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tnam’s Historical Restaurants
베트남 호치민 노포의 맛

세대를 넘어 전승된 음식으로 여행자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노포는 도시의 살아 있는 역사와 같다. 사람과 문화가 교류하고 변화하며 축적시킨 삶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미식가의 수첩에 들어가야 할 베트남의 노포와 대표 음식을 여기 소개한다. 
 

  • 피치 바이 매거진 편집부
  • 일러스트레이션 김은빈
  • 제작 협조 *한아세안센터
  • * 한-아세안센터(ASEAN-Korea Centre)는 대한민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 간 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 협력증진을 위한 국제기구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아세안, ASEAN) 10개 회원국간 교류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2009년 3월 13일에 설립했다.

남부식 반세오의 명가, 반쎄오 46A

1945년에 작은 노점으로 시작한 반쎄오 46A(Bánh Xèo 46A)는 4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하는 노포다. 베트남 남부식의 바삭한 반세오가 주 메뉴인 이곳은 호치민을 찾는 여행객에게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얼핏 호치민의 평범한 로컬 식당처럼 보이는 반쎄오 46A는 실내보다 노천 테이블이 명당이다. 오픈 키친을 통해서 쉴 새 없이 반쎄오를 부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 남부식 반쎄오는 쌀가루 반죽을 얇게 부쳐낸 노란빛 크레페에 새우, 돼지고기, 녹두, 숙주나물을 듬뿍 넣어 반달 모양으로 접어 낸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 셰프이자 작가인 앤서니 보댕(Anthony Bourdain)도 이곳을 직접 찾아 반쎄오의 맛에 찬사를 보냈으며, 2023년에는 베트남 미쉐린 가이드의 빕 구르망에 선정됐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반쎄오 46A의 반쎄오는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숯불 화덕에 철판을 올려 부치기 때문에 은은한 불 향이 배어 있는 게 특징. 바삭한 반쎄오 한 장을 상추나 겨자잎 같은 신선한 채소에 싸서 한 입에 먹으면, 고소하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새콤달콤한 느억맘 소스(피시 소시)에 적셔 먹으면 더욱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 메뉴인 반쎄오 외에도 삶은 치킨 샐러드나 돼지고기 꼬치구이, 해산물 구이 등 베트남 남부식 요리 50여 가지를 맛볼 수 있다.

창업연도 : 1945년

주소 : 46A Đinh Công Tráng, Phường Tân Định, Quận

70년 전통의 가정식 닭 요리, 띠엠 껌 토 쭈엔끼

호치민의 재래시장 안에 자리한 띠엠 껌 토 쭈엔끼(Tiệm Cơm Thố Chuyên Ký)는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문의 손맛을 이어온 중국 가정식 전문점이다. 현재 여주인은 3대째로, 가게를 지키며 손님에게 일일이 메뉴를 추천해주는 등 정겨운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허름한 시장통 한구석의 노포지만 베트남 미쉐린 가이드의 빕 구르망에도 선정됐다.  
소박하고 허름한 외관의 식당은 50명 남짓 식사할 수 있는 규모다. 실내에 들어서면 오래된 중화풍 목재 테이블과 진열장 그리고 흑백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세월이 느껴지는 소품과 인테리어는 마치 수십 년 전 베트남 식당에 들어온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띠엠 껌 토 주엔끼의 대표 메뉴는 솥밥과 닭요리다. 개업 당시부터 선보인 오골계 탕(black silkie chicken soup)은 오골계를 인삼 등 한약재와 함께 뚝배기에 넣고 오랜 시간 고아내 잡내 없이 담백하고 한약재의 은은한 향이 감돈다. 광둥식 솥밥 요리는 뚝배기에 지은 쌀밥 위에 특제 양념을 넣고 찐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소시지 등을 푸짐하게 올려 낸다. 이외에도 겨자 잎에 찐 닭고기, 해초를 넣은 닭곰탕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닭요리가 특별하다. 

창업연도 : 1948년

주소 : 65-67 Tôn Thất Đạm, Bến Nghé, Quận 1

반세기를 이어온 쌀국수 명가, 포 호아 파스떼르

호치민에서 가장 유명한 베트남 쌀국수(Pho) 전문점 포 호아(Phở Hòa). 호치민 파스퇴르(Pasteur) 거리에 자리해 '포 호아 파스떼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여행 가이드북에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노포다. 식당 이름은 60여 년 전 이 거리의 쌀국수 행상이었던 호아 할아버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당시 할아버지는 낡은 손수레를 끌고 수 십리를 걸어와 쌀국수를 팔았는데, 그 맛과 정성 덕분에 늘 손님이 줄을 섰다고. 할아버지의 국수 비법은 현 주인의 부모님에게 전수됐고, 그 인연을 기려 가게 이름도 '포 호아'로 지었다.  
다른 노포와 달리 포 호아는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로 실내 공간을 리뉴얼했다. 베트남 남부식 포 보(쇠고기 쌀국수)가 대표 메뉴로, 진하고 깔끔한 국물 맛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양지머리 뼈와 살로 고아낸 육수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단맛이 우러난다. 국수와 함께 제공되는 각종 향채와 숙주나물, 라임과 고추 그리고 칠리 소스와 해선장 소스는 남부식 쌀국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성으로, 취향껏 곁들여 먹으면 된다. 
포 호아의 국수 종류만 해도 10여 가지다. 얇게 저민 소고기(타이), 양지머리(친), 사태살(남), 힘줄(껀), 양깃머리(가우) 등을 조합하거나 고기 없이 국물과 면만 주문할 수도 있다. 그중 가장 인기 메뉴는 포 땁꺼믓(특별 모듬 쌀국수)다. 거의 모든 고명을 한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내어 양도 많고 맛도 최상이다. 식사 후에는 계산대 옆에 준비된 특제 코코넛 젤리 후식도 잊지 말자.

창업연도 : 1968년

주소 : 260C Pasteur, Phường 8, Quận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