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선우

Solo Traveler’s Tokyo Guide
혼여행자의 도쿄 탐험

혼여행자의 하루는 길다. 두 다리가 피곤할 여행 계획은 제쳐두고 반나절 정도는 멋진 공간에서 진득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에게, 혼자서도 잘 놀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는 도쿄에서의 혼여행 스폿 3곳. 

유선우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The Haruki Murakami Library

어떤 곳인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모교인 도쿄 와세다 대학(早稲田大学)에 들어선 도서관(정식 명칭은 와세다 국제 문학관, The Waseda International House of Literature)이다. 고루한 이미지의 도서관을 넘어 국제적 문화교류시설이 되기를 바라는 하루키의 소망에서 추진력을 얻어 완성됐다. 일본에서 출간된 하루키의 모든 작품은 물론, 각국 언어로 번역된 번역본까지 소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초판본, 친필 원고를 비롯해 재즈광으로 알려진 그가 수집해온 CD와 레코드판 같은 희귀 아이템 역시 빠짐없이 가져다 놓았다. 멋진 공간 디자인은 건축가 구마 겐고(隈 研吾)가 하루키와 그의 소설을 떠올리며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음악 청음실, 카페,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고, 대학 행사와 재즈 공연도 열리니 도서관이라기보다 문화센터에 가깝다. 겐고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고, 재즈와 문학이 주는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아 하루키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가볼만하다.
반나절을 즐길 노하우
아침 식사 후 도서관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가는 것을 추천한다. 와세다역(早稲田駅)이나 니시 와세다역(西早稲田駅)에 내려 걷다 보면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들 틈에 자연스럽게 섞인다. 대학 캠퍼스가 주는 특유의 푸릇하고 싱그러운 생기를 느끼며 잠시 여행자 신분을 내려놓고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도서관을 찾느라 애쓸 필요도 없다. 파도를 연상시키는 목조 설치물에 둘러싸인 건물이 보이면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계단 양옆으로 터널을 형상화한 아치형 책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방문객은 계단에 자유롭게 앉아 서가에 꽂힌 책을 읽을 수 있다.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를 비롯해 하루키가 일본어로 번역했거나 그의 문학적 뿌리가 되는 영미권 작가들의 작품도 구비돼 있다. 위층 열람실에 놓인 넓은 원목 책상에 앉아 자신만의 공부를 해도 괜찮다. “배우는 것은 마치 숨 쉬는 것과 같다.” 벽면에 걸린 액자 속 하루키의 문장처럼 말이다.
열람실에서는 하루키가 직접 수집한 레코드판과 CD 속 재즈 음악을 JBL 스피커로 들려준다. 겐고가 이 공간을 위해 북유럽 빈티지 가구 전문점을 돌아다니며 구했다는 책상과 소파에 멋진 표지를 가진 레코드판의 조화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하루키가 집에서 사용하는 오디오와 똑같이 세팅한 음향으로 즐기는 재즈 음악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귀가 즐겁다. 가만히 앉아 음악만 들어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은.
 
Tip
도서관 지하 1층의 카페 오렌지 캣(Orange Cat)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대학 시절 운영한 재즈 카페 피터캣(Peter Cat)에서 이름을 따왔다. 커피와 음료는 물론 식사도 판매한다. 도서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배가 고파지면 여기에서 끼니를 때울 수 있다. 종종 라이브 재즈 공연도 열리니, 그날의 이벤트를 잘 확인하면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날 수 있다. 전시실에서는 주기적으로 문학 관련 전시를 개최하는 덕분에 문학 애호가라면 볼거리가 두배로 늘어날 것이다. 매주 수요일이 휴관이고, 대학교 방학 기간에는 문을 닫는다.

 

츠타야 티사이트
TSUTAYA T-Site

어떤 곳인가?
츠타야 티사이트는 츠타야 서점의 확장판이다. 츠타야는 책과 음반, DVD 대여점으로 시작해 현재는 일본 열도를 넘어 세계에 지점을 둔 기업. 오늘날에는 서점이기를 거부하는 서점이자 하나의 문화 플랫폼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린다. 특히 다이칸야마에 자리한 츠타야 티사이트는 기존의 츠타야 서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복합문화공간으로 주목을 받는다. ‘숲속의 도서관’을 표방하는 이곳은 설계 당시 근방 주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는데, 덕분에 주민 친화적 공간으로 탄생했다. 누구라도 잠시 들러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큐레이션된 책과 상품을 둘러볼 수 있는 곳. 주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은 관광객을 포함한 외부인에게도 매력적이게 마련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는 도쿄 여행 시 꼭 가봐야 할 장소 중 하나로 꼽히는 명소가 되었다.
 
반나절을 즐길 노하우
일본 내 1,400여 개의 츠타야 지점 중에서 다이칸야마점으로 향할 이유는 분명하다. 숲속에 자리한 도서관처럼 조경으로 둘러싸인 채 연결된 세 개의 건물 안에는 츠타야 북스, 공유 오피스 셰어라운지, 스타벅스, 독서를 하며 식사와 음주도 가능한 안진(Anjin) 라운지, 매거진 스트리트가 들어서 있다. 볼거리, 마실 거리, 즐길 거리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구조다.
서점 안에 들어서면 “여기에 당신의 관심사가 하나는 있겠지.” 라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문학과 인문학부터 요리, 여행, 자동차 등의 취미 분야까지 다양한 서적을 모두 아우른다. 보통 서점 내 한 귀퉁이에 모여 있을 법한 문구류나 굿즈가 주제별로 전문 서적 옆에 놓여 있어 구경하는 재미를 더한다.
서점에서 한 층 올라가면 나오는 츠타야 셰어라운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호텔 라운지의 편안함과 개인 서재의 프라이빗한 매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공간. 통창으로 은은히 들어오는 햇빛, 목재를 사용한 인테리어에 노란빛 조명이 어우러져 머물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시간 단위의 이용료를 지불하면 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스낵바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단, 생맥주를 비롯해 병맥주와 와인 등 주류도 즐기려면 추가금을 내야한다.
화상 회의실부터 개방감이 느껴지는 창가 앞 책상, 내 집 같이 편안한 소파 좌석까지 여기다 싶은 자리가 한 군데는 있을 것이다. 충전기, 고속 와이파이 등 여행자를 위한 필수요소도 잘 갖췄다. 라운지 내 비치된 약 3,000권의 서적을 탐독해 도 괜찮고, 잠시 가족이나 친구 들과 통화를 하거나 다음 여행 지로 향하기 전 계획을 정비하 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스낵바 의 간식은 심심함을 달래기에 안성맞춤. 혼자서 떠도는 여행 에 지쳤다면 나만의 모서리를 찾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Tip
다이칸야마역(代官山駅)이 아닌 나카메구로역(中目黒駅) 에서 내려 걸어가자. 도보로 약 10분 소요된다. 도중에 나카메구로 강변, 오르막길을 따라 즐비한 일본식 주택, 기찻길 등의 풍경을 우연처럼 마주할 수 있고 빈티지 가게, 로스터리 카페와 편집숍도 지나친다. 츠타야 셰어라운지는 5일 혹은 한 달 단위로 결제할 수 있어서 워케이션을 계획 중인 혼여행자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온라인 앱으로 미리 예약 시 10퍼센트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도시마엔 니와노유
豊島園庭の湯

어떤 곳인가?
도시마엔 니와노유(이하 니와노유)는 도쿄 북서부 네리마구에 자리한 복합 온천 시설이다. 14세기 네리마성이 있던 네리마성터(練馬城跡) 공원 한쪽에 들어서 있다. ‘정원의 온천’이라는 뜻의 이름에 걸맞게 조경가 오가타 겐조(小形 研三)의 손을 거친 약 1,200제곱미터 크기의 일본 정원이 야외 온천 옆에 조성돼 있다. 덕분에 어느 계절에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욕탕, 바데풀, 휴식 공간, 식당과 바를 비롯해 정원, 마사지숍, 지하 1,445미터에서 퍼낸 홍갈색의 천연 온천수, 전통 핀란드식 사우나와 수압 마사지를 경험할 수 있는 바데풀 등 온종일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 시설을 갖췄다.
반나절을 즐길 노하우
혼자 여행하다 유독 피로하거나 심심할 때 가면 좋은 곳이다. 온천이 피로를 풀어주고 사우나와 바데풀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을 테니까. 수영복을 잊지 말고 챙겨가자.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스파존 내부 원형의 바데풀은 수심 약 1미터인데, 35도의 수온을 유지하는 덕분에 언제든 머물러도 좋다. 다양한 수압 마사지기를 사용해 발바닥부터 목까지 차례대로 거품에 몸을 맡기고 마사지를 즐기다 보면 전신의 긴장이 풀린다.
스파존의 야외 핀란드식 사우나 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오토 로우류(Auto löyly, 핀란드 정통 사우나 방식) 시스템을 갖춰 10분마다 천장에서 달궈진 사우나 스톤 위로 물이 쏟아지며 사우나 안의 열기가 유지된다. 매일 5회, 2시간 간격으로 열리는 아우프구스(Aufgus, 독일에서 유래한 사우나 방식)도 이곳만의 색다른 즐길 거리. 숙련된 전문가가 아로마 오일을 섞은 물을 뜨거운 돌 위에 한 국자 붓는 순간 향긋한 수증기가 피어난다. 이후 큰 수건을 이용해 고온의 열기를 날려보내는데, 열정적인 몸짓에 사우나 안이 마치 작은 공연장이 된 듯하다. 이후 야외 선베드에 누워 정원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듣다 보면 휴식의 본질에 한층 가까워진다. 사우나 내에 있던 사람들과 마치 동료가 된 것 같은 기분은 덤이다. 
니와노유 입장 시 지급해주는 실내복을 입고 2층으로 올라가면 식당과 휴식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온천과 사우나를 마친 후 솟구치는 식욕을 잠재워줄 식당에서는 텐동, 회덮밥, 돌솥밥, 카레와 같은 단골 메뉴와 기간 한정 메뉴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시원한 생맥주, 이온음료를 혼합한 에너지 음료 등을 곁들이면 기운이 차오를 듯. 휴식 공간도 잘 마련돼 있는데, 어두운 조명에 은은한 아로마 향이 더해진 수면실에서 밀도 높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바깥 세상이 잊혀지고 마치 ‘행복의 나라’에 온 것만 같을지도. 이외에도 암반욕, 마사지, 정원 산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보자.
Tip
오후 6시 이후에 방문하는 것도 좋다. 야간권이 주간권보다 저렴하고 밤에 즐기는 노천탕은 낮보다 화려하기 때문. 일본풍의 사각 등불 속 노란 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일렁이고, 하늘을 바라보면 달빛 속에 도시의 혼잡한 삶이 전부 녹아 사라질 것만 같다. 집에 가기 전에 병우유를 판매하는 자판기는 그냥 지나치지 말자.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는 병우유는 온천의 프리미엄 같은 것이다. 기념품 숍에서는 니와노유 온천 굿즈를 판매한다. 뜨거운 열로부터 두피를 보호해주는 사우나 전용 모자, 라이프스타일 숍과 협업한 페이스 타월 등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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