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입니다. 대체 세계 습지의 날을 어떻게 기억하냐고요? 바로 습지에 사는 소녀의 일생을 그린 작품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덕분입니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가 70세에 가까운 나이에 펴낸 첫 소설입니다. 2019년 책이 발간됐고, 2022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죠.
소설의 배경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 해안 습지(Outer Banks Wetland)입니다. 10살 때부터 이곳에서 홀로 생존해온 주인공 카야는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강인한 내면의 소유자예요. 고요하지만 거대한 생명력을 지닌 습지를 닮았죠. 소설은 아우터뱅크스 해안습지의 신비로운 풍경을 묘사하며 카야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서술하는 반면, 영화에서는 사건을 중심으로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전달합니다(영화 속 습지는 미국 맨더빌의 퐁텐블로 주립공원, 에덴 섬의 폰차트레인 호수 등에서 촬영했다고 해요). 저는 이 작품을 생각하면 독일 소도시 데사우(Dessau)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이 책이 혼자 떠난 독일 여행에서 제 여행 메이트였기 때문이죠. 기차, 레스토랑, 미술관 안에서 틈틈이 친구가 되어준 덕분에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자, 이 정도면 제가 세계 습지의 날을 기억할만 하겠죠?
P.S 우리나라 습지의 현주소를 알고 싶다면 영화 <수라>를 추천합니다. 간척 사업 때문에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 수라에 대한 기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