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from Chubu Fukui-ken International Airport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에서 어디까지 가 봤니? - 2편. 이나미 마을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은 일본 중부 지역의 관문이다. 나고야가 자리한 아이치현(愛知県)을 중심으로 기후현(岐阜県), 나가노현(長野県), 도야마현(富山県), 후쿠이현(福井県)까지, 혼슈섬 중부 내륙과 북알프스 지역을 두루 연결한다. 대중교통으로 10분 거리의 반나절 나들이부터 차로 3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 장거리 여행까지, 공항을 기점으로 각양각색의 여정을 즐겨보자.
- 글 표영소
- 사진 정수임
- 코디네이터 박성희(인페인터글로벌)
- 취재 협조 나고야 중부국제공항
도야마현 난토시(南砺市)의 작은 마을 이나미는 고요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세계적인 여행 매거진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에서 선정한 ‘2025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장소’ 중 하나로 뽑혔을 정도다. 인적 없는 한낮의 요카마치도오리(八日町通り, 즈이젠지 앞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상점가)를 걷다 보면 이 소식이 담긴 포스터를 자랑스레 붙여 놓은 상점이 여럿 눈에 띤다. 마을의 적막을 깨는 유일한 소음은 나무 망치와 조각도가 내는 소리라는 말은 과장이 아닌 듯하다. 일본 전통 목공예의 고장. 이 수식어는 25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나미 마을 앞에 따라붙는다. 길의 끝자락에 자리한 즈이젠지(瑞泉寺)가 바로 그 역사의 시작점이다. 14세기 창건한 이후 전쟁과 화재를 겪으면서 사찰 복원에 필요한 목공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18세기 중반 발생한 대화재로 절이 전소되면서 절정에 이른다. 교토에서 파견된 당대 최고의 목조각 장인들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독자적인 목공예 예술이 꽃피기 시작한 것. 용 조각을 새긴 정문부터 호쿠리쿠(혼슈 북서부) 지역 최대의 목조 건축물인 본당, 정교한 처마 장식이 감탄을 자아내는 다이시도(太子堂)까지, 즈이젠지는 화려하고 정교한 일본 목조각 기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오늘날 인구 약 8,000명의 이나미 마을에는 200여 명의 목조각 장인이 있다. 사찰 인근에 자리한 목공예 상점과 공방에선 은은한 나무 향과 조각도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온다. 물론, 현대 목공예는 불교 조각에 국한되지 않는다. 거리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앙증맞은 고양이 조각들만 봐도 그러한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한편, 베드앤드크래프트(Bed and Craft)는 마을의 전통 공예를 ‘숙박과 체험’으로 활용한다. 독채형 숙소 6채로 이루어진 마을 호텔로, 빈집을 리노베이션하고 지역 예술가와 협업해 탄생했다. 목조각가, 도예가, 옷칠 공예가 등 한 명의 예술가가 온전히 맡아 꾸민 각 숙소는 하나의 작품이자 갤러리. 한마디로 숙소마다 전혀 다른 경험이 기다린다는 의미다. 투숙객은 머무는 동안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가 진행하는 워크숍에 참여하거나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 마을의 불상 조각가로, 베드앤드크래프트와 협업해 숙소 텐네(TenNE)를 꾸민 이시하라 요시사다(石原良定)는 인구가 줄고 있는 마을에 숙박 시설이 생기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해 좋은 일이라 생각해 이 프로젝트에 흔쾌히 참여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여기던 나이 지긋한 장인들도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
베드앤드크래프트는 마을의 빈집을 활용하는 지역 재생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첫 번째 숙소를 오픈한 이후 80여 개의 빈집이 상가나 사무실로 탈바꿈했다. 로스터리 카페 하이츠 커피(Haiz Coffee), 일주일에 단 3일만 여는 동네 빵집 쿠보타(Kubota), 지역 재료를 활용해 특색 있는 맥주를 마드는 로컬 크래프트 브루어리 낫브루(NAT.BREW) 등 지역 상인들과의 협업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지역 커뮤니티를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마을 호텔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일 테니 말이다.
와인 마스터가 만드는 사케, IWA 양조장
사케 애호가라면 호기심을 가질 법한 양조장이 도야마현 북부, 다테야마(立山)에 자리해 있다. 돔 페리뇽의 5대 셰프 드 카브(chef de cave)였던 리샤르 지오프루아(Richard Geoffroy)가 설립한 IWA의 양조장이다. 산기슭에 펼쳐진 논과 밭 사이에서 자로 잰 듯 딱 떨어지는 모던한 지붕을 얹은 거대한 먹색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지은 첫 번째 양조장으로, 이곳 지명을 그대로 가져와 시라이와(白岩)라고 불린다. 일본의 산과 바다, 논을 모두 볼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도야마 내 10여 곳의 후보지 중 시라이와가 최종 낙점됐다고.
‘이와 5(IWA 5)’라는 이름을 내건 IWA의 사케는 전통적인 사케 제조 방법과 함께 와인의 블렌딩 기법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주조용 쌀 3종류와 효모 5종을 블렌딩해 사용한다. 그러니 IWA의 사케 종류를 구분하기 위해 아삼블라주(Assemblage)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10월부터 3월까지 사케를 빚고 나면, 4~5월에는 블렌딩, 6~8월에는 보틀링 작업이 이어진다. 이후 1년 반 정도 병내 숙성을 거쳐 판매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케의 맛은? 섬세하면서도 균형 있는 맛과 향, 깔끔한 마무리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부드러운 질감은 다테야마 산맥의 350미터 지하에서 끌어올린 지하수의 역할이다.
아쉽게도 IWA는 일반인에게 양조장을 개방하지 않지만, 이 지역을 여행 중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봐도 좋겠다. 시라이와의 자연 속에 고고하게 서 있는 구마 겐고의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 큰 감흥이 일 것이다.
‘이와 5(IWA 5)’라는 이름을 내건 IWA의 사케는 전통적인 사케 제조 방법과 함께 와인의 블렌딩 기법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주조용 쌀 3종류와 효모 5종을 블렌딩해 사용한다. 그러니 IWA의 사케 종류를 구분하기 위해 아삼블라주(Assemblage)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10월부터 3월까지 사케를 빚고 나면, 4~5월에는 블렌딩, 6~8월에는 보틀링 작업이 이어진다. 이후 1년 반 정도 병내 숙성을 거쳐 판매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케의 맛은? 섬세하면서도 균형 있는 맛과 향, 깔끔한 마무리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부드러운 질감은 다테야마 산맥의 350미터 지하에서 끌어올린 지하수의 역할이다.
아쉽게도 IWA는 일반인에게 양조장을 개방하지 않지만, 이 지역을 여행 중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봐도 좋겠다. 시라이와의 자연 속에 고고하게 서 있는 구마 겐고의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 큰 감흥이 일 것이다.
북알프스 산자락에서의 온천욕, 오쿠히다 온천 마을
도야마현과 기후현, 나가노현에 걸쳐 있는 히다 산맥(飛騨山脈)은 일본 3대 알프스 중에서도 가장 험준한 북알프스에 속한다. 오쿠히다(奥飛騨)는 이름 그대로 히다 산맥 남쪽 깊숙한 곳, 해발 1,000미터 전후의 고지대에 자리한 온천 마을이다. 5개의 온천지 히라유(平湯), 후쿠지(福地), 신히라유(新平湯), 토치오(栃尾), 신호타카(新穂高)로 이루어져 있는데, 강과 계곡을 따라 50여 개의 노천탕이 흩어져 있어 청정 자연 속 사계절의 매력을 느끼며 느긋한 휴양을 즐길 수 있다. 원천의 수량이 풍부하고 온천마다 수질이 다양해 ‘온천 순례자’를 위한 최고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온천 마을의 관문이자, 가장 규모가 큰 히라유에 들어서면 호시노 리조트 카이 오쿠히다(Hoshino Resorts KAI Okuhida)가 반긴다. 작년 가을 새로 문을 연 따끈따끈한 료칸이다. 기후현에선 최초로 선보이는 호시노 리조트의 카이 브랜드 료칸은 오늘날 기후현 북부에 해당하는 히다 지역의 전통과 장인 정신을 잇는 전통 히다식 숙소를 콘셉트로 한다. 주변 자연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한 건물부터 현지 목재로 제작한 마게키(曲木, 나무에 증기를 가해 곡선 형태로 만드는 기술로, 100년 전 독일에서 전파돼 히다 지역의 목공예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가구와 공예품으로 꾸민 실내 인테리어, 히다규를 비롯한 지역 특산물과 제철 식자재로 계절마다 새롭게 구성하는 가이세키 코스 요리와 히다 공예 체험까지, 머무는 동안 경험하는 모든 것이 세심하게 이 지역의 문화와 연결돼 있다. 객실동, 대욕장, 라운지가 들어선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돌과 나무 등 자연 재료를 활용한 야트막한 울타리를 쌓고 오솔길과 안뜰을 조성해 마을 안 또 하나의 작은 마을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온천 마을의 관문이자, 가장 규모가 큰 히라유에 들어서면 호시노 리조트 카이 오쿠히다(Hoshino Resorts KAI Okuhida)가 반긴다. 작년 가을 새로 문을 연 따끈따끈한 료칸이다. 기후현에선 최초로 선보이는 호시노 리조트의 카이 브랜드 료칸은 오늘날 기후현 북부에 해당하는 히다 지역의 전통과 장인 정신을 잇는 전통 히다식 숙소를 콘셉트로 한다. 주변 자연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한 건물부터 현지 목재로 제작한 마게키(曲木, 나무에 증기를 가해 곡선 형태로 만드는 기술로, 100년 전 독일에서 전파돼 히다 지역의 목공예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가구와 공예품으로 꾸민 실내 인테리어, 히다규를 비롯한 지역 특산물과 제철 식자재로 계절마다 새롭게 구성하는 가이세키 코스 요리와 히다 공예 체험까지, 머무는 동안 경험하는 모든 것이 세심하게 이 지역의 문화와 연결돼 있다. 객실동, 대욕장, 라운지가 들어선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돌과 나무 등 자연 재료를 활용한 야트막한 울타리를 쌓고 오솔길과 안뜰을 조성해 마을 안 또 하나의 작은 마을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히라유 온천은 나트륨과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을 함유한 탄산수소염천이라, 피부 미용과 혈액순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카이 오쿠히다에 머무는 동안 실내탕과 노천탕을 갖춘 대욕장, 객실 전용탕, 야외 족욕탕 등에서 다양한 온천 경험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계곡물 소리와 안개 낀 신비로운 산자락을 배경으로 즐기는 족욕은 이곳의 매력이 가장 극대화되는 순간일 것이다. 마을 공공 노천탕 히라유노유(平湯の湯, 여름철 6am~9pm, 겨울철 8am~7pm)가 도보 2~3분 거리에 자리해 있는 것도 장점. 불투명한 황톳빛 온천수가 특징이고 요금함에 직접 돈을 넣고 자율적으로 이용하면 되는데, 샤워시설이나 수건, 목욕용품 등이 구비돼 있지 않은 소박한 마을 노천탕이기 때문에 카이 오쿠히다 투숙객에게 특히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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