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에 자리한 비건버터 전문점 문사기름집

 

ⓒ 문사기름집

Butter made by Nature in Jeju
제주의 자연을 버터에 담아드립니다, 문사기름집

바야흐로 스몰 브랜드의 시대. 규모는 작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몰 브랜드의 강력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브랜드를 이끄는 이가 지향하는 일관된 삶의 태도는 아닐지. 자신이 닮고 싶은 문사수*의 태도를 완벽히 투영한 문사기름집 송현애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송현애(문사기름집 대표)
* 불교 용어인 문사수(聞思修)는 부처님 법문을 듣고(聞), 내 삶에 비춰보고(思) 법문대로 삶을 닦아 나가는(修) 세 가지 삶의 지혜를 말한다.

문사기름집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은 국내 최초 비건 버터 공장이자 상점입니다. 제주도 로컬 식자재를 발굴하고 연구하며, 식물에서 나온 기름을 바탕으로 일상의 맛과 향을 책임지는 비건 제품을 만들죠. 제주에서 모든 제품을 수제작하며, 다양한 협업을 통하여 비건적 삶을 연결합니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를 결심한 계기는?
12년 동안 카페 겸 레지던시로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에서 공동 대표로 일하며 홍보를 담당했어요. 어느 순간 번아웃이 왔는데, 그때 처음 서울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 같아요. 평소 좋아하던 제주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무엇보다 제가 추위에 많이 약한 편이라 서울보다 따뜻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죠.

제주에 자리 잡으며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은데.
서울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딱히 힘든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곳은 외국이고,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워보자.’라는 태도로 제주에서의 삶을 시작했거든요. 제주에 내려올 때는 무리하지 않고 애쓰지 말자고 다짐한 게 일과 인간 관계뿐만 아니라 제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그런 관점으로 제주를 마주하다 보니 이곳만의 특색 있는 문화와 환경이 흥미롭기만 했죠.  정말 운이 좋게도, 제주에서 좋은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어요.
비건 버터 가게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반려묘와 함께 살며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달걀, 육고기 등을 먹지 않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유제품까지 자제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특히 버터! 빵과 버터 그리고 카페 라테로 아침을 시작하는 습관이 있었거든요. 우유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속 모유만 생산하는 여성들처럼 매일매일 암소들이 젖을 짜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버터를 먹는 건 포기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비건 버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제주에 놀러 온 친구들이 버터를 맛보더니 ‘비건 버터 벗*(버터 그러나 비건 버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로고 제작, 제품 사진 촬영 등 브랜딩을 적극적으로 도와줬어요. 문사기름집은 그렇게 탄생했죠.
* 벗은 영어로 ‘그러나’라는 뜻의 부사 But과 친구라는 뜻의 우리말 벗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는 뜻이다. 

‘문사기름집’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은 것인지 궁금해요.
앞서 말씀드렸듯 문사는 제가 닮고 싶은 삶의 태도이자 제 둘째 고양이의 이름이기도 해요. 기름집은 버터 매장을 한국식으로 표현하고 싶어 붙였고요. 대부분 참기름집으로 오해하지만요(웃음).

비건 버터 벗은 공정무역 유기농 캐슈넛, 동물착취 없이 생산한 유기농 코코넛 오일, 제주 용암수로 만든다고 들었어요.
문사기름집의 모토는 ‘단순하고 건강하게 만들자’ 입니다. 식자재를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것을 추구하고요. 제가 알레르기가 많아 재료를 단순화했죠.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기 쉽도록. 인간과 지구에 무해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식자재를 선택하려는 마음이 비건 버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노동 착취 없는 생산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생산자를 존중하고 제철 식자재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 또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큰 영감이 되고요.
최근 특허 등록을 마친 타이거벗 시리즈는 무농약 타이거너츠와 바나나, 유기농 말차와 용암수 등을 모두 제주산을 사용해요. 지난 4월엔 제철 채소인 더덕으로 비건 버터를 만들기도 했어요. 충남 예산에서 3대째 더덕 농사를 짓고 있는 더덕몽과 협업했죠. 맛있게 버터를 즐기며 누구나 쉽게 채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점점 늘려가고 싶어요.
 
비건 곰탕 밀키트도 개발했어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문사기름집 비건 버터는 빵은 물론 과일, 과자에도 발라 먹을 수 있어요. 버터에 원물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볶음이나 국물 요리를 할 때도 풍미를 더해주죠. 문사기름집의 단골이자 비건책방 대표인 친구가 저희 제품 중 생캐슈넛이 들어간 ‘캐슈벗 플레인’으로 육수를 낸 떡국을 만들어 준 적이 있는데요. 그 떡국에서 속세의 맛이 나는 거예요. 이를 계기로 제주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농부들의 모임인 올바른농부장과 함께 밀키트를 기획하게 됐죠. 건강한 감칠맛을 자랑하는 한라산 영실표고버섯 육수에 송이버섯, 대파, 청양고추, 다시마, 천일염, 유기쌀로 만든 떡 등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 식자재를 사용했어요. 밀키트를 제작하며 제철 채소의 아름다움과 맛, 소중함을 알게 됐는데요. 먹거리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삶도 더욱 풍요로워졌죠.

비건 식생활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하루 한 끼 비건식은 기후 위기 시대에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대응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번아웃을 겪고 있을 때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것도 비건이에요.”라는 요가 선생님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비건식을 접하다 보면 나 자신은 물론 타인, 동물, 환경까지 되돌아볼 수 있거든요.
비건 식생활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하루 한 끼 비건식은 기후 위기 시대에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대응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번아웃을 겪고 있을 때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것도 비건이에요.”라는 요가 선생님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비건식을 접하다 보면 나 자신은 물론 타인, 동물, 환경까지 되돌아볼 수 있거든요.

제주를 찾은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온화한 날씨와 예쁜 숙소, 이국적인 해변. 이 모든 것을 제주에서 즐길 수 있답니다. 특히 8월의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금능해변 때문이에요. 수심이 얕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예쁜 물색과 고운 모래를 바라보기만 해도 ‘이게 바로 휴식이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해수욕을 즐긴 후엔 좋은 시간을 선사해준 바다를 위해 봉그깅*을 하면 한층 더 지속 가능한 여행이 되겠죠. 그리고 나서 문사기름집을 방문해 9가지 종류의 비건 버터를 시식하고 가세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거든요.
* 제주 방언으로 ’줍다’를 의미하는 ‘봉그다’와 조깅의 합성어로,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위.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주세요.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해석하는 트래블 코멘터리 매거진이라는 <피치 바이 매거진>의 소개글을 읽고,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소설 중 한 구절이 떠올랐어요. “나는 생각했다. 나도 반짝거리는 것을 잔뜩 가방에 담아 여행을 떠나자고. 인생이라는 바다를, 내면의 어린아이와 손에 손을 잡고 항해하자고. 키를 잡은 손은 마음, 진실을 아는 것은 그 작은 아이의 눈동자. 그렇게.”(<우니히피리, 내 안의 어린아이> 중에서)
문사기름집의 운영 원칙은 ‘매일의 문사수를 통해 마음의 편안함을 찾아간다.’인데요. 누군가 완벽의 반대말이 편안함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그것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싶어요.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내가 위치한 이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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