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밤거리를 달리는 사람들, 하버러너스

 

ⓒ 하버 러너스

Run Together in Hongkong!
홍콩의 밤거리를 달리는 사람들, 하버 러너스

화려한 나이트라이프로 유명한 홍콩에는 바가 아닌 거리에서 행복을 채우는 이들이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 달리기를 통해 현지인과 여행자의 만남을 주선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홍콩의 야경을 소개하는 하버 러너스 *운영진을 만났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돈 찬(Dawn Chan), 아이반 찬(Ivan Chan)
* 대부분의 질문에 두 사람이 공통으로 답했으며 각자가 말한 내용은 구분해 표기했다.

두 분의 성(Chan)이 같은데, 혹시 남매인가요?
아니오(웃음). 홍콩에서 ‘찬’은 한국의 김씨와 같아요.

하버 러너스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2010년에 결성된 하버 러너스는 러닝의 즐거움을 알리고 활기찬 홍콩을 탐험하고 싶은 사람들로 구성된 러닝 크루 커뮤니티예요. 몇몇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가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기반의 달리기 모임으로 발전했죠.
핵심 멤버 7명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크루에 기여하고 있어요. 저희 둘은 주로 홍보를 담당하고요. 매주 수요일 러닝 모임을 위해 모든 멤버가 러닝 루트 기획, 워밍업∙쿨다운 리드, 전반적인 러닝 행사 진행, 사진 촬영, SNS 홍보 등 다양한 직책을 돌아가며 맡고 있어요. 도시를 함께 탐험하면서 러닝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CityIsOurPlayGround’는 저희의 지향점이자 핵심 해시태그예요.

하버 러너스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2010년 초만 해도 홍콩에서 달리기가 흔한 활동은 아니었어요. 러닝 크루도 많지 않았죠. 앞서 말한 것처럼 크리에이터와 디자이너가 모여 매주 수요일마다 함께 달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로 뜻을 모았어요. 업무나 공부로 인한 모든 부담을 날려버리기에 좋은 한 주의 중간이라 수요일을 골랐죠. *'Hump Day, Run Day'가 저희 슬로건이거든요.
* Hump day는 한 주의 중간인 수요일을 언덕에 빗댄 표현으로 달리기를 통해 한 주의 중턱을 넘었다는 뜻.
보통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요?
하버 러너스는 별도의 참가 신청이 필요 없는 개방형 플랫폼이에요. 각자의 레벨이나 소속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어요. 러너를 한데 모으고 홍콩의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함께 발견하면서 러닝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것이 저희의 유일한 목표죠. 홍콩을 방문하는 모든 러너를 환영하며, 러닝을 통해 만나게 되어 기뻐요.

하버 러너스와 함께 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매주 수요일 저녁 6~8킬로미터의 거리를 60~80명이 함께 달립니다.그중 외국인이 20퍼센트 비율을 차지하고요. 그 주의 러닝 일정과 코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매주 월요일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안내하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모임 장소에 나타나 함께 달리기만 하면 돼요!
 
달리기를 시작한 후 인생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원래 저는 무언가에 도전할 때 불가능한 면을 잘 발견하고 금세 포기하는 사람이었어요. 10년 전만 해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건 제 평생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죠. 달리기가 이렇게 저를 바꿔 놓을 줄은 몰랐어요. 이제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아이반 달리기 덕분에 할 수 있는 정신과 끈기를 갖게 됐어요. 이런 변화는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죠.

함께 달리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은 훨씬 더 재미있고 더 나은 러너로 성장하도록 독려해줘요. 몇몇 흥미로운 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과 나란히 달릴 때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확실한 원동력이 생긴다고 해요. 혼자 운동하는 것보다 함께 할 때 스포츠 활동에 참여율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달리면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데 왜 마다하겠어요?

하버 러너스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10년 전 하버 러너스에 처음 합류했을 때 제가 크루 중 가장 느렸어요. 달리는 내내 다른 러너들이 제게 많은 응원과 환호를 보내줬고 더 재미있게 달리도록 도와줬어요. 특히 코스의 끝자락에 있는 크로스 하버 터널(Cross Harbour Tunl)을 건널 때 수많은 러너가 긍정적 에너지에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아이반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원 봉사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대부분 버려지거나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이었어요. 저희 크루 멤버들과 아이들이 함께 10주간 달리기 훈련을 진행했어요. 그 결과 달리기와 상관 없던 모두가 10킬로미터 달리기 완주에 성공했죠. 저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러닝 코스는 무엇인가요?
당연히 *보웬 로드(Bowen Road)!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평평한 코스를 달리는 건 언제나 즐거워요.
아이반 저는 웨스트 카우룽(West Kowloon) 문화공원을 좋아해요. 산책로를 따라 달리며 빅토리아 항구의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죠.
완차이(Wan Chai)와 해피 밸리 경마장(Happy Valley Racecourse) 위쪽 경사면에 자리한 도로로, 1800년대 저수지의 물을 끌어오는 수로 꼭대기에 지어졌다.

한국에서는 달리기 후 뒤풀이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홍콩은 어떤가요?
러닝 후 맥주 한 잔! 저희도 좋아해요.
아이반 홍콩에서도 달리기가 끝난 뒤 종종 커피나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유대감을 형성하곤 하죠. 모임을 통해 커뮤니티의 결속력이 생기고 경험과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어요.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액티비티나 명소가 있다면?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에서 도시와 항구의 숨막히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적극 추천해요. 피크 트램을 타고 정상에 오르면 환상적인 뷰가 펼쳐지고 순환 산책로를 거닐 수 있죠. 현지 문화를 맛보고 싶다면 몽콕(Mongkok)을 추천해요. 달걀 와플, 냄새나는 두부, 파인애플 번과 같은 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어요.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레이디스 마켓(Ladies’ Market)과 활기 넘치는 분위기, 맛있는 해산물 노점이 있는 템플스트리트 야시장(Temple Street Night Market)도 인근에 있고요. 센트럴에서는 아름다운 정원과 고요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홍콩 공원을 방문해보세요. 전통 한약재상과 로컬 카페가 모여 있는 셩완(Sheung Wan)의 유서 깊은 거리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아웃도어 활동을 즐긴다면 드래곤스 백(Dragon’s Back)을 꼭 가야 해요. 트레킹 난도가 그리 높지 않아 크게 힘들이지 않고 멋진 해안 전망을 즐길 수 있어요. 무엇보다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날 수 있죠. 침사추이(Tsim Sha Tsui) 산책로와 웨스트 카우룽 문화공원의 그림 같은 수변 산책로도 추천해요.  특히 스카이라인에 불이 들어오는 저녁 시간에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달리기에 좋은 장소거든요.

하버 러너스의 궁극적 목표는?
달리기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면서 활기차고 포용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궁극적 목표예요.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이끌어 나가고 우정을 다지며 홍콩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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