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동에 자리잡은 계기는?
이곳에서 한평생을 보낸 어르신과 저처럼 대도시 풍경에 지쳐 이곳으로 몸을 숨긴 젊은 층이 거주민의 대부분인데, 그 공생 관계가 미묘하면서도 재미있어요. 가끔 동네 철물점 사장님의 손자 숙제를 봐주거나 이웃 어르신에게 디지털 기기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곤 하거든요. 이제는 서울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분위기라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최근에 다녀온 일본 후지산 북쪽의 작은 도시 후지요시다(富士吉田市). 어디서든 후지산이 보이는, 말 그대로 후지산과 함께 살아가는 마을이에요. 얼마나 시골이냐면, 대다수의 상점이나 식당에 간판이 없어요. 아는 사람들만 찾는다는 뜻이죠. 지도앱에 등록된 바를 찾아 갔는데, 사장님과 일본어, 영어를 섞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친해지게 됐어요. 다음 날 사장님과 함께 후지요시다를 여행할 정도로요. 위험하진 않을까 조금 망설이기도 했지만, 여행의 묘미는 우연에 있잖아요. 정보에 기대기보다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덕분에 재미있는 구경을 많이 했죠. 현지인이 매일 찾는다는 산책길을 걷고 우동집에서 우연히 그분의 사촌 동생도 만나고. 마치 그 동네에 오래 산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짧은 시간 동안 단 한 사람과 이야기한 것만으로 그 도시의 모든 사정을 이해했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런 경험이 여행자의 삶에 새로운 에너지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토투 서울의 게스트가 후암동에서 했으면 하는 것도 바로 이런 거예요.
후지요시다는 어떻게 알게 됐나요?
예전에 친구가 이 도시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머문 적이 있는데요, 힘들 때 쉬기 좋은 곳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도쿄로 여행간 김에 들렸어요. 선택지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모든 게 좋아 보이고 이곳 저곳 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여행을 망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반면 후지요시다에서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 게 좋았어요. 매일 같은 식당, 카페, 바에 가면 자연스레 지역 주민들과 서로 얼굴을 익히게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