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스테이호재

 

제주 스테이호재

Zero Waste Staying in Jeju
제로 웨이스트 숙소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기를

'스테이호재'는 제로웨이스트 숙소가 너무 당연해져 스테이호재의 철학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될 날을 꿈꾼다. 

김명희
인터뷰이 박솔희(스테이호재 운영자)

스테이호재의 첫인상은 휴양지 제주와 어울리는 낭만적인 감성 숙소였는데, 역시 어떤 것이든 자세히 들여다봐야 진면목을 알게 된다. 이 집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운영자의 치열한 고민과 마음이 담겨 있다. 여행자가 좀 더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머물길 바라는 마음. 더 나아가 김녕 바다가, 제주도가 깨끗하게 오래오래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 여행작가 시절 경험한 제로 웨이스트 숙소를 롤모델 삼아 제주에서 스테이호재를 운영하는 박솔희 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스테이호재를 소개해주세요.
스테이호재는 제주 동쪽 고즈넉한 바다 마을 김녕리에 위치한 프라이빗한 독채 숙소입니다. 마당에는 동네 길냥이들이 어슬렁거리고, 창문 너머 빼꼼 바다도 보이는 곳이죠. 이곳을 ‘제로 웨이스트 숙소’라고 생각한 적 없이 자연스레 그렇게 운영하고 있었는데 제로 웨이스트와 탄소 저감이라는 키워드가 주목받으면서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네요.
 
스테이호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적인 요소는?
일단 플라스틱 생수병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직수 정수기를 비치하고, 마당에서 뜯은 로즈메리 혹은 민트를 넣어 향긋한 허브워터를 제공해요. 커피 드립백은 도보 10분 거리의 로컬 로스터리에서 사오고, 웰컴 스낵 역시 제주에서 생산된 브랜드 제품이에요. 배송에 드는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할 수 있고, 제주의 로컬리티도 물씬 느껴지죠.
어메니티는 가급적 플라스틱이나 일회용이 아닌 것을 쓰려 노력하고 일회용 용기 대신 벌크 제품을 비치해요. 일회용 플라스틱 빗과 부직포 슬리퍼 대신 우든 브러시, 가죽 슬리퍼를 살균해 제공하고요. 일회용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비치하고 있어요. 또한, 쓰레기봉투는 더 비싸더라도 생분해 비닐을 사용해요. 청소할 때도 화학 성분의 세제와 탈취제는 가급적 쓰지 않고 구연산, 피톤치드를 활용하고요. 핸드 워시는 액상 제품이 아닌 발포형 태블릿으로 만들어 리필하고 있답니다.

어떤 계기로 제로 웨이스트 숙소를 운영하게 되었나요?
십여 년간 국내외를 여행하며 글을 쓰는 여행작가로 일하다가 2016년 제주로 왔어요. 관광지 특성상 숙박업소, 카페, 푸드 트럭 등에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자주 목격하며 안타까웠죠. 2021년 초 스테이호재를 오픈하며, 게스트 편의를 낮추지 않는 선에서 쓰레기를 줄일 방안을 고민해 적용한 것뿐이에요. 계기라고 할 게 따로 없을 정도로, 저에게는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어요.

여행 작가를 하면서 다녀본 곳 중 기억에 남는 제로 웨이스트 숙소가 있다면?
베트남 푸꾸옥의 ‘카시아 코티지’와 ‘그린베이 리조트’예요. 푸꾸옥은 본토 남쪽에 있는 휴양 섬이라는 점에서 제주도와 비슷해요. 섬의 특성상 쓰레기 처리 시설이 부족한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해양 오염이 심각해졌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육지보다 더 높은 것 같았죠. 
‘카시아 코티지’에 갔더니, 객실을 청소할 때 천연 세제를 사용하고 세탁물을 전부 자연 건조한다는 거예요. 많은 호텔이 린넨실에서 독한 세제로 빠르게 세탁하고 건조기를 돌리잖아요. 카시아 코티지는 독한 살충제 대신 계피로 만든 모기 퇴치제를 사용하고, 리조트 내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허브를 레스토랑 식자재로 활용하는 것도 정말 친환경적이라고 느꼈어요. ‘그린베이 리조트’는 자체 리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유리병 생수를 객실마다 제공하고 있었어요. 객실 편의용품 중 플라스틱 제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요. 2019년이라 한국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고, 베트남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노력은 보지 못해서 신기했어요.
사실 몇 년 전의 여행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점은 그때 받은 신선한 충격이 지금 스테이호재를 운영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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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요?
십 대 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학생 때도 환경 동아리 활동, 환경 단체 후원과 구독 등을 계속했어요. 지금도 그린피스에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고요. 집에서도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 소창 수건과 행주, 설거지 비누, 샴푸바를 사용해요.

그래도 제로 웨이스트 숙소를 운영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별로 어렵지 않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게스트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만큼만 하거든요.
아직 고체 치약 같은 제로 웨이스트 용품을 어색하게 느끼는 분이 많더라고요. 숙소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어 손님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는 하지 않고 싶어요. 예를 들어, 플라스틱을 줄인다고 고체로 된 샴푸를 비치하더라도 손님이 한두 번 쓰고 버리거나 그걸 담는 용기가 일회용 쓰레기면 큰 의미가 없죠. 현재는 벌크 샴푸로 타협 중이랍니다.
어쨌든 최대한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운영하려는 이유는, 지구에 좋은 게 사람에게도 좋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해요. ‘위생’이라는 이름으로 일회용품을 쓰지만, 개인적으로는 일상 속 세균보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화학 성분들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화학제품 대신 구연산과 피톤치드로 청소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예요. 일회용 컵, 슬리퍼, 빗 등을 비치하고 버리면 솔직히 간편하겠죠. 하지만 저는 마음이 불편해요. 그래서 매번 비품을 닦고, 살균하고, 소독하는 편을 택했답니다. 마음보다는 몸이 불편한 게 더 낫더라고요.

손님의 반응은 어떤가요?
스테이호재는 제로 웨이스트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아요. 이런 노력은 저희 인스타그램 계정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한 알 수도 없을 정도죠. ‘조용한 제로 웨이스트’인 셈이랄까요. 칫솔을 안 가져온 분께는 대나무 칫솔 비용을 받고 있는데, 처음에는 여기에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어요. 하지만 제주 바다를 지키는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는 안내문 때문인지 다행히 대부분 자발적으로 동참해 주시더라고요. 방명록이나 리뷰를 통해 긍정적인 피드백도 종종 받아요.

대나무 칫솔 비용이 제주 환경 단체에 기부되는군요.
제주 곳곳에서 해양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는 세이브제주바다가 마침 김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더라고요. 대나무 칫솔 비용으로 지불해주신 금액과 같은 액수만큼 제가 더해 세이브제주바다에 기부하죠. 제주 여행을 오셨을 때 조금 특별한 활동을 원한다면 비치클린에 참여해보셔도 뜻깊을 것 같아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여행자가 할 수 있는 실천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너무 근엄할 필요 없이 쉬운 것부터 선택해보면 좋겠어요. 스테이호재에서 사용한 대나무 칫솔을 버리지 말고 집에 가져가서 계속 사용하거나, 여행지에서 대중교통이나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 같은 거요. 대형 호텔보다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선택하고, 유명한 핫플보다 나만의 로컬 맛집을 발견해보는 것 또한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되면서도 여행의 깊이를 더하는 좋은 방법이 되겠죠.
스테이호재가 있는 김녕이 궁금해요.
김녕리는 제주 동쪽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에요. 골목골목 산책하면서 진짜 제주의 속살을 느껴보기에 딱 좋은 곳이에요. 김녕 성세기해변은 제주도에서도 손꼽히게 물빛이 맑아 ‘김녕 몰디브 해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고, 운이 좋으면 돌고래도 만날 수 있어요. 제주에 오래 살면서 여러 동네를 다녀보았지만, 아직 김녕만한 곳을 보지 못했어요.

여행자가 이곳을 어떻게 즐기길 바라나요?
제주도 여행을 오면 바쁘게 운전하고 다니며 인증 사진만 찍고 떠나는 여행자가 많잖아요. SNS 피드보다는 마음에 남는 게 많은 여행을 하셨으면 해요. 한 군데를 가더라도 오래 머무르고, 자세히 보고, 천천히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스테이호재에 머문다면, 며칠이나마 현지인이 된 기분으로 골목을 걸어보세요. 이웃집 돌담 너머의 동백나무나 철새, 바다를 구경하며 동네 빵집에 들러 빵을 사고, 커피를 내려 아침을 먹고, 마당을 찾아온 고양이들과 인사하고… 그렇게 여유롭게 머물다 가셨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과 목표를 듣고 싶어요.
제로 웨이스트 숙소도 잘 판매될 수 있고, 손님도 만족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게스트가 불편하면 스테이호재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못할 테니까요. 쓰레기통 비닐을 생분해 비닐로 바꾸는 것 정도의 노력은 게스트에게 아무런 불편을 주지 않잖아요.
한 사람의 완전한 제로 웨이스터보다 열 사람의 느슨한 제로 웨이스터가 지구에 더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다른 숙소 사장님들을 만날 때도 종종 어필하고는 하는데 변화가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미닝아웃*을 추구하는 젊은 층에 어필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고, 오히려 예약에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궁극적으로는 제로 웨이스트 숙소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아서 그걸로 주목받지도 못할 만큼 당연한 게 되길 바라요.

*미닝 아웃(meaning out) : 소비 행위 등을 통해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SNS 등을 통해 표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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