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에 자리한 카페 겸 소품숍 포디움126

 

ⓒ 김창묵

Another Port For Travelers in East Incheon
동인천의 또 다른 항구를 꿈꾸며, 인더로컬 협동조합

차이나타운이 자리한 동인천에는 로컬과 여행자를 연결하기 위해 설립된 인더로컬 협동조합이 있다. 1883년 조선 최초의 개항지로, 서구 근대 문물을 들여온 이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인더로컬 협동조합은 오늘날 동인천의 새로운 항구 역할을 하고 있는 셈.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김아영(인더로컬 협동조합 대표)

인더로컬 협동조합(이하 인더로컬)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개항장의 역사가 있는 곳이자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원도심인 동인천에서 로컬 콘텐츠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협동조합입니다. 여행자에게 동인천을 소개하는 마을호텔 프로젝트 *르인천구락부를 진행하고 있어요. 현지인과 기획자가 직접 경험한 인천의 매력적인 문화를 여행 상품으로 만들어 소개하는데요. 카페 겸 기념품숍 **포디움126, 로컬 스테이 보는하우스 등의 공간도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다시’라는 뜻의 영어 접두사 ‘르(re)’와 클럽의 일본식 발음인 ‘구락부’를 결합해 지었다.
**기간, 토대를 뜻하는 건축용어 포디움(Podium)과 인천의 경도(126˚42’18”E)에서 이름을 따왔다.


특히 포디움126은 100년 된 목조 건물을 개조해 이목을 끌었어요.
포디움126은 마을호텔의 리셉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컨시어지 콘셉트로 공간을 꾸몄어요. 동인천 여행 정보는 물론, 지역의 창작자가 만든 로컬 굿즈,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가 모두 있는 곳이죠. 설계부터 시공 감리, 브랜딩까지 오로지 저희 힘으로 해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이기도 해요. 가구, 소품 등 사소한 것에도 저희의 손때가 묻어 있죠.
100년이 넘은 목조 건물이라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방치된 몇 년간은 벌레와 비둘기의 집이었거든요. 다 같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청소를 몇 번이나 했는지... 정말 힘들었는데, 동인천의 어엿한 여행 명소가 된 이 공간을 보면 감격스러워요. ‘힐링하고 간다’ ‘인천을 이렇게 멋지게 알려줘서 고맙다’ 등의 방문 후기를 읽을 때면 저희의 진정성이 전달된 것 같아 울컥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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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하우스] 머무는 인천 여행을 제안하는 독채 스테이
200,000원~
로컬 스테이 보는하우스는 주민의 도움으로 탄생했다고요.
원래 건물주가 세컨드 하우스로 이용하고 있는 오래된 목조 주택이었는데,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건물주가 주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건물주에게 스테이로 활용해보는 게 어떻겠냐면서 저희와 연결해준 거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 저희의 사업 방향을 잘 이해해줘서 보는하우스를 오픈하게 됐어요.

보는하우스는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나요?
로컬의 진짜 매력과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투숙객에게 맛집, 카페, 상점, 펍 등 인더로컬이 추천하는 스폿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거든요. 보는하우스는 쇼룸 기능도 하는데요. 로컬 창작자가 만든 소품과 매거진, 드립백, 디퓨저 등을 비치해 로컬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었죠.
인천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해요.
인천에 있는 대학에서 문화경영을 전공했어요. 대학교 동기, 후배들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가 인더로컬의 출발점이 되었죠. 제가 앞으로 살아갈 지역의 문화를 더욱 재미있고 풍성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로컬 매거진을 만들거나 전시를 기획하는 등 2년 정도 프로젝트 기반의 활동을 하다 인더로컬을 설립하게 됐죠. 올해로 인천에서 일한 지 벌써 7년차를 맞이했네요.

하필 동인천이었던 이유는요?
대학 시절, 수업 과제의 주제가 주로 인천이었거든요. 당시에는 동인천의 역사나 문화에 크게 감흥은 없었는데,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 살면 좋을까 생각하다 보니 동인천이 떠오르더라고요. 이곳에는 역사문화 자원이 많은 지역이거든요.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콘텐츠의 소스가 많은 거죠. 결정적으로 이 동네를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제 발목을 붙잡았어요. 더 좋은 동네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다면 이곳에서 삶과 일을 동시에 일궈가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인천에서의 여행 혹은 삶이 지속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거네요.
동인천에는 차이나타운, 송월동 동화마을, 신포시장 등 유명 관광지가 많아요. 관광객 수는 늘고 있지만 거주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예요. 동네 주민이 줄어들면 결국 동인천이 인기 여행지로 거듭나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삶과 여행을 위해 지역의 문화와 매력을 깊게 이해하는 동시에 여행자의 발길을 계속해서 이끄는 여행 콘텐츠가 필요했고, 그 일을 인더로컬이 하면서 지속 가능한 동네로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여행지로서 동인천은 어떤 매력을 가졌나요?
각자의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다른 지역보다 프렌차이즈 매장이 없는 편이고 저처럼 이곳의 매력에 이끌려 자리 잡은 사람들도 많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공간이 개인의 취향과 개성으로 채워져 있죠. 특히 목조로 지은 근대건축물이나 양옥집을 개조한 카페, 펍, 레스토랑, 소품숍이 곳곳에 자리해 있어요. 한마디로 취향을 탐색하는 즐거움이 있는 동네에요.
 
협동조합 구성원들은 어떤 인연으로 모이게 됐나요?
구성원 간 이해관계가 좀 복잡한 편이에요. 법인 설립 전, 임의 단체일 때 같이 활동했던 구성원부터 보는하우스의 건물주로 인연을 맺은 분, 저희 사업을 응원하는 주민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요. 협동조합에서 각자 하는 일과 역할은 다르지만, 동인천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죠. 인더로컬 사업의 방향과 가치관이 맞는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어요.

나만의 지속 가능한 여행 방법이 있다면?
지역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에 동참하려고 해요. 프랜차이즈 매장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죠. 특히 독립서점에 꼭 들르는 편인데, 공간 내 적힌 글귀를 세세히 읽곤 해요. 그러다 보면 애정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요. 동네의 문화를 풍성하게 해주는 개인이 작은 상점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갑을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죠.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더 많은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싶어요. 숙박시설이 늘어나면 다양한 창작자의 상품을 소개할 수 있고, 청소를 비롯한 스테이 관리를 통해 현지인에게 소소한 일거리도 제공할 수 있죠.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구축하는 데 든든한 자원이 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일단 보는하우스를 좋은 사례로 만들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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