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플레이스 내부 전경

 

ⓒ 커피플레이스

Identity of Local Café in Gyeongju
경주 로컬 카페의 정체성

경주 봉황대 고분이 가득 담기는 커피플레이스는 경주의 찬란한 역사 뒤에 감춰진 소박하고 정겨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카페다. 어느덧 13년차가 된 커피플레이스 정동욱 대표에게 로컬 카페의 오늘과 내일을 물었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정동욱(커피플레이스 대표)

요즘 중고 테이블을 사기 위해 중고거래앱을 수시로 드나든다. ‘가구’를 검색할 때마다 “폐업으로 테이블, 의자 저렴하게 팔아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눈에 띈다(대부분 비싼 가구라 클릭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그도 그럴 것이 매년 서울에서만 문닫는 카페가 2,000곳이 넘는다(2022년 11월 21일 한겨레 기사 참고). 서울이 이 정도인데, 지방의 사정은 훨씬 더 열악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10년 넘도록 한 자리를 지켜온 커피플레이스의 생존 비결이 궁금했다. ‘작은 동네 카페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나요?’라고 직접적으로 묻진 않았지만, 정동욱 대표가 전해온 답변 속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커피를 향한 진심과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는 그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커피플레이스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경주를 기반으로 하는 커피 회사고요. 작은 매장과 로스팅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주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요?
고향이 아닌 곳에서 커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2년 정도 운영하던 매장을 정리하고 어디서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며 여러 도시를 여행하듯 다녔어요. 그러다 경주에 정착하게 된거죠. 이곳에 자리 잡고 보니, 경주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10년 카페를 오픈한 이후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2010년 7월 10일이 저희가 오픈한 날이에요. 그날 세 번째로 왔던 손님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제가 ‘커피 맛은 괜찮으세요?’하고 물어봤거든요. 그랬더니 심드렁한 표정으로 ‘좀 연한데’ 이러는 거예요. 그분에게 커피를 다시 만들어 드리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 있어요.

인테리어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을 썼는지 궁금해요.
첫 번째는 바를 입구 쪽에 둔 거예요. 이유는 두 가지인데, 저희 카페의 창밖 풍경이 참 좋거든요.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이 풍경을 보며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다른 하나는 테이크아웃 비중이 높은 매장을 의도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포장하는 손님과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의 동선이 겹치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리고 바 테이블을 세로로 길게 만들었어요. 바리스타와 손님이 보다 능동적으로 소통하길 원했죠. 바 테이블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나란히 혹은 마주 앉게 될 수 있거든요. 그런 장면을 만들고 싶었는데 다행히 성공한 것 같아요. 사실 공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그보단 커피를 마시는 방식에 집중하는 편이죠.
 

‘월간 커피플레이스*’ ‘읽-프로젝트**’ 같은 재미있는 프로젝트와 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커피를 처음 시작할 때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았어요. 막상 창업을 하니, 그럴 여유가 아예 없더라고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대부분이 이제서야 비로소 실현해보는 것들이에요. 또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대화하다 재미있는 일이 떠오르면 가급적 해보려고 합니다. 젊은 친구들에게 배울 점이 참 많아요. 굳이 원동력을 찾아보자면 재미있게 살겠다는 굳은 의지랄까요?
*한 달간 다룬 10가지의 커피 드립백을 묶어 판매하는 프로젝트.
**작가와 협업하는 프로젝트로, 드립백 패키지에 소설이나 에세이 등을 적어 ‘읽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노동점 외에도 지점이 여러 곳 있는데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요?
단골손님이 지점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해서 시작한 경우가 많아요. 저흰 따로 계약서를 쓰진 않아요. 원두를 제외하고, 모든 물품이나 부자재 유통도 하지 않고요. 같은 상호를 사용하지만 각자의 매장을 운영하는 겁니다. 좋은 커피를 만들어보자는 마음만은 동일하죠.

최근 합류한 바리스타는 이곳에서 일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들었어요. 바리스타에게도 ‘일하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주라는 지역이 주는 메리트가 크다고 생각해요. 인턴십 2기 직원들의 경우 각각 서울, 광주, 울산에서 왔는데요. 모두 그간의 학업과 일에 지친 상태였어요. 경주에서, 커피플레이스에서 1년간 일을 한다는 건 노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 같아요. 여기서 커피를 제대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는 것 같고요.
 
본인이 생각하는 맛있는 커피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보편적으로 맛있는 커피를 정의하는 방법은 더러 있지만, 맛있다고 느끼는 건 개별적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라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구체적으로 인지되는 향, 향을 방해하지 않고 어우러져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맛, 깨끗하고 부드러운 질감, 적절한 농도와 같은 다소 애매하고 불분명한 기준을 들 수 밖에 없어요.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아닌 소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제 생각을 얘기하자면, 저는 커피가 좀 연하거나 진해도 괜찮더라고요. 농도보다는 향미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느껴지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메뉴판이나 원두 봉투에 제시하고 있는 컵노트가 설득력 있게 인지되는지 확인해보세요. 그렇다면 그게 맛있는 커피일 거예요.

커피 관련해서 다녀온 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카페 푸글렌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녁에 방문했는데, 바리스타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더라고요. 매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관광지의 들뜬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어요. 커피도 기억에 남을 만큼 맛있었고요. 매장으로 이어지는 낮은 조도의 조용한 골목길도 좋았습니다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로컬 카페를 찾는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구글링? 농담이고요(웃음). 저는 메뉴 구성을 보는 편이에요. 무엇을 지향하는지 한눈에 보이거든요. 그때 유행하는 메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아무래도 기피하는 편입니다. 저희 매장에 처음 들른 손님 중에는 지나가다 동네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 있는 걸 보고 들어왔다는 사람이 제법 많아요. 그런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경주에서 꼭 가봤으면 하는 장소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글쎄요. 경주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커피플레이스 노동점이 자리한 이 동네는 봉황대를 중심으로 경주의 정겹고 소박한 매력을 간직한 곳이죠. 경주에 처음 왔을 때 도시 전체를 둘러보다 우연히 봉황대를 보고 나서 여기에 매장을 열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봉황대의 정식 명칭은 노동리 고분인데, 거대한 무덤(으로 추정되는) 위에 1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이곳을 경주 사람들은 봉황대라고 불러요. 왕복 2차선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노서리 고분군이 있고요. 이 고분 일대를 산책하고 나면 비로소 경주를 실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동네를 걷다 출출하면 도미에서 피자로 배를 채우거나 할타보카의 젤라토 아이스크림으로 속을 달래도 되고요. 밤에는 스틸룸이나 바 프렙에서 위스키와 와인 등의 멋진 술을 즐겨도 좋죠.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가 전형적인 P라서요. 매일매일 꽉 채워 사는 것이 그날의 목표이고, 계획은 딱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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