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풍광

 

ⓒ 이유진

Rain or Shine, Hawaii
비가 내리든 해가 비치든, 하와이

사진가 *이유진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찾은 하와이에서 마주한 순간들. 

글・사진 이유진
* 하와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수차례 하와이를 여행하며 하와이의 다양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고, 여행 기록을 모아 〈하와이: 로컬들이 즐겨 찾는 하와이 스팟 99〉을 썼다. 2020년에는 후지필름코리아와 〈피치 바이 매거진〉이 협업한 글로벌 캠페인 서울편에 참여했다.

날씨가 어떻든 밖으로 향했다.

해를 유난히 좋아해 흐린 날엔 쉬이 울적함을 느꼈고, 비가 오는 날은 더욱 그랬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에서는 궂은 날 굳이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이런 내가 하와이에서는 날씨가 어떻든 밖으로 나가보자는 소소 하지만 나름대로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머무는 기간이 한정적이기도 했지만 어차피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하와이는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만큼 섬에 따라 날씨가 제각각이고, 한 섬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날씨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우기라고 해서 하루종일 비가 쏟아지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건기 에도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도 있다.
하와이에 갈 때면 주로 오아후섬에서 지냈지만 이번엔 마우이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마우이섬의 ‘하나 (Hana)’라는 지역에 주로 머물렀는데, 하나는 마우이섬의 카훌루이 공항에서 차로 2~3시간 정도를 운전 하면 닿을 수 있는 조용한 지역으로, 할레아칼라 국립공원(Haleakala National Park)의 * 키파훌루 디스트릭트(Kipahulu District)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 지역에 머물며 조금은 예측 가능한 날씨를 기대해보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나의 날씨는 마우이섬 내에서도 꽤나 변화무쌍한 편에 속하는 듯했다. 그래서 일기 예보를 살피는 대신 그냥 밖으로 나갔고, 걸었다. 비가 내리든 해가 비치든.

* 할레아칼라 국립공원 남쪽 해안가에 위치한 지역. 탁 트인 바다 전망은 물론, 열대 우림과 폭포 등 마우이섬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날 수 있다.

맑은 날이면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을, 비가 내린 날엔 더 짙어진 녹색 빛의 풀과 나무를 마주했고, 때로는 그득 낀 구름 뒤에 숨어 있던 해가 나와 섬을 비추기도 했다. 아침부터 맑은 날보다 흐린 날 만나는 햇빛 한 줄기는 더욱 소중했다. 이슬비가 내리던 아침, 비가 그치기를 내심 기대하며 나갔지만 폭우가 쏟아져 우산마저 소용 없어진 그런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걸었다.
예측한 대로 주어지지 않는 날씨처럼 삶도 그렇다. 생각한 대로만 흘러 가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변화하며 흘러간다. 비가 내리든 해가 비치든 밖으로 향했을 때 마주한 장면들처럼 돌이켜보면 삶은 오히려 애써 통제하려 할 때보다 주어진 지금을 받아들일 때 놓치고 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주곤 했다. 지금도 때로는 통제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 불안함을 느끼곤 하지만 이제는 삶이 내게 주는 것들을 조금 더 믿어보려 한다.

이 사진들은 삶이 주는 것이 햇빛이든 비바람이든 그게 무엇이든 기꺼이 맞아보기로 선택하고 걸음을 내딛은 곳에서 마주한 순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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