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임

A Journey through Niigata, Gunma and Nagano
니가타, 군마, 나가노를 넘나드는 일본 여행 (1) - 니가타현 아트트리엔날레

3현 3색 일본 여행 첫 번째. 온 지역이 예술의 무대가 되는 아트 트리엔날레에서 만난 니가타의 여름. 

표영소
​​​​​​​사진 정수임
취재 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니가타의 예술혼

쌀, 술, 눈. 백색의 세 가지가 유명해 ‘3백의 고장(三白の郷)’으로 불리는 니가타의 여름은 이 수식어에서 연상되는 풍경과 정반대다. 니가타에서도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에치고쓰마리(越後妻有)는 특히나 더 그렇다. 산과 들, 숲, 계곡 할 것 없이 온통 푸르고, 올 여름처럼 아트 트리엔날레가 열리면 그 위에 온갖 색이 덧입혀진다.
에치고(越後)는 니가타현의 옛 이름이다. 니가타현 남부, 도카마치 시(十日町市)와 쓰난마치(津南町) 일대를 일컫는 쓰마리(妻有)는 전통 농촌 문화가 남아 있는 산간 지역으로, 전형적인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무대인 유서 깊은 온천 마을이자 스키 리조트 에치고유자와(越後湯沢)나 한때 일본 최대의 금광이 있던 사도섬(佐渡島), 19세기 일본의 5대 개항지 중 하나가 자리한 니가타시(新潟市) 등 니가타현의 대표 관광 지역과 비교하면 말이다. 내세울 자원이라면 오랜 세월 기대어 살아온 사토야마(里山, 인간의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는 터전이자 생태적으로 보호・관리해야 할 자연)인데, 급격한 인구 감소로 그마저도 소멸 위기에 처한 것이 이 지역의 냉정한 현실. ‘에치고쓰마리’라는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 현지 주민들이 사토야마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2000년 처음 개최된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Echigo- Tsumari Art Triennale)는 일상의 터전을 예술을 위한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760제곱킬로미터 에 이르는 지역 전체를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일명 대지예술제. 전 세계 예술가의 작품이 미술관은 물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집과 학교, 논과 밭에 설치된다. 인간과 예술, 자연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역 재생을 꿈꾸는 이 프로젝트는 인구 증가에 큰 효과가 없었지만, 외지인의 발길을 소외된 농촌으로 돌리는 데는 성공했다. 작품의 제작과 설치, 행사 관리와 운영 등 축제 전반에 걸쳐 현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낸 것도 성과다. 올해로 9회를 맞은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 2024에선 100여 점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이 지역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200여 점의 상설 전시 작품이 늘 그 자리에 있고,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 풍광 덕에 언제 방문해도 새로운 모습일 테니.

 
에치고쓰마리 사토야마 현대미술관
越後妻有里山現代 美術館 MonET

현대미술관과 온천, 카페, 상점 등이 결합된 복합문화시설. 2003년 지역 특산품과 관광 정보를 소개하는 교류 센터로 시작해 두 차례의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현재에 이르렀다. 주변 지형을 거스르지 않도록 설계한 건물은 중앙 연못의 사면을 둘러싼 형태로, 맑은 날이면 수면에 하늘과 건물이 고스란히 반사돼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 건물 안팎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동선도 인상적. 삿포로 돔과 교토역으로 유명한 일본의 건축가 히로시 하라(原広司)가 설계를 맡았다. 중앙 연못을 둘러싼 건물의 회랑을 따라 이번 대지예술제를 위해 마련된 기획전을 만날 수 있는데, 관객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참여형 작품이 주를 이룬다. 미술관 내에서는 상설 전시 중인 국내외 작가의 실험적인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新潟県十日町市本町6-1-71-2

나카고 원더랜드
どうぶつ達の 息吹と

에치고쓰마리 사토야마 현대미술관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0분 남짓 달리면 주변 산자락에 둘러싸인 채 골프와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는 나카고 그린 파크(ナカゴグリーンパーク)에 이른다. 부지 내 1.3헥타르 면적의 너른 잔디 광장은 대지예술제의 주 무대 중 하나. 자연과 예술, 놀이가 어우러져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이는데, 올해의 테마는 동물원. 검정이 섞인 노란색 로프로 표현한 호랑이, 실물 크기의 기린, 철봉에 매달린 원숭이 등 유머러스한 작품이 탁 트인 야외 공간에 펼쳐져 있다.

新潟県十日町市上野甲2930-3

그림책과 나무 열매 미술관 
絵本と木の実の 美術館

도카마치시 산골 마을의 옛 초등학교가 일본의 유명 그림책 작가 다시마 세이조(田島征三)의 손을 거쳐 한 권의 거대한 3D 그림책으로 재탄생했다. 폐교 전 마지막 남은 3명의 학생을 주인공으로, 상상 속 이야기가 지면 대신 옛 체육관과 교실 등 건물 곳곳에서 재현된다. 나뭇가지와 열매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한 색색의 설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학교는 텅 비지 않는다’라는 전시명에 수긍이 갈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떠났지만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생기 넘치는 학교로 남았다. 전시를 둘러본 뒤엔 학교 안 카페에서 지역 식자재로 만든 식사 메뉴나 로컬 로스터리 카페의 블렌드 커피를 맛보고, 다시마 세이조의 그림책 〈염소 시즈카〉에서 튀어나온 듯한 염소 부자가 살고 있는 운동장도 둘러보자. ehontokinomi-museum.jp

 
마쓰다이 노부타이 
まつだい 農舞台

정식 명칭은 마쓰다이 노부타이 필드 뮤지엄. ‘농업 무대’라는 이름 그대로 자연과 예술의 교감을 추구하는 대지예술제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산자락에 기댄 건물을 중심으로 일본의 설치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꽃 피는 쓰마리〉, 이탈리아 출신의 현대미술가 에스더 스토커(Esther Stocker)의 〈열망의 관점〉 등 40여 점의 설치 작품이 인근 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특히 이 지역의 계절별 논 풍경을 그린 시가 실제 계단식 논 위로 겹쳐지는 작품 〈논〉은 척박한 산지를 개척해 오랜 농경 생활을 이어온 마을 마쓰다이의 정체성을 절묘하게 녹여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완벽한 관람을 위해 건물 내 에치고마쓰다이 사토야마 식당에서 제공하는 ‘사토야마 뷔페’는 필수. 현지 식자재로 만든 건강한 밥상을 즐기는 동안 천장 조명에 설치한 *작품 속 사계절 지역 풍경이 테이블 위 거울에 반사되고, 통유리창 너머로 계단식 논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matsudai-nohbutai-fieldmuseum.jp

*프랑스 예술가 장뤽 빌머스(Jean-Luc Vilmouth)의 작품으로, 현지 주민들이 1년 동안 집에서 촬영한 창밖 풍경 사진을 모아 원형 조명 기구에 설치하고 테이블 위 거울에 반사되도록 했다.

 
마지막 교실 
最後の 教室

프랑스 출신의 개념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와 조명 디자이너 장 칼먼(Jean Kalman)이 협업해 선보인 작품. 2006년 열린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에서 처음 공개됐다. 희미한 불빛과 볏짚 냄새, 지역 주민들이 가져온 물건으로 채운 어둡고 답답한 기억의 공간은 1997년 문 닫은 학교를 무대로 삼아 좀 더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폭설에 파묻힌 마을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2003년 같은 장소에서 선보인 설치 작품 〈여름 여행〉과 대비되도록 구상한 작품이다.

新潟県十日町市松之山東川192

기요쓰협곡 터널 
清津峡 トンネル

도카마치시 서쪽, 기요쓰강을 따라 깎아지른 V자 협곡이 12.5킬로미터 길이로 이어진다. 구로베협곡(黒部峽谷), 오스기다니협곡(大杉谷)과 함께 일본의 3대 협곡으로 꼽히는 기요쓰협곡. 1,500만 년의 세월이 깊숙이 새겨진 명소다. 1996년 관광용으로 개통한 기요쓰협곡 터널은 대지예술제를 통해 ‘빛의 터널(Tunnel of Light)’로 거듭났다. 총길이 750미터의 터널 내부는 자연의 다섯 요소(나무 · 흙 · 금속 · 불 · 물)를 키워드로 나뉘어 각 구간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전달한다. 터널 끝에 이르면 바닥에 얕게 깔린 물 위로 스테인리스를 두른 터널 아치와 그 너머 협곡이 고스란히 반사돼 안팎의 풍경이 확장되는 색다른 광경을 마주할 수 있다. nakasato-kiyotsu.com
 
에치고쓰마리 소코 미술관 
越後妻有清津倉庫 美術館

2015년 옛 초등학교 체육관 건물을 개조해 문을 연 미술관. 대형 작품 전시는 물론, 작품 보관도 할 수 있는 ‘창고 미술관’의 개념을 도입, 도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도시와 시골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2000년부터 에츠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에 참여해온 작가 이소베 유키히사(磯辺行久)의 기념관도 겸하고 있어 생태학적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주목해온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시나노강을 주제로 지역 사회의 여러 요인으로 변화해온 강줄기의 변형을 대지 위에 표현한 대형 설치 작품이 특히 흥미롭다.

新潟県十日町市角間末1528‐2

To See 
호시토게(星峠)는 이 지역의 계단식 논 중 가장 인기 있는 촬영 스폿이다. 완만한 구릉 지대를 따라 층층이 이어진 논에 물이 가득 차는 모내기 철, 운무가 내려앉은 풍경이 특히 신비롭다. 수령 100년 이상의 너도밤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빼곡한 비진바야시(美人林)도 눈과 머리가 상쾌해지는 장소. 3헥타르 면적의 숲은 ‘미인림’이라는 이름처럼 어느 계절에 찾아도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준다. 좀 더 느긋한 휴식을 원한다면 마쓰노야마온천(松之山温泉)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염분 함량이 높은 온천수 덕에 에도 시대부터 약탕(薬湯)으로 유명한 온천 마을이다. 도카마치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다.
 
To Stay
류곤(Ryugon)은 자연과 지역, 인간의 상생을 테마로 한 니가타 여행에 딱 어울리는 숙소다. 270년 전 에도 시대에 지은 건물을 포함해 니가타현의 고민가(古民家) 11채를 이축해 문을 연 료칸으로, 2019년 전면 리뉴얼하면서 눈이 많이 내리는 이 지역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 폭설을 견딜 수 있도록 지은 건축물, 저장 음식 등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며 살아온 현지인들의 지혜를 엿보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인근 양조장에서 공수한 신선한 사케와 지역 향토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바와 레스토랑, 온천 시설을 갖췄고, 통유리창 너머로 사계절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 공간도 아름답다. ryugon.co.jp
 
To Eat
소바도로코 나카노야 유자와 본점(そば処 中野屋 湯沢本店) 니가타 우오누마(魚沼) 지방의 명물인 헤기소바 (へぎそば)를 맛볼 수 있는 곳. 헤기소바는 메밀 가루에 니가타현에서 즐겨 먹는 해조류 중 하나인 후노리(布海苔)를 첨가해 일반 메밀 면보다 찰기 있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 면은 한입 분량으로 나눠 삼나무와 느티나무로 만든 커다란 직사각형 나무판에 타래 모양으로 가득 올려 나온다. 헤기(へぎ)는 소바를 담아 내는 나무판을 가리키는 말. 나카노야 유자와는 1970년 창업한 이래 지금까지 메밀을 맷돌로 직접 갈아 제면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니가타 내 2개 지점이 있으며, 그중 본점은 에치고유자와역 인근에 자리한다. umaisob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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