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원도심 워케이션추천

 

© 박진명

Workation in Mokpo
목포에서의 성공적인 워케이션을 위한 추천 스폿 4

서울에서 목포까지 KTX 기차로 2시간 반, 기차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이면 목포 원도심에 도착한다. 도심 중앙을 우직하게 차지한 유달산 자락, 시선이 닿는 곳마다 근대 건축유산을 마주하게 되는 곳. 이동이 편리하고 낯선 감각을 일깨우는 요소가 가득해 워케이션 여행지로 제격인 목포에서 즐겁게 일하고 놀기 위한 스폿을 소개한다. 

글 ・ 사진 박진명

새로운 자극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싶다면, 구보 프로젝트

목포역에서 3분 정도 걸어가면 오래된 동네와 잘 어울리는 빨간 벽돌의 건물 구보 프로젝트에 닿는다. 한 건물에 층층이 들어선 책방과 카페, *스테이를 모두 아우르는 이곳은 서울에서 내려온 땡쥬∙동동 부부가 꾸려가는 공간. 쉽게 짐작할 수 있듯 프로젝트의 이름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따왔다. 부부는 소설의 배경이 된 도시가 서울이긴 하나, 목포 원도심이 소설 속 일제 강점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책방의 이름으로 제격이라 생각했다. 

* 2층에 자리한 구보 스테이는 총 3개의 객실로 이뤄졌다. 각 객실은 테이블과 침구를 갖췄고 공용 공간은 책으로 둘러 싸여있어 혼자 일하며 머물기에 좋은 공간이다.

​오랫동안 출판업계에서 일한 부부는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2021년 목포로 내려왔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기차 여행을 하다 만난 옛 동네 분위기에 반해 오랜 세월 방치돼 있던 여관 건물을 매입했다. 나이 지긋한 원주민의 느리게 흘러가는 라이프 스타일과 삐걱거리고 낡은 건물에서 오히려 활기와 안정감을 얻었다고. 책방과 카페 공간이 자리한 1층은 작업실로 사용할 생각이었으나 서울에서 이고지고 온 책을 정리하다 자연스럽게 책방이 됐다. 판매용 도서가 대부분이지만 소장용 책만 모아둔 책장도 있어 부부의 취향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상점의 안내문을 비롯해 전시회, 행사 등에서 가져온 각종 인쇄물, 동네를 돌아다니다 모은 오래된 가구를 구경하고 그에 얽힌 히스토리를 듣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부부에게 한약방, 의료기기 상점 등에서 가져온 수납장과 책장을 가리키며 ‘이건 어디서 왔어요?’라고 물어보면 정답게 그 대답을 들려줄 것이다. ​

 

목포의 밤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압해로

혼여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외롭고 심심한 순간은 저녁 식사를 마친 이후가 아닐까. 하지만 목포에서는 그런 걱정을 덜 수 있다. 원도심 기준으로 유달산 뒤편에 자리한 압해로(apéro)는 전남 해남에서 만난 두 친구가 의기투합해 오픈한 와인바다. 압해로라는 명칭은 목포와 신안을 잇는 도로의 이름이자,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하면 프랑스어로 식전주를 뜻하는 아페로(apéro, 아페리티프의 줄임말)가 된다. 이름처럼 와인을 통해 사람, 지역, 문화를 잇는 공간을 꿈꾼다. 전체적인 브랜딩은 프랑스에서 15년간 패션 공부를 한 김지연 씨가, 바 운영은 와인에 조예가 깊고 로컬 사업을 전개한 경험이 있는 이우행 씨가 맡았다. 
처음 압해로를 구상할 때 김지연 씨는 프랑스에서 경험한 저녁 일상을 떠올렸다. 식사 전 입맛을 돋우기 위해 술을 마시는 아페리티프 문화를 목포에서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는 그 기억에서 얻은 것. 캐주얼한 와인바를 지향하기 때문에 와인은 글라스로 주문할 수 있으며 꼭 음식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 이 공간에서는 다양한 커뮤니티에 대한 실험도 펼쳐진다. 구보 책방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는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고 매주 금요일 프랑스 파티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저녁 모임 수와레(soirée)를 열어 새로운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목포의 밤이 길게만 느껴진다면 압해로의 문을 두드려보자.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이야기 보따리 지연 씨, 그 옆에서 묵묵히 좋은 와인을 내어주는 우행 씨가 목포의 밤을 따뜻하게 채워줄 테니. 

 

원도심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

1897년 대한제국이 다양한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목포항을 개항하면서 그 주변에 도심이 형성됐다. 늘 외지인으로 북적이던 거리엔 여인숙과 민박이 줄지어 들어섰다. 시간이 흘러 목포 외곽으로 도시가 확장됐지만, 근대 도시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원도심에는 여전히 낡고 오래된 숙박 공간이 여럿 자리해 있다. 스테이 카세트플레이어 역시 30여 년의 세월을 가진 여관(우진장) 건물을 매입해 리브랜딩한 공간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는 이주 청년들이 모여 만든 마을 기업 공장공장의 박명호 대표. 목포로 이주한 지 어느덧 7년차가 된 박 대표는 이 거리의 과거를 좀 더 생생하게 되살리고 싶어 레트로풍으로 꾸민 스테이를 오픈했고, 듣고 또 들어 늘어진 카세트 테이프처럼 오로지 휴식에만 몰두하며 느긋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3층짜리 건물에 객실은 총 12개. 1층은 방 3개와 거실을 갖춘 독립형 객실로 구성했고, 2층에는 간단한 조리와 식사가 가능한 부엌, 카세트 테이프를 들을 수 있는 청음방 등의 공용 공간, 1~2인용 객실 6개가 자리한다. 1~2인용 객실 3개를 갖춘 3층은 통으로 예약이 가능해 최대 6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독채로도 활용된다. 가성비 좋은 게스트하우스,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펜션, 공용 공간을 갖춘 커뮤니티 호텔의 기능이 모두 어우러진 셈. 옛 가수의 노래가 흐르고 꽃무늬 커튼, 목각 구슬 발 등의 소품이 놓인 공간에서 중년은 추억을 회상하고 청년은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점심 식사 시간을 놓쳤다면, 마지아레이크

요즘 어딜 가도 브레이크 타임 없는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다. 목포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밥때를 놓쳤다면 주저없이 브런치 카페 마지아레이크로 향할 것. 매일 아침 셰프인 아내가 남편을 위해 정성스레 차린 가정식을 맛볼 수 있을 테니까. 아내의 예명 ‘마지아’와 남편의 이름 ‘호수(영어로 레이크 lake)’의 합성어인 상호명에서부터 부부간의 사랑이 듬뿍 느껴진다.
서울 이태원에서 셰프로 활동하다 목포로 이주한 박호수 씨와 결혼하며 이곳으로 내려온 마지아 씨는 2019년 마지아 레스토라는 양식당을 오픈했다. 이들 부부가 아침 식사로 즐기던 메뉴를 내세워 브런치 전문 식당을 선보이기로 결정한 건 3년 전. 구상만 하던 부부에게 마지아 레스토의 단골 손님이 본인의 건물에 브런치 카페를 차려보라고 먼저 제안해왔다. 그 결과 작지만 아름다운 마당이 딸린 가정집에 마지아레이크가 들어섰다. 반셀프 인테리어로 오래된 곳을 직접 손보며 완성한 마지아레이크는 유럽의 카페를 연상케 한다. 내부에는 부부가 애정을 갖고 모아온 빈티지 소품과 가구가 가득하고 매장 벽 곳곳엔 디자이너인 박호수 씨의 여동생이 그린 귀여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메뉴에도 부부의 취향이 반영됐다. 아내가 좋아하는 채소와 토스트 등 식자재 본연의 맛을 살려 완성한 마지아 접시, 고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입맛을 저격하는 햄과 베이컨, 달걀 등으로 구성한 호수 접시가 대표 메뉴. 모든 음식은 매일 아침 목포시장에서 공수해온 신선한 식자재로 만든다.  현재 영업일은 수・목요일 단 이틀로, 마지아 레스토의 휴무일에 맞췄다. 정작 이들 부부에겐 일주일 내내 휴일이 없는 셈이다. 마지아레이크의 영업 일수를 늘리기 위해 직원을 구하고 있다고 하니, 목포에서 워케이션을 즐기다 목포살이에 관심이 생겼다면(혹은 요리를 좋아한다면) 지원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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