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인터뷰를 하면, 사전에 질문지를 보내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안 보냈습니다.
왜죠?
재미있게 하려고요.
아, 재미있게 하려고. (웃음) 네, 좋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2 〈별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홍승택 씨는 누구인가요?
제 친구이자 동료예요. 제가 글 쓸 때 초창기부터 같이 해온 친구인데, 시도 쓰고요. 요즘에는 경계를 넘나들면서 퍼포먼스를 주로 하고 있어요. 3 〈토이박스〉라는 문예지에 저희가 같이 투고를 했어요. 공동 작업 투고를 받는 난이 있어서 “승택, 우리 이거 해볼래?”하고 제가 제안을 했죠. 당시 주제가 ‘편지’였고요. 이 친구가 건축학과를 나왔거든요. “우리 둘 다 시를 쓰는데 내가 시를 써서 보내주면 네가 시랑 도면 같은 걸 떠오르는 대로 그려서 보내줄래? 그럼 내가 그에 대한 응답으로 또 시를 쓸게.” 이렇게 돼서 시와 도면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세 번 정도 오갔고, 그걸 이번 시집에 실은 거예요.
시집 세 권이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드문 케이스 아닌가요?
조금 드문 것 같긴 하지만 또 아예 그런 경우가 없는 것 같지는 않은데... 좀 특이하게 보이나요? 여기 갔다 저기 갔다, 이렇게 보이는 건가. (웃음)
메이저 출판사 세 곳에서 시집을 하나씩 출간했으니 요즘 시의 스타일에 맞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4 〈양방향〉이나 5 〈세 개 이상의 모형〉은 제가 투고해서 출간된 시집이에요. 보통 작가가 먼저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출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최근에 발표한 6 소설도 그렇고, 어느 정도 시가 모이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렇게 엮어서 내면 좋겠다 싶을 때 제가 먼저 적극적으로 특정 출판사에 투고를 해요. 그렇게 첫 번째, 두 번째 시집이 나왔고요. 그렇게 보더라도 어쨌든 제 투고를 각 출판사에서 받아준 것이니까 좀 신기하긴 하죠.
투고해서 출간되는 게 더 어렵지 않나요?
그럴 수도 있죠. 사실 처음에는 힘들었죠. 초기에 등단을 하고 몇 편 발표를 하면 바로 연락을 받는 작가도 있는데, 제 경우는 그렇지 않았어요. 해외 출판사에선 보통 책 단위로 투고를 받는다고 알고 있거든요. 등단 절차 같은 것도 국내와는 조금 다르고. 그래서 뭐, 이렇게도 한다는데 한 번 해보지 라는 생각으로 시도하게 됐죠. 저의 마음 속 힘듦도 타개할 겸. 그리고 제가 시를 쓰는 스타일이 한 편 한 편으로 임팩트를 준다거나, 보통 시에서 기대하는 강렬한 한 구절이 있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한 권의 흐름으로 뭔가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으니 책으로 보여주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 작업량이 많겠어요.
네, 맞아요. 죽겠습니다. (웃음) 제 스스로 주는 마감이 있는 거죠. 시에 한정하지 않고, 프로젝트 소설을 쓰고, 번역 작업도 조금씩 하고 있어요. 번역가에 따라 텍스트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번역 연습’ 이라는 시리즈를 발표해보려고요. 작년에 김희천 작가님의 ‘사랑과 영혼’이라는 VR작품을 보고 너무 좋아서 비평도 쓰고 있었어요. 그러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중단이 되긴 했죠. 이번에 시집을 냈고 시 마감이 있으면 하고 그 다음에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는. 많긴 하죠.
이것저것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하네요.
네, 다작을 하는 편이고 많이 쓰는 만큼 많이 버리기도 하고 퇴고도 여러 번 거쳐요. 그런 작업 전반을 즐기는 편입니다.
2 김유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2022년, 창비에서 발행.
3 올라운드 문예지를 표방 하는 〈토이박스〉는 현재 7호까지 발행됐다.
4 김유림 시인의 첫 시집으로, 민음사에서 2019년에 발행했다.
5 김유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으로 문학과지성사에서 2020년에 발행했다.
6 <문학과 사회> 2022년 봄호에 소설 '갱들의 어머니'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