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바다 전경

 

ⓒ trabontos on Shutterstock

The Way of Saving Our Sea
작은 행동으로 지키는 우리의 바다, 스몰액션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태도는 사소한 실천의 힘을 믿는 것. 바다를 지키고자 탄생한 스몰액션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역시 이것이 아닐런지.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정태영(스몰액션 대표)

최근 독도 해역의 바다 사막화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성게류의 과다 번식이 바다숲을 망치는 주 원인으로 꼽힌 이후 잠수부와 해녀가 성게 제거 작업에 몰두하면서 바다숲이 되살아났다는 내용이었다. 몇 달 전에는 오존층이 회복 궤도에 올라 2040년까지 1980년 수준으로 복구될 수 있다는 UN의 발표도 있었다. 오존층 파괴 물질의 소비와 생산을 단계적으로 금하자는 약속을 담아 1987년 발효된 몬트리올 의정서가 효력이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 협약이 아니었다면 현재 지구의 온도가 1도 더 올랐을 것으로 분석한다. 희망적 소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아마존 불법 삼림 벌채가 60퍼센트 이상 감소했다. 룰라 정권이 아마존 보호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이런 소식이 들려오면 기후 위기 극복이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업사이클링 브랜드 스몰액션 역시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으리라. 작은 날갯짓이 언젠가는 큰 바람으로 되돌아올 것이란 믿음 말이다. 스몰액션은 매년 20만 톤씩 버려지는 폐그물을 포함한 바다 쓰레기를 시장의 영역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다. 폐그물을 업사이클링해 가방과 파우치 등의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만들고, ESG를 주제로 한 공간과 팝업 스토어, 플로깅 센터를 운영한다. 바다 환경 정화 활동이나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몸소 실천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스몰액션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닷속에서 생물을 잡아 먹고 있는 폐그물 때문에 몸과 마음이 바쁘다.
스몰액션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업사이클∙리사이클 산업의 ‘게임 스위퍼*’가 될 스몰액션입니다! 게임 스위퍼는 제가 만들어 본 말인데, 기존의 틀을 모두 깨는 게임 체인저의 바다 버전이라고 생각해주세요(웃음). *스위퍼(sweeper)는 청소부라는 뜻이다. 

스몰액션을 론칭하게 된 계기는?
시작은 목포라는 지역과 환경에 애정을 가진 세 사람의 모임이었어요. 모두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함께 바다에서 놀다 낚시 찌에 찔려 죽은 새, 바다 그물에 걸려 있는 수많은 바다 생물, 각종 일회용 쓰레기를 목격하고 갑자기 청소를 하기 시작했죠. 이후  폐그물을 업사이클링해 가방과 파우치를 만들어 펀딩에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여러 방송 매체에서 소개되면서 이 사업에 대한 확신을 얻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무모하게 덤벼든 게 아닌가 싶고,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그래도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가는 걸 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환경보호 메시지를 행동으로 전달하고 있는데요. 대표적 활동은 무엇인가요?
2019년부터 한 달에 2번씩 목포 일대의 바다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하고 있어요. 4년 정도 꾸준히 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알아봐주고 지역민의 동참도 늘고 있어요. 지금까지 20여 곳의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이 함께했고, 이제는 전남 지역을 넘어 서울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죠.
폐그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드는 제품은 그 자체로도 환경적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요. 저희만의 특허 기술로 폐그물 사용 비중이 높은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갈 예정이에요. 곧 공개할 테니 기대해주세요(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자랑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현재 전주새활용센터 다시봄에서 <일용한 양식>이라는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요. 목포부터 진도, 신안, 무안까지 해안 지역에서 수거한 해양 폐기물을 주제로, 대형 해안 쓰레기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지 등을 시청각적으로 임팩트있게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11월 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니 많이들 보러 와줬으면 해요.
 
최근 보해양조와 ‘보해소주 스몰 액션 캠페인’을 시작했죠.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됐나요?
호남 지역의 대표 주류 기업인 보해양조는 2021년부터 저희에게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어요. 보해양조의 보해소주는 설탕이 아닌 바닷물로 맛을 내기 때문에 바다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브랜드죠. 바다를 아끼는 마음이 큰 두 브랜드가 만난 셈이죠. 이전엔 업사이클링 가방을 협업해 제작했고 플로깅도 한 차례 함께했어요. 언젠가 보해양조와 지역 사회를 놀라게 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최근 ‘전국 최초의 플로깅 센터’ ‘해안 쓰레기 업사이클 공방’ 두 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됐어요. 보해양조 본사에 초대를 받아 기획안을 발표하고 공장도 둘러봤는데, 저희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져 정말 감동했죠. 이처럼 큰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기획서를 만들어 제출한 건 처음이라, 더욱 의미가 커요.

그 결과 지난 5월 목포에 ‘보해소주 플로깅 센터 & 스몰 액션 스토어’가 탄생했어요. 반응은 어떤가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지금까지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오픈 당일에는 전현직 시의원부터 각종 대학과 연구단체, 시민단체, 공공기관 관계자, 일반 시민들까지 방문해 공간이 가득 찼어요. 지금도 부산, 통영 등 경상도권, 서울, 제주에 많이 찾아오시죠. 대학교에서 수십 명의 학생이 단체로 오거나,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ESG 프로그램 견학과 교육을 위해 방문하기도 해요.
이러한 프로젝트가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도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현지인들은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몰려들면 불편할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곤 해요. 특히 인근 상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큰데요. 플로깅 센터에서 전시를 보고 내부에 비치된 장비를 챙겨서 플로깅을 하러 나가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거든요. 아마 목포 주민이 느끼는 바다의 중요성과 우려가 담겨 있을 거라 생각해요.
 
목포는 본인에게 어떤 도시인가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함께한 지역이죠. 비록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지금의 삶을 만들어준 도시니까요. 이곳에 처음 온 5년 전, 아무런 연고는 없지만 서울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해온 제게 모든 것을 던져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 도시였어요. 그건 다른 지역에서 도시재생을 하던 다른 팀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사업 초기엔 그저 하루하루 버티기에 급급했어요. 그런 저와 이 회사를 포용해준 목포 지역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스몰액션은 목포 바다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할 예정입니다.

곧 여행 프로그램이 출시될 예정이라고요.
워케이션 숙박 공간 ‘세븐 데이즈 리트릿(이하 세데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곳에서 7일간의 인사이트 휴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인데요. 현지인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장소로 안내하고, 로컬과 ESG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일주일 동안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휴식과 영감을 주는 시간이 될 거예요.

목포에서 추천하고 싶은 장소 3가지를 소개해주세요.
가장 먼저, 보리마당과 근처 해안로를 추천하고 싶은데요. 저희 숙박 시설 ‘세데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목포의 바다와 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절묘한 장소예요. 이곳에서 영화 <1987>의 배경지 중 하나였던 연희네 슈퍼를 지나 시화 골목으로 넘어가면 가볼 만한 곳이 가득하죠. 경사진 골목을 따라 5분만 내려가면, 스몰액션의 주요 플로깅 스폿과 달몬토라는 예쁜 카페, 그리고 각종 수산물과 어구 상점이 있는 해안로도 산책할 수 있어요.
그 다음은 근∙현대 역사문화거리. 골목 사이사이에는 일제강점기에 세운 건축물과 역사적 장소, 그리고 요즘 스타일의 상점이 어우러져 있어요. 로컬 분위기가 물씬 나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고, 이순신 장군의 병영이 있는 언덕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부하던 공부방도 가볼만 하죠. 특히 저멀리 제주행 여객선이 보이는 병영에 가면, 이곳이 항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줘요(병영 아래쪽 시장 골목에는 스몰액션 플로깅 센터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평화광장을 소개하고 싶네요. 목포 내에서 가장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아침에 조깅을 하거나 밤에 산책을 하기에 좋죠.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바닷가이기도 합니다. 저도 가끔 이곳에서 혼자 술을 마시곤 했는데요. 충전도 되고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행자는 현지인이 될 수 있고, 현지인은 여행자를 꿈꾸는 장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를 귀띔해준다면?
단순히 제품만 만드는 게 아니라 축적된 바다 쓰레기를 소재 은행처럼 분류해 일부는 전시를,  또 일부는 업사이클과 리사이클 소재로 활용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저희가 운영하는 공간이 진정성 있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이자, 그 자체로 훌륭한 여행 스폿이 되길 바라고요. 이런 공간이 전국 바닷가에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미래가 바로 스몰액션의 목표입니다.

작은 행동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스몰액션이 꿈꾸는 미래가 궁금해요.
스몰액션이라는 이름이 역설적으로 느껴질 만한 발전을 이루고 싶어요. 작은 행동이 무수히 많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가까운 시일 내에 매년 발생하는 폐그물을 남김 없이 처리할 예정이고요. 장기적으로 전시, 제품 생산, 판매, 관광, 공간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스몰액션 스타일로 전개해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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