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합정동 멕시코 음식 맛집 살사리까

Little Mexico in Seoul
서울의 작은 멕시코, 살사리까

멕시칸 음식점이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살사리까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멕시코에서 요리를 배우고 곳곳을 누비며 현지의 맛을 탐험한 주인장이 음식을 통해 멕시코의 소울을 전하는 곳이니까

살사리까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멕시코 현지 음식을 선보이는 가게입니다. 더불어 멕시코 문화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음식뿐 아니라, 매장 음악과 공간에도 멕시코의 분위기를 많이 녹이려고 합니다.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출신이고요.  

멕시코와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해요.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1년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 성수동에 자리한 구스토타코라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거기서 처음 멕시코랑 인연을 맺었다고 할 수 있죠. 그때 멕시칸 푸드의 매력을 알게 돼서 타코 트럭을 2년 정도 운영하다가,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져서 멕시코에 갔어요. 현지에서 요리 학교를 다녔죠. 자연스럽게 멕시코에 대한 애정이 커져서 멕시코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금도 멕시코를 자주 찾곤 해요.

멕시코의 요리학교는 어땠나요?

대부분의 요리학교가 멕시코시티에 모여 있어요. 요리학교 과정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저는 단기 과정을 수료했어요. 지역별로 특색있는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도 많이 찾아 듣고, 현지 시장을 방문해서 다양한 식재료에 대해 공부도 했죠.

멕시코시티를 제외하고 미식으로 유명한 지역이 있다면요?

오악사카(Oaxaca)나 과달라하라(Guadalajara)도 미식으로 유명한 도시예요. 맛집도 많고 미식이 발달해서 요리를 배우기에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살사리까에서 선보이는 멕시코 요리는 어떤 게 있나요?
멕시코 요리 중에서 한국에서 덜 알려진 음식 위주로 선보이고 있어요. 한국인의 입맛과 현지식의 간극을 좁히고 싶어서 시작한 메뉴가 엔칠라다 베르데스(Enchiladas verdes)예요. 한국에서 엔칠라다를 파는 식당은 많지만 대부분 멕시코에서 파는 엔칠라다랑 너무 다르거든요. 특히 초록 살사가 올라가는 엔칠라다 베르데스는 저희가 최초로 선보였어요. 멕시코 요리에 사용되는 식자재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살사와 콩인데요, 한국에선 콩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재료라 사용하지 않는 식당도 많은데, 멕시코 음식은 콩을 빼고 만들 수 없어요. 고수도 마찬가지고요. 호불호가 강한 식재료를 적극 사용하는 한편, 최대한 한국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음식 고유의 풍미를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살사리까’라는 이름에 담긴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스페인어로 ‘맛있는 살사’라는 뜻이에요. 예전에는 살사를 다루는 식당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해봐야겠다 싶었죠. 사실 멕시코에서도 네 가지 살사를 다 주는 곳이 거의 없어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일단 적극적으로 소개해 보자는 생각입니다.
 
멕시코 요리에서 살사는 어떤 존재인가요?
우리나라의 고추장, 간장, 된장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없어선 안 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죠. 살사, 토르티야, 고기 이 세 가지가 멕시코 요리의 근본 요소이기 때문에 살사 없이는 멕시코 요리라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해요. 멕시코 현지에선 어딜 가든지 살사가 테이블에 놓여 있고, 현지인도 모든 음식에 곁들여 먹어요.

그럼 살사리까에선 어떤 살사를 만드나요?
살사 베르데(Salsa Verde), 살사 로하(Salsa Roja), 살사 치포틀레(Salsa Chipotle), 살사 마차(Salsa Macha), 이렇게 네 가지를 만들고 있어요. 가장 기본적인 살사 베르데랑 살사 로하는 스페인어로 녹색 소스, 빨간색 소스라는 뜻이에요. 베르데는 우리나라 청양고추와 비슷한 세라노 고추(Chile Serrano)와 토마티요(Tomatillo)라고 하는 녹색 토마토로 만들고요. 로하는 빨간 토마토랑 콩, 건고추 등을 사용해서 만들어요. 살사 마차는 중식에서 주로 사용하는 고추기름 같은 것으로 만들죠. 멕시코에는 고추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으므로 어떤 고추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살사를 만들 수 있어요. 하바네로(Habanero)라고 불리는 아바네로가 들어가면 살사 아바네로, 훈연한 할라피뇨가 들어가면 살사 치포틀레가 되는 거죠.

한국에서 멕시코 음식을 다룰 때 고민했던 지점이 있다면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이 찾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현지의 맛 그대로 만드는 게 과연 한국 사람의 입맛에도 맞을까 라는 고민이 가장 컸어요. 고맙게도 많은 손님이 좋아해주세요. 미국에서 멕시코인이 만든 음식을 경험해 본 분들이 그 맛을 그리워하며 찾아주시기도 하고요. 현지인뿐 아니라 남미 교포분들도 많이 찾아오고요. 요즘엔 내가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싶어서 걱정이 많이 줄었어요.
 
정통 멕시코 요리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조합은?
정답은 없어요. 다만 더 잘 어울릴 만한 조합이 있긴 해요. 양념이 많이 된 고기는 살사 베르데가 잘 어울리고요, 카르네 아사다(Carne Asada)처럼 구운 고기 요리는 살사 로하와 궁합이 잘 맞죠.

멕시코 요리를 먹을 때 알아야 할  식사 매너가 있다면요?
현지에선 타코를 나이프로 썰지 않아요. 나온 그대로 손으로 들고 먹죠. 나이프로 잘라 먹지만 않는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드시면 돼요. (웃음)

오르차타, 미첼라다같이 생소한 이름의 마실 거리도 보이네요. 멕시코인들이 즐겨 마시는 건가요?
미첼라다(Michelada)는 현지에서 제일 많이 마시는 칵테일이에요. 쿠바나 인근 국가에서 영향을 받은 모히토나 피나콜라다와 달리 미첼라다는 오직 멕시코에서만 마셔요. 처음 접하면 괴식으로 보일 수도 있어요. 클라마토(Clamato)라고 하는 조개 국물이 들어간 토마토 주스에 타바스코를 섞고 거기에 맥주를 넣어 마시거든요. 그래서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먹어본 적 있는지 먼저 물어보곤 해요. 오르차타(Horchata)는 쌀과 계피 등으로 맛을 낸 멕시코 전통 음료인데요, 살사리까의 오르차타를 맛본 멕시코 분들의 말에 따르면 현지보다 맛있다고들 하더라고요. (웃음)

앞으로 살사리까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멕시코 요리가 있나요?

가르나차(Garnachas)라고 하는 요리가 있어요. 타코와 비슷한데 형태가 훨씬 자유로워요. 토르티야를 기름에 튀겨서 만드는 요리를 총칭하거든요. 살사리까에서 소개한 고르디타도 가르나차 중 하나예요. 가르나차를 소개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지금도 메뉴가 많은 편이라 아마 다른 매장을 열게 되면 선보일 것 같아요.
 
가장 인상 깊었던 멕시코만의 문화가 있나요?
가족 문화가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멕시코의 가족 규모가 훨씬 크고,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분위기예요. 농담도 격의 없이 하더라고요. 물론 어느 정도 선이 있겠지만 확실히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심한 욕이나 농담을 친근히 주고받는 모습도 자주 봤거든요.

멕시코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나 장소가 궁금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오악사카를 정말 좋아해요. 원주민 문화가 남아 있는 곳인데요, 지명에서도 아즈텍 문명에서 사용하던 언어의 영향을 엿볼 수 있죠. 예술의 도시기도 하고요. 오악사카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린대요. 그래서인지 벽화도 많고, 직접 그림을 그린 티셔츠를 파는 노점도 많더라고요. 실제로 멕시코 예술가 중에 이곳 출신이 많아요.
오악사카에 가면 되도록 오래 머무르길 추천해요. 차를 렌트해서 주변 지역을 돌아다녀도 좋고요. 미식도 굉장히 발달해 있는데, 특히 초콜릿으로 만든 몰레(Mole)는 꼭 맛봐야 해요. 몰레의 출생지는 아니지만 오악사카에서 발전한 음식이거든요. 몰레 전문점도 쉽게 찾을 수 있고, 편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야외 공간도 굉장히 많아요. 이색적인 경험이 될 거예요.

몰레라는 음식은 처음 들어봐요. 식당도 한 군데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초콜릿이 들어간 살사 같은 건데 멕시코 사람들이 진짜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마치 한국인에게 청국장처럼 처음 맛보면 “뭐 이런 게 있지?” 하는데 먹다 보면 빠져들죠. 기억에 남는 곳은 로스 파코스(Los Pacos)라는 식당이에요. 카타 드 몰레(Cata de moles)라고 시식용으로 7종류의 몰레를 맛볼 수 있어요. 직접 먹어보고 취향에 맞는 걸 주문하면 돼죠. 저는 몰레 베르데랑 몰래 콜로라도를 먹어봤는데, 굉장히 맛있었어요. 오악사카를 방문하게 되면 꼭 가보세요.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재미있는 계획이나 목표가 있나요?
멕시코 음식 문화는 셰프의 문화가 아니고 길거리 문화예요. 길거리에서도 할머니들이 하는 음식이 제일 맛있죠. 한국에선 멕시코 음식을 힙한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멕시코 요리를 과대 포장해서 소개하는 것에 조금 거부감이 들어요. 제 생각엔 소박한 게 더 어울리거든요. 그래서 스티리트 푸드 스타일로 멕시코 요리를 선보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스탠딩 바 같은 곳에서 주문 들어오는 즉시 토르티야를 굽고 음식을 내어주면 그 자리에서 먹고 가는, 그런 느낌으로요. 마치 동네 시장에서 족발 삶듯이. 멕시코 길거리 음식 문화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게 일단 가장 큰 목표인 것 같습니다.
 
  • 매거진
  • 트래블
  • 생태 여행지
  • 충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