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전복과 미역국, 각종 나물과 젓갈로 차린 조식을 먹고 안쪽에 자리한 다실에 모여 앉았다. 반달 모양 사과와 방금 우린 녹차, 창밖으로 펼쳐진 월출산 봉우리들. 하룻밤 숙소로만 생각한 한옥에서 이렇게 근사한 아침 시간을 보내다니, 이조차 준비된 일정의 하나라면 더없이 사려깊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9시, 달빛한옥마을을 떠나 월정사지에 모인 우린 강진군청에서 나온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월남소류지와 금릉경포대 등을 산책하고 다시 이한영차문화원을 찾았다. 달콤한 카스텔라보단 담담한 다식에 가까웠던 어제의 기억. '좋아서 하는 밴드'의 나무 실로폰 소리 같은 목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강진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한식당 예향에서의 점심 식사다. 생선회와 홍어 삼합, 바지락무침과 전복구이, 떡갈비에 낙지볶음까지 남도 일미가 총출동한 메뉴로 성찬을 즐긴 후 서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섬세하고 다정했던 1박 2일의 여행. 숲과 길과 마을에서, 차와 달과 노래에 스며들며 사색에 잠겼다. 먼 시간을 돌아 나의 계절에 도착한 기분. 강진에서 차의 마음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