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치 바이 매거진

Freedom Index in Gongju
공주를 여행할 땐 자유도

마을의 과거와 현재, 여행의 익숙함과 낯섦, 외지인과 현지인을 이어주는 퍼즐랩의 ‘마을스테이’를 경험한 하루.  


 

박진명
인터뷰이 권오상(퍼즐랩 대표)

백제 시대부터 지금까지 충남 공주는 교육의 도시로 존재해왔다. 세월의 때가 그대로 묻어 있는 원도심을 돌아보며 대문 너머에 시인을 꿈꾸던 아이가, 본 적 없는 어느 화가 지망생이 떠올랐다. “지역 주민들은 이주민에 우호적인가요?” 문화나 지리적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보수적이고 폐쇄적일 것이라는 우려에 던진 질문이었다. “원도심은 본래 하숙마을이어서 청년이나 이주민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예요” 이제 공주로 이주한 지 1년이 되었다는 ‘마을스테이'의 매니저가 대답했다. 제민천을 따라 걷다 보니 마을 곳곳에 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담벼락에 걸어놓은 그림과 시구, 귀여운 조형물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주 원도심 마을 투어는 마을스테이에서 마련한 회의실에 모여 참가자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시작한다.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과거 존재했던 공간들을 소개하고, 운영자들과 이야기를 직접 나눠보는 시간도 갖는다. 마을의 일상을 여행하는 총체적 경험을 ‘마을스테이’라고 부른다. 


 

메모 1. 마을스테이의 정체성은 뭘까?


마을스테이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2021년 공주 청년마을 ‘자유도'에서 진행한 지역살이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유도는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은 청년부터 마을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은 청년, 마을에서 자신의 일을 해보고 싶은 청년까지 다양한 관심과 니즈에 맞춰 진행한 프로젝트예요.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니 인사이트 트립과 워케이션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더라고요. 인사이트 트립은  당일과 1박 2일짜리 마을 투어인데요. 지역의 맛집이나 공간을 방문해 운영자와 직접 이야기 나누고 필요하다면 토크쇼, 작은 포럼 등을 열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해요. 5박 6일로 진행하는 워케이션은 숙소와 공유 오피스를 제공해 마을 안 커뮤니티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그 외에 창업진흥원이나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해요. 지역 내에서 실제로 창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게 가장 정확하거든요. 현장 답사 및 교육을 통해 또 다른 사업으로 반영될 수도 있으니 저희에게도 좋은 기회죠. 

보통 지역에서 커뮤니티나 플랫폼 기반의 사업을 할 때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식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저희는 지역 내에서 유효하게 활동하는 팀들이 한 그릇에 담기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서 협동조합보다는 주식회사의 형태로 발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공간마다 각각의 톤이 중요한데, 하나로 묶여 있으면 활동과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성과보고서도 매거진의 형태로 제작해 발행했는데요. 기획부터 취재, 편집, 인쇄, 디자인까지 모두 지역 내에서 진행했어요. 더 이상 외부에서 인력을 찾지 않고 지역 내에서 해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그렇게 완성된 매거진은 또 지역 내에서 유통이 됩니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살아 남는 거죠. 퀄리티나 독창성은 그다음 일라고 생각해요. 지역 안에서 자생하며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지속 가능성이라고 생각하고요. 

메모 2. 아무래도 지역의 청년 사업은 현지인과의 상생이 중요할 텐데…

지역민과의 상생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연배가 있는 분들이나 기존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도 저희 커뮤니티 안팎으로 연결돼 있어요. 혹은 접점이 없지만, 함께할 일이 있으면 바로 호응을 하고 동참할 수 있는 이들도 꽤 많이 있죠. 이를 테면 지금 이 마을에 있는 갤러리만 5개인데, 함께 전시를 하자고 할 때 공간 운영자들이 한데 모이는 건 일도 아니죠. 시니어 위주로 구성된 캘리그라피, 시낭송, 답사 동아리 등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커뮤니티가 꽤 많거든요. 

퍼즐랩은 여행자와 지역민을 적극적으로 연결하기보다 관찰하고 지켜보면서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 같아요. 
퍼즐랩이 지향하는 바는 참가자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예요. ‘자유도'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각자 자유롭게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거든요. 저희는 매달리거나 질척거리지 않아요.(웃음) 적당한 자극이나 연결, 경험 등을 제안할 뿐이죠.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거네요. 
개입을 최소화할수록 예상 밖의 재미있는 일들이 생겨요.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이 마을에 있는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한다든가, 농업을 하고 싶은 친구는 저희를 거점으로 더 깊은 시골로 들어가 농사를 짓는다든가 하는 사례가 있죠. 

퍼즐랩이 탄생한 2019년을 기점으로 지역에 다양한 변화가 생겼을 것 같아요. 
청년이 많아졌다고 해요. 공주에 대학교가 많다 보니 신입생이 들어오면 주소지를 옮기는 캠페인을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증이 없는 때도 있는데, 올해 청년 인구가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사소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를 포착해가는 거죠.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막은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공주의 인구가 늘고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하면 소도시임에도 청년들이 찾는 곳이 될 수 있잖아요. 

숙박이나 코워킹 스페이스, 라운지 등 퍼즐랩에서 운영하는 공간은 청년을 지역과 연결해주는 공간이 되겠네요. 
그렇게 쓰일 수 있겠죠. 그런데 정확히 사용 목적을 규정하지 않으려 해요. 예를 들어 회의실을 대관해주는데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고 싶은 사람을 굳이 모집하지 않아요.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와서 쓰겠죠. 공주 원도심에는 회의실이 있으니 그곳에 모여 무언가를 해볼까, 하면서 모임이나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길 원할 뿐이에요. 

메모 3. 공주를 여행해야 하는 이유?

롤 모델로 삼거나 참고한 도시의 형태가 있다면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매년 3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가 열려요. SXSW의 탄생 배경은 이렇습니다. 텍사스는 시골이니까 음악 하는 청년들이 기회를 잡으려면 큰 도시로 나가야 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자’는 의도로 시작된 게 SXSW죠. 작은 마을 행사가 점점 커져 콘텐츠부터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았어요. 저희는 공주가 오스틴과 같은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저희가 구상하고 있는 것 중에 로컬 매거진 페스타가 있는데요. 전국에 있는 로컬 매거진이 마을 내 각 공간을 하나의 부스처럼 사용하며 각자의 지역과 매거진을 소개하는 거죠. 관심 있는 사람들이 공주에 모일 거고요. 

확실히 그런 행사가 열리면 지역에 활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곳 마을에선 나태주 시인이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유명한 시인을 동네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일상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동네 일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큰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해요. 한창 성장 중인 중고등학생들은 이런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거고,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낼 잠재력도 갖고 있으니까요. 공주에서 그런 일들이 자꾸 생기면 언젠가는 이 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고, 누군가는 기회를 찾아 이 마을로 오겠죠. 

이러한 가능성을 공주에서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공주는 좁아요. 상당히 압축적이고요.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스테이지가 딱 정해져 있어요. 모든 것이 노출돼죠. 누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부터 오늘 아침엔 누가 달리기를 했는지까지 모든 것이 다 눈에 띄니까,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 것이라는 전제하에 움직이는 부분도 있고요. 장단점이 분명하죠.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보통 여행의 목적은 일상과 다른 경험을 하기 위함인데, 완벽하게 다른 장소를 방문하는 건 모험에 가깝잖아요. 익숙한 것에서 약간만 틀어진 곳에서는 ‘이 시간에 사람들이 왜 여기 모여있지’와 같은 사소한 호기심으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죠. 익숙하면서도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 이 점이 공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공주의 그런 매력을 여행자에게 어필하는 퍼즐랩만의 방법이 있다면? 
대표적으로 안내지도를 보면 구석구석에 지역의 소소한 특징을 배치해놨어요. 지도에 ‘신라당’이라는  베이커리가 있는데, 백제의 수도에서 '신라당'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것에 호기심을 느끼는 여행자라면 신라당에 가서 사장님에게 왜 신라당으로 이름을 지었는지 물어볼 수 있겠죠. 동네에 있는 ‘꽃 할머니 집’에 가면 할머니가 항상 나와서 갖가지 식물을 돌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요. 이처럼 조금씩 지역에 스며들 수 있도록 여행자와 지역을 이어주는 거예요. 주요 명소나 여행 정보 외에 마을의 이런저런 특징적 요소를 그려 넣고 이것을 캐치해낼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유발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딱 거기까지가 저희의 역할인 것 같아요. 

본인이 직접 선택해서 한 행동이기 때문에 진짜 자기의 경험이 될 수 있는 거네요. 
제민천 쪽으로 쭉 가다 보면 ‘가짜 탑’이 있어요. 플라스틱으로 만든 탑인데요. 실제 석탑처럼 공주라는 지역과 너무 잘 어울리게 서 있어요. 저는 그것도 동네의 현재 모습과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이 마을에는 과거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과 역사적 중압감 같은 게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가짜 탑이 방치돼 있는 게 뜬금없고 웃기잖아요. 바로 이게 제가 생각하는 이 동네의 매력이거든요. 여행자가 동네에 널린 매력을 스스로 찾아내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퍼즐랩이 지향하는 바는 페스티벌이나 커뮤니티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어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사업 범위에 두고 설립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다음 계획이 공간일 수도 있고 프로그램일 수도 있어요. 뭐가 될지 모르는 게 문제지만요.(웃음) 저희 구성원들은 뭐든 구현할 수 있다고 확신하거든요. 

지속 가능한 여행이란 무엇일까요? 
여행자가 공급자도 되고 소비자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로컬에서는 그 경계가 서서히 없어지는 분위기예요. 언젠가는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있는 기존의 소비자들이 주변 지역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상황이 오면 좋겠어요. 저희도 서울로 여행을 가니까요. 

퍼즐랩은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하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일단 숙박 객실을 늘려야 하고, 외식업이 좀 더 들어와야 해요. 그다음에 덜 대중적이고 자기 취향이 뚜렷한 사람들이 나타나야 합니다. 오컬트 전문 서점이나 타투숍이나, 인센트 전문가처럼. 마을에 카페, 갤러리, 공방 등 소프트한 콘텐츠는 많은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문화적 공간이 먼저 생긴 게 공주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 이곳에 필요한 공간이 좀 더 생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할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공주 원도심이라는 마을 자체를 하나의 리조트로 본다면 저희는 판촉, 객실팀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요. 저희가 활동하면서 얻은 무형의 자산은 네트워크더라고요. 개인으로 찾아가면 만날 수 없지만 퍼즐랩을 통한다면 궁금했던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운영자와 여행자간의 느슨한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싶어요. 

메모 4. 크림 오브 엑스(Cream of X) 퍼즐랩에서 운영하는 팝업 공간이다. 이곳에는 아는 사람만 있는 비밀스러운 창고가 있는데, 충남 지역 전통주부터 대도시에서나 법한 트렌디한 주류가 모여있다. 예약하면 창고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재미있는 점은 마을 사람들의 개인 저장고로도 사용된다는 . 누가 어떤 술을 사서 마시는지 있다. 건물 옥상에 마련한 루프탑에서 와인을 즐길 있으니, 술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경험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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