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와 관련해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아름다운 풍광과 맛 좋은 토마토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남부 베수비오(Vesuvio) 화산 지역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그 지역에서만 나는 ‘피에놀로 델 베수비오(piennolo del vesuvio)’라는 품종이 있어요. 생과로도 먹지만, 그늘에서 1년간 건조하면 강한 산미가 느껴지고 쌉싸름하고 오묘한 맛이 나요. 그 토마토 때문에라도 다시 가고 싶을 정도죠.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여행을 가면 토마토 농장을 일부러 찾아가는 편인데요.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즐겁고 뿌듯한 경험이에요. 유럽이나 미국, 일본은 많이 가봤는데, 정작 토마토의 원산지 남미에 갈 기회가 없었어요. 페루 지역의 안데스 산맥에서 자란 야생의 토마토를 접해보고 싶어요.
토마토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지속 가능한 삶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토양은 무한 자원이 아니에요. 농업에 유효한 유기물층을 10센티미터 만드는 데 2,00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는데, 해마다 240억 톤의 토양이 사라지고 있죠. 세계토양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2050년에는 농경지로 사용할 수 있는 토양이 현재의 절반일 거라고 해요. 토양은 여느 광물질보다 우리의 삶에 훨씬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살아 숨 쉬는 토양과 이를 보존하는 농법, 그 안에서 탄생한 다양한 먹거리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많아져야 우리의 삶도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 농업에서는 생산성이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에요. 또, ‘단일 작목 단일 품종 재배 방식’을 공식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농산물을 점점 더 사료화하고 있죠.
생물학에서는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잖아요. 여기서 사피엔스는 ‘맛보다(sapere)’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해요. 그만큼 맛을 보는 것이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저마다의 취향이 존재해야 품종이 다양하게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잘 키운 작물의 다양성과 맛의 취향을 찾아가는 저희의 시도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른 농가도 이런 도전에 동참하고, 나아가 획일화된 대한민국 농업 시장에 다양성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