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후암동 토투 서울에 제안하는 오래된 동네를 여행하는 방법

 

ⓒ 피치 바이 매거진

How to be neighbor in Huamdong
토투 서울에서 후암동 주민과 이웃이 되는 방법

객실 내 모든 안내문은 재생지로 인쇄하고 대나무 화장지나 우유팩 재생지를 비치하는 등 제로 웨이스트 철학을 공간 곳곳에 심어 놓은 서울 후암동의 로컬 스테이 토투 서울. 이와 함께 토투 서울이 강조하는 가장 지속 가능한 여행 방법은 낯선 동네의 이웃이 되는 것이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SOO(토투 서울 운영자)

토투 서울이 들어서기 전 이 건물은 어떤 용도로 사용됐나요? 
1965년 지은 2층짜리 주택이에요. 객실로 만든 1층에는 원래 미싱 공장이 있었는데, 공장이 없어지고 오랫동안 창고로 방치되던 공간이었죠. 숙박 공간을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설계부터 시공, 인테리어, 가구 제작까지 모두 제가 직접 주도해 리모델링했어요. 인테리어 지식이 없는데다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 완성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요. 2층은 본래 용도대로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어떤 콘셉트로 꾸몄나요? 
평소 트렌디한 카페를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가구 대부분이 보기엔 예쁘지만 사용면에선 불편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이곳은 숙박 공간이니까 더더욱 불편한 점이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심미적∙기능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여행 온 느낌도 주고 싶었어요. 소파에 등받이가 있으면 공간이 답답해 보일까봐 벤치에 쿠션을 올린 모듈형 소파를 만든 것처럼요. 몰딩과 바닥재 등 전형적인 주거 공간 인테리어는 의식적으로 배제했어요. 대부분의 가구는 주문 제작했고요. 

토투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제가 거북이를 좋아해요. 프랑스어로 토투(Tortue)는 거북이를 뜻하거든요.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은 아닌데요(웃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보다 괜찮은 이름이 떠오르지가 않더라고요. 토투 서울에서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거북이처럼 나태하고 게을러도 된다는 마음을 담았죠. 
지속 가능한 여행을 강조하며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고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아무리 제로 웨이스트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 운영하려고 해도 게스트의 성향에 따라 실천 여부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욕실에 비치된 비누만 해도 반응이 갈리죠. 비누 사용이 위생상 큰 문제가 없다는 안내문을 두지만, 개인마다 느끼는 찝찝함은 다르기 때문에 게스트를 설득하지 못할 때도 있죠. 이게 소규모 숙박 시설의 한계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다만 제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한 가지는 동네 사람들과 교류하며 느슨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동네 세탁소에 빨래를 맡기고 걸어서 10분 이내에 자리한 동네 로스터리(콩밭커피 로스터)에서 원두를 가져와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이 동네에 애정을 바탕으로 숙소를 운영하는 거죠. 결국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계획(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탄소발자국 절감을 강조하는 거잖아요. 

원래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았나요? 
대단한 실천을 하는 건 아니지만, 여름에 ‘이러다 죽겠다.’싶을 때까지 에어컨을 안 트는 정도(웃음)? 열정 넘치던 20대 때는 다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면서 왜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지 너무 답답했어요. 기후위기 관련 강의를 듣거나 직접 실천 운동에 나서기도 했죠. 지금은 그때만큼 열정적이진 않지만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후암동에 자리잡은 계기는? 
이곳에서 한평생을 보낸 어르신과 저처럼 대도시 풍경에 지쳐 이곳으로 몸을 숨긴 젊은 층이 거주민의 대부분인데, 그 공생 관계가 미묘하면서도 재미있어요. 가끔 동네 철물점 사장님의 손자 숙제를 봐주거나 이웃 어르신에게 디지털 기기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곤 하거든요. 이제는 서울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분위기라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최근에 다녀온 일본 후지산 북쪽의 작은 도시 후지요시다(富士吉田市). 어디서든 후지산이 보이는, 말 그대로 후지산과 함께 살아가는 마을이에요. 얼마나 시골이냐면, 대다수의 상점이나 식당에 간판이 없어요. 아는 사람들만 찾는다는 뜻이죠. 지도앱에 등록된 바를 찾아 갔는데, 사장님과 일본어, 영어를 섞어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친해지게 됐어요. 다음 날 사장님과 함께 후지요시다를 여행할 정도로요. 위험하진 않을까 조금 망설이기도 했지만, 여행의 묘미는 우연에 있잖아요. 정보에 기대기보다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덕분에 재미있는 구경을 많이 했죠. 현지인이 매일 찾는다는 산책길을 걷고 우동집에서 우연히 그분의 사촌 동생도 만나고. 마치 그 동네에 오래 산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짧은 시간 동안 단 한 사람과 이야기한 것만으로 그 도시의 모든 사정을 이해했다고 할 순 없지만, 이런 경험이 여행자의 삶에 새로운 에너지로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토투 서울의 게스트가 후암동에서 했으면 하는 것도 바로 이런 거예요. 

후지요시다는 어떻게 알게 됐나요? 
예전에 친구가 이 도시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머문 적이 있는데요, 힘들 때 쉬기 좋은 곳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도쿄로 여행간 김에 들렸어요. 선택지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모든 게 좋아 보이고 이곳 저곳 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여행을 망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반면 후지요시다에서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 게 좋았어요. 매일 같은 식당, 카페, 바에 가면 자연스레 지역 주민들과 서로 얼굴을 익히게 되잖아요. 
토투 서울을 운영하면서 참고했던 여행 스폿이나 공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면 숙소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던 순간이 가장 먼저 생각 나거든요. 게스트하우스에서 16명씩 한 방을 써도 공용 부엌만 있다면 모든 게 괜찮을 만큼 여행지에서 요리하는 순간을 좋아해요. 장을 보는 것부터 밥상을 차리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토투 서울에 머무는 이들도 그런 추억을 얻어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엌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다양한 조리 도구는 물론, 올리브유, 소금, 후추, 바질 등 양념도 다양하게 구비해 두었고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오랫동안 유지되는 느슨한 힘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토투 서울의 거실 테이블에 늘 올려 놓는 <커피 내리며 듣는 음악>은 제가 애용하던 카페 아메노히커피점의 운영자가 쓴 책이에요. 최근 이곳이 여러 사정으로 문을 닫았어요. 오랜 시간 홍대 앞을 굳건히 지키던 공간 중 하나인데… 제 20대의 기억까지 모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토투 서울이라는 공간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추억이 깃든 공간이 늘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갈 동력을 얻곤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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