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브로섬의 해변 사진.

 

© Sherbro Alliance Partners

Editor's Travel Bucket List
여행 매거진 에디터가 고른 여행 버킷리스트 6

여행을 업으로 삼은 <피치 바이 매거진> 에디터가 꿈꾸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미국 최초의 야생지구부터 아프리카의 에코 시티까지. 가고 싶은 이유가 명확하고 개인의 취향이 담긴 여행지 리스트 6곳. 
 

정리 피치바이피치 

100주년 맞은 미국 최초의 야생지구, 힐라야생지구 

미국 최초의 야생지구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뉴멕시코주 남부, 힐라국유림(Gila National Forest)에 속한 22만여 헥타르 면적의 대지가 힐라야생지구(Gila Wilderness)로 지정된 것은 1924년 6월. 미국의 야생지구는 자전거를 포함한 모든 이동수단의 통행을 금하고 도로 건설, 건축, 벌목, 채굴은 전면 제한하며, 사냥과 낚시는 적법한 허가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덕분에 지난 100년간 이 지역은 바깥 세상과 완벽하게 단절된 야생의 땅으로 남았다. 산악 목초지, 바위 절벽에 둘러싸인 협곡, 사시나무 숲이 펼쳐진 때묻지 않은 자연을 배경으로 퓨마, 흑곰, 회색 여우 등의 포유류와 매와 독수리, 물수리 등의 조류가 서식하며, 황야를 가로지르는 힐라강에는 송어, 농어, 비버 등이 살고 있다. 모험심 강한 이들은 수백 킬로미터의 하이킹 트레일을 걷거나 백패킹과 캠핑을 하며 야생지구를 탐험한다. 수영복만 챙겨가면 곳곳에서 솟아나는 천연 온천에 몸을 담글 수도 있다(물론 자연 훼손 행위는 금물). ‘예술의 도시’로 거듭난 옛 광산마을 실버 시티(Silver City)가 인접해 있어 힐라야생지구 여행의 관문 역할을 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순환 트레일의 출발점, 알렝케르

관광세가 오버투어리즘 해결을 위한 방안 중 하나라면, 하이킹 트레일은 관광 소외 지역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여행자의 관심에서 빗겨간 지역을 새롭게 조명하고 관광 산업 활성화를 꾀하려는 목적으로 새롭게 조성한 하이킹 트레일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피치바이피치 SNS 계정에서 소개한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신규 트레일에 이어, 오는 7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순환형 하이킹 루트의 첫 구간이 개통된다. ‘포르투갈 걷기’라는 뜻의 파우밀랴르 포르투갈(Palmilhar Portugal). 3,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길은 리스본 북쪽으로 약 40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도시 알렝케르(Alenquer)에서 시작된다. 인구 4만 3,000여 명의 소도시지만, 고대 로마 유적부터 8세기 무어인과 12세기 포르투갈 왕국이 차례로 점령하면서 남긴 풍부한 중세의 유산,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까지 특색 있는 문화・역사적 즐길 거리가 펼쳐진다. 포르투갈의 손꼽히는 와인 지역이기도 해 하이킹 후 와이너리를 방문해 시음을 즐길 수도 있다. 파우밀랴르 포르투갈 프로젝트는 알렝케르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15개의 루트가 추가될 예정이며, 향후 3년 내 전 구간 완공을 목표한다.

 

베네치아 대신 제노바

지난 몇 년간 말만 무성하던 베네치아 관광세가 드디어 시행되었다. 5유로의 관광세가 얼마나 효과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베네치아의 오버투어리즘 해결에 도움이 되고 싶은 여행자라면 제노바(Genova)를 눈여겨보자. 이탈리아 북부의 주요 항구 도시 중 하나로, 카루기(caruggi)라 불리는 좁은 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도심은 베네치아의 뒷골목 못지 않은 매력으로 가득하고 화려한 중세의 궁전과 모던한 건축물이 공존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15세기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와 파리 퐁피두 센터로 유명한 건축가 렌초 피아노의 고향이자, 우리가 흔히 바질 페스토라 부르는 제노바 페스토(Pesto alla genovese)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최근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서 제노바를 베네치아의 대안으로 꼽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제노바 공항이 CNN Travel에서 소개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착륙 풍경을 선사하는 공항 15곳’ 중 하나로도 꼽혔다는 소식을 전하며(착륙 시 오른쪽으로는 도심 풍경이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리구리아해가 반짝인다고), 현지에서 제노바 페스토를 맛본 사람으로서 한 번쯤 제노바를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시드니의 재발견

지난 5월 개봉한 <스턴트맨>을 봤다. 좋아하는 두 배우가 주인공이라 기다렸던 영화다. 스터트맨 출신으로, <존윅> <데드풀2> <불렛 트레인>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리치 감독의 작품. 스턴트맨이라는 직업과 액션 촬영 현장의 애환, 그럼에도 불구한 애정이 담겨 있어 가볍고 유쾌하고 액션신이 팡팡 터지는 와중에 갑자기 울컥하는, 짠한 영화였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이토록 노골적으로 시드니를 활용한 영화가 또 있었나 싶을 만큼 이 도시의 매력을 한껏 담아냈다는 사실. 1,000여 명의 현지 스태프와 3,000여 명의 현지 단역 배우를 고용한 것을 포함해 시드니에 총 2억4,400만 달러(한화 약 3,329억 원)의 경제적 이득을 안겼다고 하니,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로케이션 촬영이었던 듯하다. 카메라는 하버 브릿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킴턴 마고 호텔(Kimpton Margot Hotel) 같은 랜드마크는 물론, 러시커터스 베이(Rushcutters Bay), 포츠 포인트(Potts Point) 등 교외 지역까지 구석구석 파고든다. 시드니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21킬로미터 떨어진 커넬(Kurnell, 아래 사진)도 그중 하나. 1770년 제임스 쿡이 호주에 처음 상륙한 역사적 장소이자 지리학적・식물학적 가치를 지닌 카마이보타니베이국립공원(Kamay Botany Bay National Park)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8바퀴 반 회전으로 기네스북 신기록을 세운 영화 속 차량 전복신과 후반부에 등장하는 사막 풍경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유럽에서 가장 아찔한 도보 현수교, 이탈리아 셀라노

유럽에서 가장 높은 도보 전용 현수교가 지난 3월 공식 개통했다. 위치는 이탈리아 움브리아주의 셀라노(Sellano). 움브리아의 주도 페루자에서 남동쪽으로 50여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은 로마 시대 이전부터 사람이 거주하던 유서 깊은 지역으로, 아페니노산맥의 비기(Vigi)강 계곡 일대에 자리한 여러 개의 작은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건축 유적 등의 볼거리 외에 산과 계곡과 둘러싸인 자연환경 덕분에 에코 투어 여행지로도 손꼽힌다. 일명 ‘티베탄 브리지(Tibetan bridge)’로 불리는 현수교의 등장으로 짜릿한 즐길 거리까지 추가된 셈. 매력적인 관광 요소를 확보해 인구 감소를 막고 지역 활성화를 꾀하려는 의도다(이 지역은 2016년 이탈리아 중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높이 175미터, 길이 517미터의 이 다리는 셀라노 옛 도심을 출발해 인근 마을 폴리뇨(Foligno)와 스폴레토(Spoleto)까지 곧장 이어진다(일방 통행). 특이한 것은 도착점의 고도가 출발점보다 무려 68미터 높다는 사실. 다리 이용은 온라인 사전 예매 후 가능한데, 키 120센티미터 이상이어야 하고 안전 장치 착용이 필수다. 발 디딤판 사이에 간격이 있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글쓴이)에겐 권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에코 시티를 꿈꾸며, 시에라리온 셰브로섬

얼마 전 BBC를 통해 공개된 소식. TV 시리즈 <루터>로 알려진 영국 출신의 배우 이드리스 엘바(Idris Elba)가 시에라리온 셰브로섬(Sherbro Island)을 에코 시티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라고 한다. 대서양에 면한 서아프리카의 나라 시에라리온은 그의 아버지가 태어난 곳이라고. 시에라리온 남서쪽 해안에 자리한 셰브로섬은 서울과 비슷한 면적(600제곱킬로미터)에 인구 4만여 명이 거주하는 열대 섬으로, 초록바다거북과 장수거북의 번식지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약 30킬로미터에 이르는 섬의 아름다운 해변을 어떻게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지속 가능한 방식의 재개발을 통해 섬의 자생력을 높이고 주변 지역은 물론, 시에라리온의 경제 활성화에도 동력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 시에라리온 최초로 풍력 발전 재생 에너지 활용을 시도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시에라리온 정부는 물론, SAP(Sherbro Alliance Partners)와 유럽 최대의 재생 에너지 투자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 Generation) 등 여러 민관이 협력하는 셰브로섬 에코 시티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현재는 관광 인프라가 전무한 이 섬이 가까운 미래에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 떠오르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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