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임과 김멋지의 야반도주

 

ⓒ 정수임

Escape into the World
위선임과 김멋지의 야반도주

때는 2014년, 십년지기 두 여인은 평소 버릇처럼 던지던 말을 실천에 옮긴다. 거창한 포부나 원대한 계획 대신, 회사 생활에 지친 몸과 서른을 앞둔 복잡한 마음으로 시작한 세계여행. 막상 떠난 뒤론 거침없었다. 고민될 땐 일단 저질렀던 781일이었다. 돌아온 뒤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일상도 여행자처럼 이어갔다. 급기야 2019년, 이들은 JTBC 여행 프로그램 〈트래블러〉의 메인 작가로 새로운 여정에 도전한다. 솔직함과 유머가 가장 큰 무기인 야반도주자 위선임과 김멋지.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인터뷰 정리 표영소
사진 정수임
장소협조 어반 스페이스 오디세이
P 피치바이피치
S 위선임
M 김멋지

ⓒ 정수임

P 세계를 여행하며 블로그에 기록하고 여행 영상을 올리고 책까지 출간하면서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거라 예상하셨나요?
S 전혀 못했어요.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니 누군가 볼 거라는 생각은 했죠. 그 ‘누군가’는 여행에 관심 있는 소수 마니아층? 그리고 저희 지인 정도일 거라 예상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그때부터 관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 같아요. (웃음)
M 그때부터가 아니라, 이 친구는 타고난 관종이에요. 애초에 다 계획이 있었을 거예요. 워낙 관심받는 걸 좋아해서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공유했을 정도니까요.
P 두 분이 중학교 때부터 아는 사이였나요?
S 아뇨. 대학교 친구예요. 제가 중학생 때 인터넷에 일기를 올리는 사이트가 있었어요. 일기라는 게 본디 자기만 보는 글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거기에 일기를 올렸어요. 멋지가 그걸 듣고 “너는 그 때부터 관종의 끼가 있었구나.” 하더라고요.
M 싸이월드 이전 단계부터 이미 자신의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관심받는 걸 좋아했던 거죠.
S 그렇지만 계획적으로 블로그를 한 건 아니었어요. 세계 여행 자체가 인생의 큰 이벤트니까 꼭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그런 생각이었죠.
P 여행을 가기 전부터 글을 쓰고 영상도 찍겠다는 생각은 하셨던 거네요.
M 영상은 여행을 하면서 찍게 됐어요. 원래 카메라를 가져 갔거든요. 그것도 처음에는 휴대폰으로 찍을 생각이었는데, 이 친구가 큰돈 들여서 가는데 좀 제대로 찍어보자고 해서 구입한 거였어요. 막상 여행을 가서 보니 다른 여행자들이 카메라보다 작은 뭔가를 들고 다니는 거예요. 고프로 같은 액션캠으로 영상을 찍더라고요. 그래, 우리도 이걸로 영상을 남겨보자, 해서 여행 중에 장비를 구매를 했어요.
S 당시 돈도 없고 현지에서 구매하기엔 열악한 환경이라 한국에서 저희를 만나러 오는 지인을 통해 저렴한 버전을 구입했죠.
P 글쓰기를 원래 좋아하셨어요?
S 네, 좋아했어요. 그냥 늘 꾸준히 뭔가 쓰는 걸 좋아했지, ‘내가 글을 쓴다’ 라는 식으로는 생각 안 했던 것 같아요.
M 저는 제가 글을 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블로그를 하면서도 우리 여행을 기록하고, 그걸 일부러 보러 와주시는 분이 있으니 조금 더 재미있게 써보자, 그 정도였죠. 그러면서도 딱히 글을 쓴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쓰고 있더라고요.
S 제가 많이 시켰어요. “왜 나만 하냐, 너도 좀 해봐라.” 하고. 멋지랑 저랑 코드가 잘 맞아요. 어떤 것이든 유머를 섞어서 풀어내고 싶어하는 열망이 있어요. 글을 쓸 때도 그런 취향이 맞았던 것 같아요.
P JTBC 〈트래블러〉에 작가로 참여하고 계신데요, 시즌 1과 시즌 2의 여행지 모두 남미였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S 이유가 있어서 남미를 선택했다기 보다,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을 했더니 공교롭게 두 나라 모두 남미였다는 답이 맞는 것 같아요. 저희 둘 다 여행할 때 남미를 정말 좋아했어요. 최장 기간 머문 것도 남미 대륙이었고요. 보통 제작진과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여행지를 정하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작가로 참여하다 보니 저희 의견이 좀 더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P 프로그램이 시즌 2로 이어질 때 시즌 1과 달라진 점이나 고민은 없으셨나요?
M 처음 시작할 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여행자의 모습을 보여주자’ 였어요. 보는 사람도 같이 여행하는 느낌이 드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죠. 어디를 가느냐 보다 여행자의 마음이나 느낌, 자잘한 모습을 더 중요하게 담고 싶었는데, 시즌 1에선 그게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다른 한쪽에선 여행지의 다양한 매력을 조금 더 보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저희 프로그램의 특징이 여행자의 마음을 들려주는 내레이션이잖아요. 그 요소는 그대로 가져가되 여행지의 매력을 좀 더 살리려면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시즌 2로 이어지게 됐죠.
 

ⓒ 정수임

P 시즌 2까지 무사히 마치셨는데, 앞으로의 바람이 있으신가요?
M 앞으로도 기회가 계속 주어진다면, 여행자의 사소한 취향부터 대단한 도전까지, 바로 옆 동네부터 지구 반대편까지, 폭넓게 사람 냄새 나는 여행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처음 목표대로 같이 떠난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도록.
S 여행을 하다 보면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듯한 순간이 있어요. 내가 이걸 보려고 여기 왔구나, 하게 되는. 그런 부분만 아름답게 편집하는 것도 좋지만, 그 순간을 맞기까지 힘들고 짜증나는 시간, 감내해야 하는 과정 자체가 전부 여행이잖아요. 거기서 얻는 심상과 느낌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담아내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P 순수하게 여행을 위한 여행과 일로 떠나는 여행은어떻게 다르던가요?
M 둘 다 분명 여행이긴 한데, 자유의 범위가 다르더라고요. 아직도 기억나는 순간이 있어요. 시즌 1에서 류준열 트래블러가 쿠바의 바라데로(Varadero)라는 도시에서 붉게 물든 바다를 보고 옷을 벗고 뛰어들어가서 노을을 감상해요. 그걸 보면서 한 가지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나도 들어가고 싶다!’ 제작진이 아니라 여행자로서 바다 안에서 노을을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너무 아쉬웠죠.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제작진과 출연자가 다같이 여행하는 느낌이었어요. 트래블러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제가 하지 않았을 법한 선택을 하니까 그런 면에서도 새로운 여행 경험이었죠.
P 〈트래블러〉 제작 과정에선 여행자에게 모든 선택권이 주어지나요?
S 네, 그래서 1인칭에서 3인칭으로 시점이 바뀐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아, 나는 저 때 이랬는데, 트래블러는 지금 무슨 느낌일까’ 상상하면서 보는 여행?
M 저희가 보통 모든 감정을 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잖아요. 여행 중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트래블러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시청자가 좀 더 듣기 편하고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듬어서 내레이션으로 표현해주는 게 저희의 몫이었죠.
P 담당 피디가 프로그램 참여를 제안할 때 무슨 말을 했나요? 전문 방송작가가 아니라 여행자에게 여행 프로그램 제작을 제안한 거잖아요.
S 일단 최창수 피디님이 저희 블로그의 애독자셨대요. 전혀 몰랐는데, 어느날 블로그에 안부글을 남기신 거예요. 저희가 여행하는 과정을 다 지켜보셨다며, 우리가 만날 때가 된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씀과 함께 연락 달라고 하셨죠. 처음엔 놀랐고 조금 지나고 나선 ‘사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저희를 작가로 섭외한 건 아니고요, 여행을 통해 재미있는 걸 만들어보고 싶은데 같이 해보자고 하셨죠.
M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일이 커졌어요.
S 첨언이나 참고 자료를 드리는 정도의 단발성 일이 될 거라 예상했는데, 미팅이 이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계약서를 쓰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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