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든 포레스트를 론칭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2021년 9월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올인원 비누바인 얼스바와 비누 케이스, 고체 치약, 칫솔 파우치, 대나무 칫솔 등으로 구성된 ‘얼스 키트’를 제작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원래 10년 이상 지속 가능한 여행 상품을 기획∙개발하는 소셜 벤처 기업을 운영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업을 중단하게 됐죠. 사업을 접기 바로 직전,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탐험하며 생태계 보호에도 참여하는 여행 상품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때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가 비누바를 만드는 거였어요. 인도네시아는 예전부터 생태 투어에 관심 있는 유럽의 여행자가 많이 찾는 지역인데요. 그들의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접하고 아이디어를 얻었죠. 그렇게 탄생한 게 이든 포레스트의 ‘얼스바’예요.
지속 가능한 여행에는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됐나요?
대학생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어요. 취업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문득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몇 개국 여행했다’는 식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걸로는 성이 차지 않았죠. 내가 하는 여행이 좀 더 의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문득 필리핀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떠올랐어요. 관광지에서 자란 그들은 10명 중 1명 꼴로 해외 이주 노동자로 살아가요. 한 번은 친구들이 바닷가에 가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리조트 후문에 서 있는 경비원에게 ‘한국에서 온 친구인데 바다에 들어가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어요. 외지에서 온 여행자가 당연하게 여긴 리조트 배경의 아름다운 바다를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누리지 못하고 있던 거예요. 그래서 현지인과 여행자를 직접 연결해 관광 수익이 지역민에게 곧장 돌아갈 수 있는 사업 방식을 구상했고, 대학 동기들과 함께 소셜 벤처 ‘트래블러스맵’을 세웠죠.
시장 반응은 어땠나요?
창업을 하고 1년 동안은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미디어 인터뷰를 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하지만 저희 여행 상품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도 막상 구매로 연결되지는 않더라고요. 처음 기획한 상품이 필리핀 보르네오 프로젝트였는데, 보르네오섬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사막화되고 있는 열대우림이자 유럽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중 하나예요. 당시 아시아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역이기도 했죠. 그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워하지만,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여행 스타트업 ‘플레이플래닛’을 창업하게 됐나요?
첫 회사를 3년 정도 운영하다 보니 여행 트렌드의 변화를 느끼게 됐어요. 라오스로 출장을 갔을 때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이 비행기 티켓, 호텔, 액티비티 등 여행 전반에 필요한 예약을 전부 따로따로 하는 걸 봤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2012년 저 혼자 액티비티 상품 전문 플랫폼을 론칭했어요. 기존 멤버들은 계속 트래블러스맵을 이어나갔고요. 아무래도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시장을 선점해서인지 창업 초기엔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이더라고요. 그런데 더 이상 확장되진 않았죠. 네팔, 라오스, 태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심지어 우크라이나에서도 다크 투어나 지속 가능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정작 국내에선 관심을 갖는 여행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