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임

The Walk is Mine
사진가 정수임의 타이완 산책 여행기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낼 때, 불안한 마음을 다독일 때도 산책만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진가 정수임. 그녀가 보내온 타이완 산책 여행기.

글 ∙ 사진 *정수임
* 여행 잡지에서 포토 디렉터로 일하며 세계를 떠돌기 시작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행으로 인생의 에너지를 충당하는 모순적 생활을 반복하는 중. 요즘은 살아보는 여행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봄에는 타이완, 올 여름에는 도쿄에서 길게 머물렀다.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에디터가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며 작년에 여행한 타이완에 대한 간략한 소회를 부탁했다. 그러지 뭐. 나는 현재 도쿄의 미타카역(三鷹駅) 주변에 있고, 오늘 촬영한 것 중 한 장이라도 건질만한 이미지가 있겠냐며 머리를 쥐어뜯는 참인데 잘됐다. 잠깐 타이완으로 바람 쐬러 가볼까. 아, 그런데 회상해보니 이건 꼭 타이완에 대한 소회가 아니다. 나의 평생 치료법인 산책에 대한 짧은 소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영국 출신의 가수이자 작가 스티븐 패트릭 모리세이(Steven Patrick Morrissey). 그저 영국을 대표하는 가수 중 한 명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투브에서 그가 동네 걷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꽤 공감이 갔다. 좀 더 찾아보니 그는 영국 브릿팝의 아이콘 같은 존재이고 그의 청년기는 〈잉글랜드 이즈 마인(England is Mine)〉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영국 팝에 딱히 관심은 없어 영화까지 굳이 찾아볼 생각은 없지만, 스토리를 찾아 보니 맨체스터에서 은둔형 외톨이처럼 보낸 유년 시절에 관한 내용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에서 글을 쓰고 TV를 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칠 수 없을 때면 동네를 산책하며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고 한다. “남들에게 산책하는 내 모습이 꽤나 우울하고 한심하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거리를 걷는 것은 나에겐 글을 쓰게 하는 완벽한 연료 같은 것이었어요.”
타이완의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뜬금 없이 웬 영국 가수 얘기냐 싶겠지만 나에게 산책은 공간이나 지역의 영역을 벗어난다. 모리세이가 느끼는 것처럼 산책은 꽤나 오랫동안 나의 유일한 치유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슨 질병이 있다는 건 아니고, 좀처럼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회에 인간으로 태어나 갖게 되는 기본적인 우울, 허무, 이따금의 조울, 방황 등에서 벗어나 정상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산책이 도움이 된다는 거다. 인간에겐 이러한 자신만의 치유법 하나 정도는 필요하지 않은가. 누군가에겐 산책, 누군가에겐 뜨개질이 될 수도 있는 소소한 치료법 말이다.
타이완으로 갈 당시 난 한국이 무척 싫었다. 그냥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었는데, 먼 곳에 준비 없이 떠나 고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의 인생 첫 해외 여행지이자, 여러 번 가봐서 친근하기도 한 타이완을 택했다.
타이완에서 많이 걸었다. 목적지에 최단 시간 도착하는 여행이 아닌, 비효율적 판단으로 여정의 중간 중간을 채우는 여행. 개고생을 사서 해서 더 많이 걸었다. 산책의 시간을 반으로 쪼개면 한쪽은 눈으로 풍경을 좇는 시간, 나머지 반쪽은 내면의 생각을 끊임없이 표출해내는 시간이다. 발이라는 신체의 일부가 열심히 움직이면서 내 몸에 완벽한 연료가 되고 뇌로 전달되어 걷고 또 걸으며 생각하도록 만들더라.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그 당시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차 있는지에 따라 참 다르게 보인다. 혹은 눈으로 좇는 풍경이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수도 있고. 첫 출발지인 타이베이에선 콘크리트 도시의 단편적 모습들만 보이다가, 남쪽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평온하고 즐거운 모습에 끌렸다. 아마도 여행을 할수록, 많이 걸을수록 감정적으로 유해졌던 것 같다. 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야시장의 먹거리 속에서 ‘복잡하게 살기엔 역시 인생은 짧군.’ 하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은 또다시 복잡한 대도시 안에서 뭐 건질 만한 이미지 나부랭이 없나 고민하고 있지만…. 아아, 몰라 몰라, 고민하지 말자. 머리 뜯기도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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