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마치 호텔 제로 키비주얼

 

Itomachi Hotel Zero
일본 최초의 제로 에너지 호텔, 에히메현의 이토마치 호텔 제로

일본 에히메현의 소도시 사이조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공간, 이토마치 호텔 제로(Itomachi Hotel 0). 2023년 5월에 문을 열기 전부터, 건축가 구마 겐고(隈 研吾)의 디자인과 독창적 운영 콘셉트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곳이다. 이 호텔을 운영하는 기업 굳타임(Goodtime)의 이케야마 준야에게 지역과 환경을 배려하는 이토마치의 생각을 들어본다. 

인터뷰어 허태우
인터뷰이 굳타임 대표 이사 아케야마 준야(明山淳也)
인터뷰 협조 인페인터글로벌

먼저 굿타임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특징이 있는 공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저희는 상업시설부터 주택, 호텔, 마을 조성까지 특징이 있는 다양한 장소를 다루고 있어요. 특히 디자인적 가치와 사업성이 양립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토마치 호텔 제로가 들어선 에히메현의 사이조(西条市)는 어떤 곳인가요?
마쓰야마에서 약 1시간 떨어져 있는 소도시입니다. 도쿄에서 기차나 비행기로 5시간, 오사카에서는 3시간 걸리죠. 세토내해에 접한 지리적 이점으로 제조업 중심의 공업공단이 활성화되어 있고, 예로부터 물이 샘솟는 용천수(우치누키)가 유명했습니다. 서일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이시즈치산(石鎚山) 등 자연 환경도 빼어나죠. 약 2억 년 전 바다 깊은 심해에서 올라와서 생성된 광물인 이요 청석(伊予の青石)이 지역 특산물이고요.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도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이시즈치산은 일본의 영험한 산으로 잘 알려져 있고, 사이조의 마쓰리 축제는 에도 시대부터 300년 이상 이어져 온 오래된 축제예요. 사이조 출신이라면 설날이 아니라 축제에 맞춰 고향을 찾을 정도로 유명한 지역 행사입니다. 특히 사이조시는 한 조사에서 일본의 젊은 세대가 살고 싶어하는 지방 도시 1위에 3년 연속 오르기도 했죠.  

이토마치(Itomachi) 프로젝트를 설명해주세요. 
이토마치는 사이조시의 매력에 활력을 더하려는 목적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입니다. 사이조시 기반으로, 전자장비 제조와 태양열 발전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 어드반테크의 주도 하에 전체 6헥타르 정도의 면적에 복합 지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도쿄 대학의 구마 겐고 연구소(Kengo Kuma laboratory)가 기획했고요. 현재 이토마치 호텔 제로와 마르쉐(로컬 상품 매장)가 완공됐습니다. 온천 시설을 준비 중이고, 부지 내 강 너머에는 주거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상업 존의 마르쉐에서는 지역 특산물과 특산품을 판매합니다 현지의 전통 식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하죠. 긴자의 레스토랑에 의뢰해서 이탈리아 레스토랑도 유치했어요. 과거 사이조에는 이런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토마치 프로젝트의 에너지 정책이 흥미롭습니다.
이토마치는 일본 지방 도시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탈탄소 사회 실현에 기여하는 게 목표입니다. 태양열 전기를 축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요. 자연재해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평소에는 전력회사에서 전기를 공급받고, 비상 시에는 마을 자체 비축 에너지를 활용합니다. 최대 3일까지 마을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죠. 전기는 물론 식량과 물도 비축하고 있습니다. 이토마치 마을 전체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800명 정도예요. 

이토마치 호텔 제로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제로 에너지 호텔을 통해 환경을 배려하고 사이조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선 사이조의 관계인구를 늘리려고 합니다. 이토마치에 호텔이 생기기 전까지는 인근 지역에서 차를 타고 와서 잠깐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호텔이 생긴 후부터는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이 지역을 방문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어요. 기존에는 간사이 지방에서 온 방문객이 많았다면, 지금은 도쿄에서 많은 여행자가 찾아옵니다. 

제로 에너지 호텔이란?
‘제로 에너지’란 어떤 건물을 유지하는 데 100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그 에너지 사용량을 50퍼센트 줄이고 남은 50퍼센트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고려해 건물의 구조를 설계하고, 효율이 좋은 단열재와 냉난방기를 설치하며, 조명도 효과적으로 설치하는 등 여러 방법을 적용합니다. 이토마치 제로 호텔은 이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50퍼센트 줄이고, 태양열로 나머지 50퍼센트를 채우는 제로 에너지 호텔입니다.  
이토마치 호텔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요?
숙박 시설은 그곳에 가보고 싶은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즉, ‘일본 최초의 제로 에너지 호텔’이라는 타이틀은 프로모션의 한 요소일 뿐, 실제로 이를 방문객에게 알리려고 특별히 애쓰지 않습니다. 대신 에너지의 지산지소, 더 나아가 현지 문화의 지산지소를 호텔의 매력으로 강조하려고 하죠. 에히메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 호텔에 숙박하는 동안 0부터 시작해 100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만의 매력을 온전히 알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구마 겐고는 건물을 설계하면서 호텔 로비를 광장으로 생각했어요. 지역의 용천수가 광장에 흐르는 모습으로 디자인한 거죠. 호텔 내에서도 사이조 고유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리셉션, 카페, 레스토랑, 코워킹 스페이스 등의 공용 공간에 사이조의 이요 청석이 지닌 에메럴드 색상을 활용하고, 객실 어메니티도 에히메 특산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도베야키 자기와 이마바리 타월, 현지 농장이나 과수원 등과 연계해 식자재를 공급받고, 와키제다의 녹차와 이코이( 커피(ICOI COFFEE) 드립백도 에히메 로컬 브랜드의 것입니다. 욕실 용품은 유기농 코스메틱 브랜드 네모하모(Nemohamo) 제품이고요. 사이조의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구마 겐고의 건축 디자인도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죠. 

F&B의 콘셉트도 차별화되는 요소인 것 같네요.
역시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리셉션 카페(Reception Cafe)에서는 현지 생산 제철 채소와 과일을 사용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제로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일본인 영샹 섭취 기준에서 항산화 안티에이징에 효과가 있는 좋은 식자재는 10퍼센트를 더 많이 쓰고, 전체 칼로리는 10프로 낮춰줍니다.  
현지인의 반응은 어떤가요?
현재 일본의 지방에서는 대규모 상업 시설이 점점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이조에 이토마치가 생기면서 지역 주민은 긍정적인 반응이에요. 일본에서 신년회나 송년회를 열면 보통 50~100명씩 모이는데, 그 정도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대부분 폐업한 상태거든요. 예식장도 많이 없어졌고… 대규모 인원을 수용 가능한 시설과 레스토랑이 생겨서 다들 반기는 분위기죠. 구마 겐고의 연구팀이 준비 단계에서부터 주민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서 기획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현지 행정기관도 이토마치 설립 이후 이주 정책 등을 알리는 좋은 포인트가 생겼다고 좋아합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지속 가능성을 생각할 것인지.
지산지소와 친환경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특화 액티비티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지 농가 체험 연계나 양조장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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