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임

A journey through Niigata, Gunma and Nagano
니가타, 군마, 나가노를 넘나드는 일본 여행 (2) - 구사쓰 온천, 가루이자와

3현 3색 일본 여행 두 번째. 일본의 3대 온천 중 하나인 군마의 구사쓰 온천, 현지인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 나가노의 가루이자와에서 느낀 계절의 정취. 

군마의 열기

니가타의 산간 마을을 떠나 산을 넘고 현을 넘어 다시 산속으로 들어간다. 해발고도 1,200미터에 자리한 구사쓰 온천(草津温泉). 작년 한 해에만 370만 명이 방문한 군마현 최고의 관광 명소이자, 일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온천 여행지다. 고산 지대에 속하지만 선선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마을 중심부를 차지한 계단식 ‘온천 밭’ 유바다케(湯畑)의 열기 때문이다. 구사쓰 온천은 활화산 구사쓰시라네산(草津白根山)에서 솟아난 원천을 사용하는데, 50~90도에 이르는 고온의 원천 온도를 낮추기 위한 시설이 유바다케다. 물이 5센티미터 두께의 소나무로 만든 긴 목재 수로를 따라 천천히 흘러 내려가는 동안 공중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식는 원리. 적당한 온도에 맞춰진 온천수는 주변 온천장과 료칸에 공급된다. 
뜨거운 원천은 이 지역의 중요한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온천 마을 내 가정집에는 온수 공급 장치가 없다. 대신 마을 지하에 원천수가 흐르는 파이프를 설치하고 그 주변에 찬물이 흐르도록 친환경 열 교환 방식으로 만든 온수를 사용한다. 지하 수로 덕분에 겨울철 눈이 내려도 도로가 얼지 않는다. 구사쓰 마을만의 독자적인 에너지 절약 시스템인 셈이다. 
해가 지면 마을 한가운데에서 증기와 유황 냄새를 뿜어내는 에메랄드빛 온천수 폭포 주변으로 불빛이 더해진다. 수백 년의 세월이 깃든 현지인의 지혜는 오늘날 구사쓰 온천의 랜드마크이자 관광 명소로 불리며 여행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유모미
湯揉み

구사쓰에선 온천욕 말고 즐길 거리가 하나 더 있다.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온 유모미( 물을 '문지르다', 비비다'라는 뜻)다. 구사쓰 온천은 위산에 버금갈 정도의 강산성을 띠는 것으로 유명한데, 살균과 치료 효과가 뛰어나 예부터 온천을 하며 요양하는 ‘탕치(湯治)’로 인기를 끌었다. 약 180센티미터 길이의 넙적한 나무 판자로 온천 물을 젓는 유모미 의식은 원천을 찬물로 희석하지 않고 온천욕에 적합한 온도로 맞추는 구사쓰만의 탕치 요법이다. 온천수에 포함된 미네랄 성분을 고루 섞고 수면에 떠 있는 불순물이 걸러지는 효과도 있다고. 온천에 몸을 담그기 전 물 젓는 동작에 맞춰 노래를 부르던 것이 1960년대부터 관광 상품으로 발전했다. 유바다케 바로 옆 네쓰노유(熱乃湯)에서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펼치는 전통 유모미를 관람해보자. 20세기 초 다이쇼 시대의 로맨틱 양식으로 리모델링한 건물에서 춤과 노래가 더해진 공연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다.
 
사이노카와라 노천 온천
西の河原 露天風呂

구사쓰 온천에는 구사쓰 온천 관광협회에서 운영하는 공중 온천 시설 3개가 있다. 마을에 숙박하지 않고도 당일치기 온천 여행이 가능한 것. 사이노카와라 노천 온천은 그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유바다케에서 작은 상점과 료칸이 모여 있는 서쪽 언덕길을 따라 10여 분 정도 걸으면 사이노카와라공원(西の河原公園)으로 이어진다. 천연 온천수가 흐르는 자연 속 500제곱미터 규모로 조성된 노천탕은 삼림에 파묻힌 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장소. 공원 내에 산책로와 족욕탕도 마련돼 있다. onsen-kusatsu.com/sainokawara/en
 

나가노의 여유

니가타현, 군마현과 동쪽 어깨를 맞댄 나가노는 일본의 북알프스를 포함해 고도가 높은 산악 지대를 품고 있다. 겨울엔 춥고 눈이 많이 내리며, 여름은 상대적으로 선선한 편. 고원 지대를 중심으로 여름 휴양지가 발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나가노현 동부의 아사마산(浅間山) 기슭에 자리한 가루이자와(軽井沢)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메이지 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이곳의 쾌적한 기후와 자연환경에 반한 캐나다 선교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부유층과 외국인의 별장지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가루이자와는 여전히 인기 있는 여름 피서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별장을 소유하지 않고도 누구나 럭셔리한 피서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데다, 다이닝, 쇼핑 등 다양한 여가 시설이 마련돼 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피톤치드 산림욕을 즐기고, 폭 70미터의 너른 암벽을 따라 부드럽게 떨어지는 시라이토 폭포(白糸の滝)까지 짧은 하이킹에 도전할 수도 있다. 봄과 가을에는 꽃과 단풍이 아름답고, 겨울에는 눈 덮인 풍광과 스키, 스노보드 등의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는 이들이 모여든다.
 
하루니레 테라스
 
ハルニレ テラス

느릅나무 100여 그루가 자생하는 유가와(湯川) 강변의 숲을 그대로 살려 조성한 상업 시설. ‘가루이자와의 일상’을 콘셉트로, 9개 동에 카페와 레스토랑, 상점 등이 자리한다. 나무 뿌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목재 덱과 야외 벤치 등이 어우러져 마치 숲 속의 작은 마을을 방문한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자연 친화적 시설에 더해 신선한 농산물과 직접 만든 먹거리를 판매하는 지역 농장의 직영숍 코코펠리(Kokopelli), 현지 목장에서 운영하는 젤라토 전문점 하베스트 나가이 팜(Harvest Nagai Farm), 가루이자와에서 출발한 로스터리 카페 마루야마 커피(Maruyama Coffee) 등 지역색을 살린 매장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도 매력 요소. 반나절 머무는 것만으로도 가루이자와의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현지인의 기분을 만끽하기엔 충분하다.  harunireterrace
 
가루이자와 호시노 에리어
軽井沢星野 エリア

1914년 가루이자와에 문을 연 호시노 료칸은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럭셔리 호텔 · 리조트 브랜드로 꼽히는 호시노 리조트(Hoshino Resorts)의 출발점이다. 버블 경제와 맞물려 일본 내 리조트 개발의 붐이 일면서 자연 파괴 문제가 대두되던 시기, 호시노 리조트는 일찌감치 지속 가능한 관광에 눈을 돌렸다. 에너지 자급자족을 목표로 1929년 가루이자와에 설립한 수력 발전소가 그 증거. 리브랜딩을 통해 2005년 새롭게 선보인 호시노야 가루이자와는 현재 리조트 내 소비 에너지의 70퍼센트를 수력, 지열, 온천열 등 자연 에너지로 해결하고 있다. 지역 문화와 전통, 자연환경 보존에도 관심을 기울이는데, 가루이자와 호시노 에리아 내에 자리한 상업 시설 하루니레 테라스나 공중 온천 톤보노유(トンボの湯, 호시노 온천의 역사가 담긴 곳. 실내 히노키탕과 노천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등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올해는 호시노 리조트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호시노야 가루이자와의 지역 자원 활용 사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hoshinoresorts.com/en/hotels/hoshinoyakaruizawa
 
To Eat
손민식당(村民食堂)
은 나가노산 식자재로 만든 지역 향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이 지역에서 생산된 소고기와 연어, 각종 제철 채소 등을 고루 맛볼 수 있는 나가노 계절 정식을 비롯해 소바, 돈카츠 등의 메뉴가 준비돼 있다. 저녁에는 사케와 소주, 내추럴 와인 등을 곁들이며 식사를 즐기기에 좋다. hoshino- area.jp/en/sonmin-shokudo

To Shop 
가루이자와 프린스 쇼핑 플라자 (Karuizawa Prince Shopping Plaza)는 240여 개의 매장이 자리한 대규모 야외 쇼핑 공간으로, 가루이자와 기차역과 가루이자와 프린스 호텔 웨스트(Karuizawa Prince Hotel West)가 접해 있다. 탁 트인 잔디밭과 휴식 공간 등이 어우러져 쇼핑과 여가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다. karuizawa-psp.j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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