뉴를 찾을 수 있다. 베를린으로 여행을 계획 중인 채식 애호가라면 일정 중 하루는 비건 베를리너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유선우

베를리너의 라테는 말이야
Concierge Coffee

슈프레(Spree) 강줄기를 따라 푸릇하게 이어진 산책로 앞, 두 건물 사이를 잇는 터널 같은 길의 한쪽 벽면에 자리한 로스터리 카페. 붉은 벽돌이 어우러진 하얀 외벽에 창문 하나, 초록색 문 하나가 달려 있어 마치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9와 3/4역’ 같은 비밀스러운 느낌이 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오는 공간 역시 책상 하나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 컨시어지 커피는 규모는 작지만 동네 주민에게 사랑받는 카페다. 열린 창문 너머로 메뉴를 주문하면 오픈 주방에서 바리스타가 샷을 추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음료가 완성되면 다정히 눈을 맞추며 건네준다.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슈프레강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하면 베를리너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천 이유 1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동네 카페다. 한국과 비교하면 독일의 카페 메뉴판은 단출한 편. 독일 여행 중 반복되는 블랙커피, 라테 같은 메뉴가 지겹거나, 베를린에서 색다른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컨시어지 커피가 딱이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차이티 시럽과 잘 추출된 에스프레소가 완벽한 비율을 이루는 아이스 더티 차이라테를 유기농 오트 밀크로 바꿔서 마셔보자.


 

MZ 베를리너들이 줄 서서 먹는 국수가 있다?!
Wen Cheng

MZ세대 베를리너의 입맛을 사로잡아 3호점까지 낸 국수 전문점. 중국 산시성에서 유래한 비앙비앙 누들(Biang Biang Noodle)이 이곳 웬쳉의 시그너처로, 가게 앞에 항상 줄이 늘어 서 있을 정도로 인기다. 수제비 같은 찰진 식감이 특징인 넓적한 수타면에 홈메이드 스튜, 신선한 칠리와 쓰촨 페퍼, 마늘과 고수를 비롯한 아시아 향신료가 면에 스며들어 감칠맛을 낸다. 양념이 자극적이면서도 오묘해 뒤돌아 서면 또 생각나는 맛. 노상 감성을 선호하면 1호점으로 가보자. 

추천 이유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젓가락질이 그리운 날이 있다. 웬쳉은 그럴 때 찾아가기 좋은 음식점. 비앙비앙 누들에 두부와 표고버섯 토핑 또는 가지와 다진 콩고기 옵션을 선택해보자. 새콤하게 절인 오이에 고추기름을 두른 으깬 오이무침 역시 별미. 반찬도 맛있으니 말 다했다. 긴 줄이 끊이지 않는 데엔 역시 이유가 있다.

 

소시지도 비건? 소시지의 나라 독일의 다양성
Curry 36

베를린 하면 생각나는 대표 길거리 음식 커리부어스트(Currywurst). 독일어로 소시지라는 뜻의 부어스트(Wurst)에 커리 향신료를 입힌 토마토소스를 뿌린 음식이다. 커리라는 단어 때문에 카레를 떠올리기 쉽지만 커리 가루는 살짝 스쳐 지나간 듯 향이 세지 않고, 달짝 시큼한 케첩을 뭉근히 끓여낸 소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리부어스트로 베를린을 평정한 커리 36의 ‘오리지널 커리36 케첩’은 독일 내 마트에서도 판매할 정도로 인기. 베를린동물원(Berlin Zoologischer Garten)역 앞에 위치한 매장은 스탠딩 테이블도 갖췄다. 마트에서 맥주를 사서 곁들이면 천상의 궁합. 

추천 이유 '소시지가 어떻게 비건이지?'라는 의문이 생긴다면 커리36의 비건 커리부어스트를 선택해보자. 일반 소시지와 식감도, 맛도 별반 다르지 않아 비건 소시지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지도. 베를린중앙역(Berlin Hauptbahnhof) 안에도 커리36 매장이 입점해 있어 기차 여행을 할 때 들르기에 좋다. 감자튀김은 꼭 추가할 것. 독일의 감자튀김은 상상 이상으로 맛있다. 주문 시 비건 마요네즈를 뿌려달라고 요청하자. 마요네즈와 감자튀김, 커리부어스트는 절대 실망할 일 없는 조합이다.

 

나를 망치러 온 한 스쿱의 젤라토
Eispatisserie Hokey Pokey

세계 각지의 5성급 호텔에서 수년간 일한 숙련된 페이스트리 셰프 니코 로버트(Niko Robert)가 만든 브랜드. 아이스파티셰리는 독일어로 고급 제과점을 뜻하는 ‘파티셰리’(Patisserie)와 아이스크림이라는 뜻의 ‘아이스’(Eis)의 합성어다. 이름에 걸맞게 아이스파티셰 호키포키의 젤라토는 최고의 식자재에 장인 정신을 더해 만든다. 토핑으로 사용하는 브라우니를 직접 굽고, 레몬즙과 라임즙은 일일이 손으로 짜 사용하니 그 결과물이 훌륭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프랑스 발로나 초콜릿, 이탈리아 시칠리아 피스타치오, 마다가스카르나 타히티에서 온 바닐라빈 등을 사용해 훌륭한 맛을 유지하고 계절마다 제철 식자재로 메뉴 구성에 변주를 준다. 한 입만 먹어보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미소가 그 노력과 맛을 증명해줄 것이다.

추천 이유 호키포키는 이름이 풍기는 경쾌한 분위기가 매장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밝고 따뜻한 조명과 금빛이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요소. 20여 가지 종류의 젤라토로 채워진 냉장고 앞에 서면, 어떤 맛을 고를지 고민하는 시간조차 달달하달까. 텁텁함이 남지 않는 비건 과일 소르베를 택해보자. 체리와 산딸기, 인도 망고 같은 과일의 과육을 그대로 살린 녹진하고 쫀득한 소르베뿐 아니라 계피나 바질과 같은 향신료를 레몬, 사과 등과 조합해 사각거리는 식감과 독특한 향이 매력적인 소르베까지. 한 입 베어 물면 절로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베를린 대학생의 학식 라이프
Universität Potsdam

독일어로 학생 식당을 뜻하는 멘자(Mensa)는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을 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 식사를 제공한다. 꼭 학생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니 대학 탐방을 계획하고 있다면 점심시간에 맞춰 멘자에 들려보자. 베를린 C구역에 자리한 포츠담대학교의 학생 식당은 매주 수요일이 채식데이. 그 외 요일에도 4~5개의 메뉴 중 한두 가지는 비건 또는 베지테리언을 위한 메뉴로 구성된다. 

추천 이유 포츠담대학교의 상수시 신궁(Neues Palais) 캠퍼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상수시 공원(Park Sanssouci) 내에 자리한다. 프로이센의 왕 프리드리히 2세 제위 기간 때 완공한 궁전 건물 중 한 곳을 오늘날 포츠담대학교 캠퍼스로 사용하고 있다. 캠퍼스 투어로 상수시 공원과 옛 궁전을 살펴볼 수도 있다. 포츠담대학교 멘자의 모든 음식은 5유로 이내.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들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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