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바이 레터에 소개된 여행 아이템

 

ⓒ Al Nik / Unsplash

Letters to Travelers
지속 가능한 여행 아이템이 필요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월 2회 발행하는 여행 뉴스레터 <피치 바이 레터>의 장바구니 코너는 에디터가 직접 소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생생한 후기를 전하는 리뷰 코너예요. 제품, 영화, 카페, 식당 등 소비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다루죠. 기후동행카드부터 소니의 헤드셋,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광주의 로컬 식당까지, 에디터의 솔직한 경험담을 담아 독자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를 공개합니다. 

박진명

광주의 진짜 미식을 즐기고 싶은 당신에게

2023년 가을, 취재 차 광주 토박이 윤현석 대표(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로컬 편집숍 ‘파크먼트 광주’를 운영 중)를 만났습니다. 광주의 지역성을 주제로 그와 대화를 나누다 이야기는 음식으로 이어졌죠. 그는 미식의 도시 출신답게 지역 음식에 대해서도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었어요. “여느 육전과 달리 광주의 육전은 지극한 정성으로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이에요. 최고급 한우, 새우, 가리비 등 제철 식자재를 손질해 찹쌀가루와 달걀물을 차례로 입혀 즉석에서 한 점 한 점 구워내죠. 극강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음식입니다.” 1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 중 이 대화가 유독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육전을 맛볼 생각으로 광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윤 대표가 언급한 동명동의 미미원 대신 제가 찾은 곳은 상무지구의 대광식당. 직접 경험해보니 그의 말은 사실이었어요. 직원이 식자재를 차례로 소개한 다음, 얇게 저민 소고기(아롱사태)를 찹쌀가루와 달걀물을 얇게 묻혀 전기 팬에 굽기 시작했어요. 들은 대로였습니다. 방금 구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육전의 따뜻한 온도부터 부터 야들야들한 식감, 입안에 퍼지는 고소함 그리고 손님에게 최고의 대접을 하겠다는 인심까지도요.

 

자연과 추리물을 동시에 좋아하는 당신에게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입니다. 대체 세계 습지의 날을 어떻게 기억하냐고요? 바로 습지에 사는 소녀의 일생을 그린 작품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덕분입니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가 70세에 가까운 나이에 펴낸 첫 소설입니다. 2019년 책이 발간됐고, 2022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죠.
소설의 배경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 해안 습지(Outer Banks Wetland)입니다. 10살 때부터 이곳에서 홀로 생존해온 주인공 카야는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강인한 내면의 소유자예요. 고요하지만 거대한 생명력을 지닌 습지를 닮았죠. 소설은 아우터뱅크스 해안습지의 신비로운 풍경을 묘사하며 카야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서술하는 반면, 영화에서는 사건을 중심으로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전달합니다(영화 속 습지는 미국 맨더빌의 퐁텐블로 주립공원, 에덴 섬의 폰차트레인 호수 등에서 촬영했다고 해요). 저는 이 작품을 생각하면 독일 소도시 데사우(Dessau)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이 책이 혼자 떠난 독일 여행에서 제 여행 메이트였기 때문이죠. 기차, 레스토랑, 미술관 안에서 틈틈이 친구가 되어준 덕분에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자, 이 정도면 제가 세계 습지의 날을 기억할만 하겠죠?
P.S 우리나라 습지의 현주소를 알고 싶다면 영화 <수라>를 추천합니다. 간척 사업 때문에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 수라에 대한 기록이에요.

 

애플이냐 소니냐, 헤드셋을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헤드셋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음악 감상이 아니라 오로지 패션 때문이었는데요. 작년 여름 우연히 들른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에어팟 맥스를 착용한 나 자신에게 반하게(!?) 된 거죠. 게다가 노이즈 캔슬링의 축복까지. 그날 이후 전자기기 매장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어요. 이 세상에 나온 헤드셋이란 헤드셋은 다 착용해본 것 같은데요. 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마냥 예쁘다고 바로 지갑이 열리진 않더라고요. 특히 에어팟 맥스 사용 후기를 보다가 꽂힌 문장이 있었습니다. “에어팟 맥스를 착용하고 무언갈 먹으면 턱이 아프다.”
그리하여 반년 만에 제 손에 들어온 제품은 바로 소니의 가장 최신 모델 WH-1000XM5. 디자인을 전면 수정해 전보다 멀쑥해진 외관, 편안한 착용감 그리고 250그램의 가벼운 무게(에어팟 맥스는 384.8그램)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기내에서 진가를 발휘했는데요. 외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고 듣기 좋은 음만을 골라 달팽이관에 전달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전두엽에 도착한 소리는 안락한 휴식의 세계로 저를 데려갔습니다(비행 시간 내내 푹 잤다는 뜻). 특히 주목할 점은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한 소재라는 것! 소니는 패키지에 사용하는 소재를 100퍼센트 종이로 직접 개발하는 등 제품에 지속 가능성을 녹이려 노력하는 브랜드 중 하나죠. 이것 역시 우리, 창의적이고 지적인 여행자에겐 매력 요소가 아닐까요!

 

맛집 리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당신에게

취재 차 충남 태안을 방문했다가 모든 일정이 끝나고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 근처 카페에 들렀습니다. ‘한국의 캘리포니아’라고 불리는 만리포 해변을 마주한 피노카페. 메뉴판에서 특이한 커피 메뉴를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에스프레소와 말차, 우유를 층층이 쌓고 쫀쫀한 크림을 얹은 후 태안의 특산물 감태와 소금을 뿌린 ‘태안 아인슈페너’라니. 말차 아인슈페너를 연상시키는 첫인상은 일단 합격. 되직한 크림을 살짝 머금은 채 무겁게 가라앉은 말차 라테를 한 모금 넘겨봤습니다. 달콤함 뒤로 감태의 비릿한 향과 짠내가 입안 가득 퍼지기 시작하더군요. 잔을 내려놓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다시 주문했습니다.😅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카페나 음식점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강아지가 매일 산책하던 길에서도 늘 코를 킁킁거리며 새로운 냄새를 맡듯 리뷰에 의존하지 말고 모험을 감행해보세요. 주문 실패 또한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될 터! 
P.S 날이 우중충해 오션뷰를 즐기진 못했지만, 카페에서 보는 일몰이 아름답다고 해요. 음료 주문 시 머그컵에 담아달라는 요청도 잊지마세요.

 

명품 브랜드의 지갑을 구매하고 싶은 당신에게

요즘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중고거래 사이트부터 탐색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낡고 해진 지갑을 바꾸고 싶어 중고거래 앱을 켰는데, 한 명품 브랜드의 지갑이 꽤나 마음에 들더군요. 가죽에 난 스크래치가 멋스러워 보였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일단 위시리스트에 넣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 편집숍에서 일부세토(Ilbussetto)라는 브랜드에서 만든 비슷한 디자인의 지갑을 발견했어요. 점찍어둔 중고 지갑과 가격도 비슷하길래 카피 제품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죠. 알고 보니 두 브랜드가 관련이 있더라고요! 
르메르(Lemaire)는 한때 에르메스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론칭한 브랜드예요. 르메르에서 이탈리아 밀라노의 가죽 브랜드와 협업해 가방, 지갑 등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일부세토였던 거죠. 일부세토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물성형 기법으로 만든 유광의 가죽. 자연에서 채취한 염색염료와 접착제를 이용해 심리스(seamless)기법으로 제품을 만듭니다. 르메르를 상징하는 미니멀한 디자인이 인상적이에요. 
제가 본 중고 제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갑 뒷면에 음각 처리한 브랜드명에서 ‘르메르’라는 글자가 빠졌다는 것. 브랜드는 다르지만, 제품에 얽힌 스토리만으로도 이 지갑을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P.S 지갑 폭이 너무 좁아 평소 카드를 여러 장 사용하는 분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을 거예요. 명함 지갑으로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뚜벅이 서울 생활권자인 당신에게

2024년 1월 27일 서울시에서 대중교통을 월 6만 원대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했습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선 사용이 어려워 ‘반쪽짜리 티켓’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출시 열흘 만에 31만여 장이 판매되며 예상 밖 호응을 얻었죠. 실물 카드가 없어서 못 살 정도였으니까요. 3월 30일부터 김포골드라인도 이용 가능해지며 서비스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긴 합니다. 저 역시 기후동행카드를 구입했어요. 안드로이드 유저는 티머니 앱에서 바로 충전해 사용할 수 있지만, 아이폰을 이용하고 있어 현금 3,000원을 내고 실물 카드를 구매해야만 했죠.
주의할 점은 지하철 이용 시 서울 외 지역에서 하차할 경우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가능한 노선인지 아닌지 잘 확인해야 한다는 것! 역무원을 호출해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신분당선으로 환승할 땐 노선 사용이 가능한 카드로 재승차해야 하고요.
기후동행카드의 참고 모델인 독일의 도이칠란트 티켓(D티켓)은 월 49유로(한화 약 7만 원)에 장거리 열차를 제외한 독일 내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티켓을 도입한 결과 탄소배출량이 연간 700톤 저감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집니다.
P.S 위에 소개한 지갑에 기후동행카드를 넣어 다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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