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퍼스 지구닦는사람들

WIPERTH : We Wipe Earth
뛰는 너를 응원해! 쓰레기 없는 지구를 응원해!

플로깅 모임에서 시작해 법인으로 성장한 지구닦는사람들은 마라톤 현장에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를 조명하며, 작년에 첫 쓰레기 없는 마라톤 ‘무해런’을 열었다. 달리는 기쁨이 만든 반짝이는 땀방울만큼 이 지구의 미래 역시 밝게 빛날 수 있도록.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의진: 안녕하세요. 비영리 사단법인 지구닦는사람들에서 상근직으로 일하는 활동가 ‘룰루’라고 합니다! 지구닦는사람들이 작은 모임이었던 초창기에 함께 쓰레기 주운 인연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어요.
희주: 안녕하세요, 지구닦는사람들 닦꾼 김희주라고 합니다. ‘도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대학생 때 쓰레기산 다큐를 보고 환경에 관심을 갖게 돼  닦원(지구닦는사람들 구성원)이 되었고, 지금은 룰루님과 같이 일하고 있어요. 
 
지구닦는사람들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현재 지구닦는사람들의 모임장인 닦장님(황승용 님)이 2020년 3월에 ‘와이퍼스(WIPERTH)’라는 이름의 플로깅 모임을 만들었어요. 와이퍼스는 닦는 사람’(wiper)과 ‘지구’(earth)의 합성어예요. 처음엔 4명이 모여서 쓰레기를 주웠는데, 이후 10명, 20명, 100명으로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지금은 수백여 명의 구성원이 함께하는 어엿한 법인으로 성장했어요.

닦꾼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느낀 플로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의진:
무념무상이요. 특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때 닦원들과 수다 떨면서 쓰레기를 줍다 보면 그 행위에 집중하게 되면서 머릿속이 싹 비워집니다.
희주: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길가도 플로깅을 하면 더 자세히 보게 돼요. “여기에 이런 쓰레기가 있었네?” “이런 쓰레기는 왜 버려져 있지?” 같은 인식을 하게 되고, 나아가 나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스스로의 생활까지 돌아보게 되는 거 같아요.
 
무해런은 플로깅과는 또 다른 방식의 실천으로 보여요. 러닝과 환경을 연결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에코런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닦원이 있는데요. 텀블러를 들고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완주하고 나서 인증 사진과 함께 현장에서 목격한 쓰레기 사진들을 보내주셨어요. 마라톤 대회에서 그렇게 많은 양의 쓰레기가 버려지는지 그때 처음 알게 됐죠. 달리는 길에 버려진 종이컵과 체온 유지를 위해 잠깐 입고 벗은 우비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 닦원들 모두 충격에 휩싸였던 것 같아요. 거기서 무해런이 시작됐어요. 닦원들이 먼저 문제의식을 가졌고, 이후에 저희가 시민단체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거죠.

무해런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무해한 러닝 문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듣고 싶어요.  
지속 가능한 마라톤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2023년부터 ‘무해런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그 해 9월 선사마라톤 대회에서 국내 최초 다회용컵 급수대를 선보이고, 일회용 종이컵을 다회용컵으로 대체했습니다. 이후 JTBC 마라톤, 긍정하프마라톤에서도 다회용컵 급수대를 도입하면서 당해 3만 여개의 일회용컵 쓰레기를 절감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직접 주최한 ‘2025 무해런’에서는 종이컵 외에 *다른 부문에서도 쓰레기를 줄이는 시도를 해볼 수 있었죠. 

무해런 마라톤 현장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의진: 이른 주말 아침부터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스트레칭을 하던 순간을 잊지 못해요. ‘우리가 하려는 일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많구나, 무해한 러닝 문화를 정말 알릴 수 있겠구나’ 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어요.
희주: 쓰레기가 정말 없다는 것! 무해런 준비를 위해 다른 마라톤 대회에 답사를 다니며 수많은 쓰레기를 목격했어요. 일회용 우비부터 짐 보관 비닐, 종이 컵, 기록칩 등… 그 모든 게 그 순간만을 위해 제작되고 버려지는 ‘일회용’이었고요. 무해런 현장에는 그런 쓰레기가 없다는 점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일회용품은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것, 마라톤 대회에서도 무해한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2025무해런에서 나온 쓰레기는 대형 현수막 한 장이 전부. 쇼핑백과 옷핀, 박스 등 대회 운영에 필요 자원은 시민들에게 기부 받은 물품을 재사용했다. 기록칩과 컵을 다회용으로 사용하고, 비닐에 포장된 간식 대신 뻥튀기에 도넛을 올려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2025 무해런 가이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마라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마라톤에 다회용컵을 도입하며 예상하지 못한 시행착오도 있었나요?
물론이죠. 2023년에 무해런 캠페인의 일환으로 국내 최초 다회용컵 급수대를 시도하고 나서 이듬해 대형 마라톤대회에서 급수대 협업 요청이 왔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진행을 결정했는데, 그 소식을 알리자마자 SNS에 불이 나기 시작했어요. 다회용컵이 낯선 러너에게는 컵 하나도 기록에 영향을 주는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한 거죠. 저희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았나 싶어요. 그 경험을 통해서 현장에 있는 러너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지금은 많은 러너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자문을 구하면서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작년에 이룬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한 가지를 꼽는다면요?
의진: 앞서 무해런 이야기를 해서가 아니라, 정말 무해런이요! 마라톤 대회에 관해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우리가 대회를 성료했다는 그 자체로 행복했습니다.
희주: 단연 무해런입니다. 몰입해서 준비한 만큼,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네요!

닦꾼으로 활동하며 특별히 애정하게 된 공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희주: 이태원에 자리한 알트에이라는 비건 중식당을 애정해요.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 보호 활동에 입문하게 된 거라 처음엔 비건까지 고려하진 못했어요. 많은 닦원을 만나며 비건 지향을 실천하게 되었고, 요즘엔 플로깅이 끝나면 다 같이 비건 식당을 방문하기도 해요. 맛있는 짜장면과 짬뽕부터 쫀득하고 바삭힌 튀김까지, 모두 비건이라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편안한 게 장점이죠. 비건이 아니어도 누구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랍니다.
의진: 저도 알트에이 너무 좋아해요. 한 곳 더 꼽자면, 이화여대 근처에 자리한 써니보울이라는 비건 식당을 참 좋아합니다.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갈 때마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시는 사장님과 채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만든 음식을 마주하면 지친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에요.
 
지구닦는사람들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닦원이 될 수 있어요. 지구닦는사람들 SNS(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수다닦’, 네이버 카페, 카카오채널 등 여러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에 활동 모집 소식을 올리고 있어요.  관심 있는 활동부터 차근차근 참여해보세요. 한 달에 한 번 지구를 닦는 **와이퍼스 데이부터 시민활동가 양성과정을 수료한 ‘끌닦’분들이 여는 동네 활동, 무해런 크루 정기런, 그리고 수도권 외 각 지부에서 주최하는 활동까지 다채롭답니다! 

요즘 지구닦는사람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환경 문제는 어떤 걸까요?
특정 주제를 언급하기보다는 일상 속 환경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 것 같아요. 오늘 방문한 식당, 카페 등 익숙한 공간이나 러닝 같은 취미 생활에서도 환경 문제를 인식할 수 있는 거죠. 환경 문제는 늘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더라고요. 

** 매월 둘째 주말에 진행되는 지구닦는사람들의 공식 행사.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부터 환경 영화를 보는 컬쳐데이, 해변청소 등 매달 다른 프로그램으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환경 실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시민들이 외롭지 않게 연대할 수 있는 장이에요. 기후위기로 인해 불안, 무력감 등을 느끼는 현상을 '기후우울증'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감정이나 고민을 나누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해요. 두 번째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해요. 환경 문제가 전지구적 문제이다 보니 자칫 멀게만 느껴지거나 무력감에 빠지기 쉽거든요. 작더라도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중요하게 생각해 무해런 응원닦원, ***끌닦 양성과정 등 시민이 주도해 변화를 이끄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올해는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지 궁금해요. 
작년에 이어 제2회 무해런 개최를 준비하고 있어요. 러닝이 워낙 유행이라 마라톤 장소 대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꼭 개최해서 더 많은 러너들과 함께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달 열리는 와이퍼스 데이 또한 보다 더 다양한 주제로 풍성하게 운영될 예정이에요. 크고 작은 활동을 통해 저희와 연결될 닦원분들을 기다릴게요~

*** 2024년부터 진행한 지구닦는사람들의 시민활동가 양성과정으로, 2년에 걸쳐 총 30명의 시민활동가를 양성했다. 끌닦은 '시민들의 실천을 이끄는 닦원'의 줄임말. 수료를 마친 끌닦은 단체 내에서 자유롭게 시민 참여를 독려하는 환경 활동을 이끌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