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타현, 군마현과 동쪽 어깨를 맞댄 나가노는 일본의 북알프스를 포함해 고도가 높은 산악 지대를 품고 있다. 겨울엔 춥고 눈이 많이 내리며, 여름은 상대적으로 선선한 편. 고원 지대를 중심으로 여름 휴양지가 발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나가노현 동부의 아사마산(浅間山) 기슭에 자리한 가루이자와(軽井沢)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 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이곳의 쾌적한 기후와 자연환경에 반한 캐나다 선교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부유층과 외국인의 별장지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가루이자와는 여전히 인기 있는 여름 피서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별장을 소유하지 않고도 누구나 럭셔리한 피서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데다, 다이닝, 쇼핑 등 다양한 여가 시설이 마련돼 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피톤치드 산림욕을 즐기고, 폭 70미터의 너른 암벽을 따라 부드럽게 떨어지는 시라이토 폭포(白糸の滝)까지 짧은 하이킹에 도전할 수도 있다. 봄과 가을에는 꽃과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에는 눈 덮인 풍광과 스키, 스노보드 등의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는 이들이 모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