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Bites of Love & Nostalgia
사랑과 추억의 달콤함, 잍아 부티크

커비 크림(Kirby Cream), 로카(Roca), 멜크 타르트(Melk Tart). 이름만 들어선 생소하지만, 한 입 먹는 순간 누군가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가 진하게 느껴지는 디저트가 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레시피대로 만든 추억의 디저트를 통해 사람들과의 교류를 꿈꾸는 디저트 전문점 잍아의 재이스, 선야 부부와 얘기를 나눴다.

디저트 부티크 잍아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재이스 & 선야 저희 부부는 각각 미국 와이오밍 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한국에 정착했어요. 잍아는 저희의 추억이 담긴 가족 레시피로 만든 건강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디저트 전문점입니다. 처음에는 ‘잍아 부케(Eat’a bouquet)’라는 이름의 먹는 꽃다발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재이스와 함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담긴 디저트를 만들게 되었죠. 잍아(Eata)라는 이름은 ‘eat a _____’에서 가져온 것으로, 빈칸에는 어떤 단어도 들어갈 수 있어요. 꽃다발이나 반지, 예술 작품, 추억 같은 단어 말이죠. 음식에 만드는 이의 사랑이 담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최고급 재료만 사용하고 아이도 먹을 수 있는 윤리적인 디저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음식에 관한 가치관이 뚜렷한 것 같아요.
선야
음식을 만드는 과정, 먹는 행위 자체를 너무 좋아하고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음식은 사랑을 나누고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음식을 통해서 서로 다른 문화와 계층의 사람들도 하나가 될 수 있어요. 한자리에 모여서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을 함께 나누는 순간을 사랑해요. 요즘에는 먹는 행위가 너무 기계적인 것 같아요. 그저 한 끼 때우려고 혹은 지금 당기니까 먹곤 하죠. 그런 세태에 의문을 던지고 싶어요. 음식을 만드는 과정도 공장화가 된 경우가 많고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알 수 없는 화학 첨가물이 들어가 있어요. 저는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신념으로 디저트를 만들고 있고요.  
재이스 요즘 접하는 식재료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아요. 사실 채소 하나를 키우려고 해도 충분한 햇볕, 비옥한 토양, 벌레 등 모든 환경이 잘 갖춰져야 하죠. 하지만 현대 농업에선 이 같은 생태계를 찾아 보기가 어려워요. 예를 들어, 미국의 옥수수 농장을 보면 굉장히 조용해서 놀라곤 해요. 원래 자연 생태계라는 건 시끌벅적 해야 정상인데, 전혀 그렇지 않죠. 모든 게 공장화되었어요. 이런 때 일수록 자연에서 온 것을 되찾고, 진정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저트 가게를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선야 저는 일단 단 걸 너무 좋아해요. 항상 디저트를 즐겼어요. 남아공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면서 자라기도 했고요. 
재이스 디저트로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그 순간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의 향수는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맛과 향을 통해 떠오르거든요. 
 
잍아만의 시그니처 디저트는 무엇인가요?
재이스
커비 크림은 약간 헤비한 느낌이 있지만 요거트에 가까운 건강한 디저트예요. 마트에서 파는 시판 요거트보다 설탕 함량이 적고, 알룰로스를 사용한 제로슈가 버전도 있어요. 고단백 식품인데다, 유산균도 풍부해 매일 먹어도 몸에 전혀 나쁘지 않죠. 망고, 그래놀라, 홈메이드 오레오 쿠키 등 다양한 토핑을 올려 준비하고, 시즌 메뉴로 멜론 오이 소르베도 만들었어요. 로카(Roca)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에 자주 먹는 피넛 브리틀(Peanut Brittle)을 바탕으로 개발한 메뉴예요. 사실 전통적인 영국 버터 토피(Butter Toffee)랑 더 비슷해요. 어머니는 피칸 로카(Pecan Roka)를 만들어 주시곤 했는데, 잍아에서는 호두, 아몬드 등 다양한 토핑의 로카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팔고 있네요. 일본 전통 과자 중 하나인 코하쿠토(琥珀糖)도 있고, 타르트나 쿠키 같은 것도 눈에 띄어요.
선야
코하쿠토는 저희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만들기 시작했어요. (웃음) 멜크 타르트는 남아공에서 어릴 때부터 즐겨 먹던 디저트이고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미니 케이크 주문을 받기도 했는데,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결국 판매 수량을 제한했어요. 만드는 사람이 재미있게 일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재이스 수제 오레오나 쪽파 등 다양한 재료로 쿠키도 만들고 있어요. 추억의 맛을 재현하고 싶어서 할머니에게 배운 레시피를 활용하죠. 몇몇 쿠키는 푸드 신에서 만난 홍콩과 이탈리아 출신의 파티셰에게 도움을 받아 만들어요.

디저트 개발에 적극적이네요. 영감의 원천이 있나요?
재이스
모든 디저트는 저희 안의 기억에서 영감을 받아요. 가족과 함께한 어린 시절부터 20대의 기억까지, 디저트를 통해 다시 만들어 내는 거죠.

메뉴 설명에 가족 레시피라는 말이 적혀 있던데, 어머니에게 비밀 레시피를 배워온 건가요?
재이스
네, 맞아요. 저뿐만 아니라 선야도 남아공에서 가족 대대로 내려온 레시피를 사용해서 디저트를 만들어요. 커비 크림은 어머니의 고유한 레시피로 탄생한 디저트예요. 어머니가 목장의 셰프로 일하시면서 평생 레시피를 개발하셨거든요. ‘와이오밍 크림’이라고 부르던 지금의 커비 크림도 그중 하나예요. ‘커비’라는 이름은 저희 할머니와 할아버지 성에서 따온 것이고요. 어머니의 디저트는 와이오밍에서도 유명해요. 파티가 있거나 명절 때면 마을 사람들이 어머니에게 커비 크림 케이터링을 부탁하곤 해요. 일단 저희가 서울에서 먼저 커비 크림을 브랜드화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나중에는 와이오밍에도 지점을 만들고 싶어요.
 
커비 크림이나 로카 모두 곁들일 수 있는 식재료가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재이스
김치 로카를 만든 적이 있어요. 그걸 보고 많은 사람이 경악했죠. 김치만은 안 된다면서요. (웃음) 하지만 일단 맛본 후에는 새롭고 맛있다면서 또 먹고 싶어 했어요. 다양한 가게와 협업해 시즌 메뉴를 만들기도 하는데요, 태국 음식점과 협업할 땐 타이 티(Thai Tea)를 활용해 커비 크림을 만들고, 모로코 음식점과 컬래버레이션으로 모로코 향신료 라스 엘 하누트(Ras el Hanout)를 사용한 스페셜티 로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음식에서 영감을 얻어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셈이네요. 
재이스
맞아요. 평생 단 한 나라의 음식만 먹고 살 수 있다고 하면 어느 나라 음식을 택할 건가요? 저는 선택을 못할 것 같아요. 한 나라의 음식만 매일 먹으라니 너무하지 않나요? (웃음) 여러 나라의 다채로운 맛을 두루 사랑하기 때문에 세계 각지의 음식을 선보이는 매장과 협업하는 걸 좋아해요. *컨템포러리 퀴진을 택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할머니와 어머니의 레시피로 만드는 디저트는 전통적인 요리법을 중시하지만, 그 외에는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하고 독창적인 시도를 통해 창의적인 디저트를 만들려고 해요.

동시대 유행하는 식자재와 조리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요리 또는 그러한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의미한다. 전통적 요리법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문화권의 요리법과 트렌드를 융합해 새로운 맛과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이 특징.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과 디저트는 주로 이태원 일대에 모여 있잖아요. 어떻게 성신여대 앞에 자리 잡았는지도 궁금해요.
선야
이 거리가 너무 예뻤어요. 바로 앞이 큰 사거리라 오가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았고요.
재이스 저는 고향의 거리와 많이 닮은 점이 좋았어요. 큰 빌딩이 없고 조용하고 여유로운 바이브가 있거든요. 산책하는 사람도 많고요. 가게 내부로 빛도 잘 들어와서 마음에 딱 들었어요. 햇볕이 잘 들어오는 건 정말 중요해요.(웃음)
 
디저트 숍을 열기 전까지의 여정도 궁금해요.
선야 2007년에 한국에 돌아와서 전공을 살려 패션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어요.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웃음) 한국의 회사는 결코 느슨하지 않잖아요. 그 이후엔 아이들이 사용하기 좋은 실리콘 물병 *밸리팝 사업도 했고, 코로나 직전엔 중구 퇴계로에서 카페도 운영했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지만요. 루프톱이 딸린 3층 규모의 건물이라 카페 겸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아티스트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거나 루프탑에서 공연을 열고 DJ를 초빙해 파티도 자주 했죠. 공간의 향부터 사운드, 조명까지 모든 부분을 일일이 큐레이션하면서요. 예술과 관련된 일을 끊임없이 해왔다고 보시면 돼요.
재이스 저는 김중만 사진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선야가 앞서 말한 일들도 함께 했고요. 지금도 가게 일과 육아를 제외하면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뮤직 비디오도 만들고요. 저희 둘 다 정말 다양한 일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무엇이든 다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웃음)

여행 좋아하나요?

재이스 너무 좋아하죠. 코로나 기간에는 맛 여행을 즐겼어요. 모로코에 가고 싶을 땐 모로코 식당을 찾아가고, 태국이 가고 싶을 땐 태국 음식점을 찾아가는 식으로요. 마치 방방곡곡을 여행하듯 미식 기행을 다녔죠.

여행지에서도 현지 디저트에 관심이 많겠어요.
재이스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때론 디저트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일부러 영감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돌아다니진 않고요, 그냥 즐기죠. 요즘엔 한국에서도 세계 각국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지만, 현지에서 맛보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특정 디저트를 떠올리면 그걸 맛본 여행지와 그곳에서의 시간 속으로 되돌아가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여행지, 앞으로 여행해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재이스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지는 태국의 꼬 란타(Lanta koh)요. 태국 남단의 섬인데, 해변의 해먹에 누워 쉬면서 아름다운 바다를 마음껏 보고, 작은 레스토랑에서 꿀을 입힌 바나나 디저트를 먹었는데 정말 좋았죠. 선야와 함께한 첫 여행이라 더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든 상관없어요. (웃음) 여행하고 싶지 않은 나라가 한 곳도 없으니까요. 갈 수만 있다면 정말 모든 곳을 여행해보고 싶죠.

앞으로의 목표나 재미있는 계획이 있나요?
재이스 가장 큰 목표는 더 많은 디저트를 소개하는 거예요. 선야와 저의 노스탤지어를 담은 디저트 말이죠. 그 다음엔, 시작 단계지만 디저트 & 비스트로로 발전해 나가고 싶어요. 한우 지방 프라이나 남아공 미트파이 등 어린 시절에 많이 먹던 음식을 선보이려고 준비 중이에요. 맥주도 함께 팔고요. 원래 단짠단짠이 최고의 조합이잖아요. (웃음) 아주 흥미로운 이벤트도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힌트를 드린다면, 다 함께 한 식탁에 모여서 즐겁게 음식을 나누는 시간이 될 거예요. 그런 이벤트를 통해 음식을 즐기는 방식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음식과 상호작용하는 또 다른 방식을 찾아가는 거죠. 어쨋든 새로운 걸 시도하고 도전해본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