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음식을 배우고 나서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인도 남쪽에서 출발해 델리를 거쳐 북쪽 리시케시(Rishikesh)까지 한 달 정도 여행했어요. 남인도는 우리가 으레 떠올리는 인도가 아니더라고요. 유럽이 연상되기도 하고. 일주일 정도 지내다가 델리로 올라갔는데,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요.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땐 그곳의 규칙이 읽히거든요. 인도에도 분명 규칙이 있는데, 그걸 못 읽겠더라고요. 그래서 재미있고 신비로워요. 1년에 한 번씩 가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재미있는 일은 없었나요?
인도에선 아무 데서나 쓰레기를 태워요. 비가 내린 날에는 가방에 흙이 잔뜩 묻어 있더라고요. 흙비가 내린 거예요. 정말 여기는 카오스다, 혼돈이다 싶었죠.(웃음) 그래도 다시 가고 싶어요. 아쉬웠던 것도 있어요. 다른 여행지에서는 이렇게까지 경계하지 않았는데, 인도에서는 너무 조심해서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예요.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거나 현지인만 할 수 있는 경험도 해야 했는데. 다음엔 조금 경계를 풀고 여행하고 싶어요.
인도 여행에서 발견한 지속 가능한 포인트가 있다면?
채식 요리에는 한계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인도는 모든 다양성을 포용하는 곳이다 보니, 저도 존중 받은 경험이 있어요. 채식 클래스에 참여했는데, 차이(Chai)를 주더라고요. 저는 우유를 안 먹으니까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차이는 없냐고 조심스레 물었죠. 수업을 마친 후에 강사가 묻더라고요. 인도에선 베지테리언도 우유는 먹는데, 제가 먹지 않는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고요. 그래서 이야기했어요. 우리나라 소들은 대부분 착취 당하며 우유를 생산하고 있고, 그래서 우유를 먹지 않게 되었다고요. 제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더라고요.
의외였던 점도 있어요. 요즘 인도에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종자 문제가 심각해요. 향신료 천국에서 좋은 씨앗을 찾는 게 어렵다니 슬펐죠. 농장이나 밭을 둘러보는 것도 엄두가 안 났던 것 같아요. 태국에선 지나가다가 농장이나 밭을 쉽게 발견할 수 있거든요. 가도 가도 황무지인 인도에서는 도대체 농장이 어디에 있을까, 인도인들이 먹는 채소는 어떻게 자랄까 궁금했죠. 다음 인도 여행에서는 농장도 가보고 싶어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실천하는 방법을 공유해주세요.
용기와 커틀러리, 텀블러는 기본적으로 챙겨요. 요즘엔 접이식 다회용기도 나오더라고요. 인도 갈 때는 본죽 테이크아웃 박스 2개를 갖고 다녔어요. 그리고 간이 정수기 브랜드 브리타(Brita)의 휴대용 제품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지구커리를 위해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궁금해요.
지금 숙제는 이 공간의 활용 목적을 정하는 거예요. 사실 저는 카레가 지속 가능한 요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쨌든 물 건너 온 향신료에 의존하는 요리니까. 향신료를 최소화해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요리를 해요. 앞으로는 제철 식자재를 활용한 채소 요리와 간단하게 먹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