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칸의 전시 풍경

 

ⓒ 한칸

Sustainability of Hankan
한칸에서 발견한 지속 가능성

축제∙행사 현장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효율적으로 잘 만든 집기를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행사 집기 렌탈 서비스 한칸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지속 가능하다’는 철학을 가지고 행사 공간을 지원한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이호진(한칸 대표)

10월 23일부터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 보전 실천 습관을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지구하다 페스티벌’이 열렸다. 행사장 곳곳에 노란색 줄무늬 천막을 씌운 아치형 부스가 설치돼 있고 광장 끝에 설치된 쉼터에는 형형색색의 빈백과 나무 벤치가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한칸의 이호진 대표를 만났다. 이호진 대표는 “나무 벤치인 라운저(Lounger)는 프랍서울과 띵크앤메이크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입점 제품인데요. 벤치 안에 천막이나 쿠션 등 부스 부속물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 공간을 만들었어요. 설치와 철수가 쉽고 그 과정에서 쓰레기도 발생하지 않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원의 선순환’ ‘친환경’과 같은 용어를 자주 사용하진 않았지만 그의 이야기는 결국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과연 행사 집기 렌탈 서비스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이호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답을 확인해보자.
8년 동안 행사 기획 회사에서 일하다 한칸을 설립했다고 들었어요.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자공학을 전공한 저는 효율 중심의 사고를 해왔는데, 문화 기획은 매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니까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칸을 설립하게 됐죠. 우선 문의부터 주문까지 가능하도록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손쉽게 설치하고 철수할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하는 등 군더더기 없는 일 처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이제는 행사가 잡히면 일정에 맞게 얼마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만 논의하면 돼요. 행사 장소에 집기를 보낼 때 한 번에 최대한 더 많이 운반하는 방법, 더 적은 에너지와 자원으로 일하는 방법, 운송 시간을 줄이는 방법 등이 주된 회의 내용이죠.

어떻게 행사 기획에 뛰어들게 됐는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는데, 중∙고등부, 청년부 활동을 하면 공연이나 행사를 기획할 기회가 많아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레 행사 기획에 재미를 붙이게 됐죠. 대학 졸업 후 행사 기획 전문 회사에 들어갔는데 수련회 때 하던 일과 다를 바가 없더라고요. 차이점은 돈을 준다는 것?(웃음)

한칸이 운영 중인 네이버 블로그에서 경영진 인터뷰를 읽었어요. 이 외에도 한칸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콘텐츠가 많더라고요.
한칸은 대표인 저, 개발자, 디자이너 3명이 함께 운영하는 회사예요. 작년까지는 마케팅도 저희가 직접 했어요. 홈페이지 관리와 인스타그램 포스팅이 전부였지만요. 마케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무렵 예전에 알고 지내던 마케터와 연락이 닿으면서 그 친구도 한칸에 합류하게 됐어요. 마케터가 들어온 뒤로는 매주 거의 모든 제품이 솔드아웃 이에요. 일주일에 행사가 15개 이상 잡히더라고요.

한칸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행사 집기 렌탈 업체는 대부분 저희처럼 집기를 재활용해요. 얼마나 효율적으로 현장을 구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기죠. 예를 들어, 저희 제품은 설치 후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 인력 없이도 누구나 손쉽게 고칠 수 있도록 설계됐어요. 설치∙철수 시 쓰레기도 발생하지 않고요. 필요한 인력부터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까지 최고의 효율성을 추구하죠.
대부분 야외에서 쓰는 집기이다 보니 내구성이 중요할 거 같아요.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품 생산에 투자를 많이 하죠. 기존 업체들이 40~50만 원 투자할 때, 저희는 120~150만 원을 사용해요. 내구성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철이나 나무 등의 재질을 무겁게 보강도 하고요.

나무로 만든 기물이 많던데, 어떻게 관리하나요?  
나무 종류에 따라 무게가 다르고 단면도 다양해요. 각재와 면재가 이어질 때 유독 약한 지점이 있거든요. 만약에 기물이 망가지면, 그 부분만 갈아 끼우면 돼요. 반면 철제로 만든 집기가 재사용이 어려워 한 번 파손되면 폐기 처리를 해야 해요. 이런 부분이 복잡하고 어렵긴 하죠.

집기를 어떻게 보관하는지 궁금해요.
아직까지는 100평 정도되는 창고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아마 내년에는 규모를 확장해 이사 가게 될 것 같아요.

물량을 늘릴 예정인가요?
처음 한칸을 설립할 때 고객이 전화로 가격을 문의하고 상담받는 걸 번거롭고 어렵게 생각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홈페이지에서 주문과 문의가 모두 가능하도록 했는데, 그러려면 보유하고 있는 제품군이 다양해야 하니 직접 제품도 개발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축제가 많은 시기가 다가오면 제품이 줄줄이 품절되는 거예요. 가진 자원이 적어 한칸이 소화할 수 있는 행사 규모에 제약이 생기는 게 아쉽더라고요. 저희와 결이 맞는 작가의 집기와 한 번 사용하고 방치된 기물을 찾아 한칸에 입점시켰죠.
일종의 플랫폼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큐레이션 정도인 것 같아요. 부가 가치 서비스이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가 어차피 버릴 기물을 저희에게 맡기면 추가 수익이 생겨요. 시중에 존재하는 쓸만한 집기를 모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 결국 모두에게 좋은 일이죠. 그래서 보관이 용이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집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홈페이지에 있는 ‘이그잼플(example, 예시)’ 페이지가 인상적이었어요.
저희가 대여하는 제품을 다른 업체가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죠. 그 페이지는 또 다른 한칸 이용자를 위한 레퍼런스 역할도 해요. 이그잼플에서도 답을 얻지 못했다면 한칸에 문의하면 돼요. 여기서 한칸의 역할은 실패 없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예요.
행사 목적에 맞는 집기를 검색하고 다양한 레퍼런스를 볼 수 있는 필터링 기능을 개발 중이에요. 홈페이지 안에서 기획자가 집기 활용안 예측부터 제품 결정, 주문까지 더 원활하게 하는 거죠.

이케아(ikea) 홈페이지가 떠오르네요.
이케아도 큐레이션 브랜드니까 비슷한 개념이죠. 사실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자사에서 만든 상품은 50~60퍼센트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품마다 브랜드명이 붙어 있는데, 사람들은 이케아에서 산다고 인식하는 거죠.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도 결국 같아요.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입금될 때요(웃음). 농담이고요. 현장에서 저희 집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볼 때마다 참 재미있더라고요. 어쩌면 그렇게 활용법이 제각각인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행 노하우도 쌓였을 것 같은데요.
출장 일정이 거의 아이돌급이죠. 일하는 동안에는 여유가 거의 없죠. 대신 저희는 장마철이나 겨울철 같은 비수기에 휴가나 워크숍을 가요. 지난 3월에는 다 같이 삿포로에 스키를 타러 다녀왔고, 올해 겨울에는 태국 치앙마이에 가려고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혼자서 이탈리아를 네 번 다녀왔어요. 이탈리아에는 와인, 커피, 스테이크, 해산물 등 제가 좋아하는 것이 많거든요. 특히 소렌토에 오래 머물곤 했어요. 작은 해변을 즐기거나 거점 도시로 삼기에 좋거든요. 한 가지 팁이라면, 숙소는 소렌토에 잡지 마세요. 소렌토에서 기차로 두 정거장만 더 가면 저렴하고 좋은 숙소가 정말 많으니까요. 

언젠가 한칸의 기물이 해외로 진출하는 날도 오겠죠?
가능하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행사 관련해 주문이 들어온 적이 있어요. 일정을 맞출 수 없어 결국 고사했지만. 해외에 보낼 땐 일체형 제품을 보내면 돼요. 설치∙철수 시 전문 인력이 필요 없거든요. 박스에 포장해 보내고 그 상태 그대로 돌려받는 거죠. 
 
올해 안에 꼭 해내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조만간 입점한 브랜드나 작가가 기물 판매부터 정산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더 좋은 집기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겠죠? 입점 작가, 행사업체, 행사 참여자 모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저희가 제 역할을 잘하면 좋겠어요.

한칸으로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마케터와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인터뷰할 걸 그랬어요(웃음). 평소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저는 잘 만든 집기를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는 게 곧 친환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엔 ‘저희 제품은 낭비 없이 만든 제품이고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고, 저희 제품을 사용하면 자원을 선순환시킬 수 있다’ 등등 구구절절 소개하곤 했거든요. 지금은 굳이 알리려 애쓰지 않아요. 직접 사용해보면 알 테니까. 청소 담당 직원들이 저희를 좋아해요. 저희는 전선 처리할 때도 재사용이 가능한 벨크로 타이를 쓰기 때문에 철수 후에 흔적 하나 남지 않거든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칸은 현장을 더 멋지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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