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탐조책방

Welcome to the world of Birding
어서오세요, 탐조의 세계로. 탐조책방 인터뷰

때론 생각치 못한 세계가 내 삶 깊숙이 들어와 일상을 바꿔놓기도 한다. 탐조책방 박임자 대표에겐 탐조가 그랬다. 코로나 시기에 아파트 단지 내 새를 관찰하는 아파트탐조단에서 시작해 지금은 탐조책방을 운영하며 새산책, 탐조여행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탐조의 매력을 알리는 그를 만나 탐조의 세계에 잠시 빠져보았다.

국내 유일한 탐조책방이라고 알고 있어요. 
‘도시에서 새를 만나다’라는 모토로 2021년에 문을 열었어요. 자연을 찾아 일부러 떠나지 않아도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얼마든지 새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담았어요. 2020년에 아파트탐조단을 시작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새가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고, 그게 저한테 굉장히 큰 울림을 주었어요. 아파트탐조단만으로는 탐조 인구를 늘려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탐조 책방을 운영하게 됐죠. 대중적으로 새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를 실행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탐조를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새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 탐조라는 용어도 몰랐어요. 새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었죠. 산에 가도 꽃이나 나무가 있는 풍경은 좋아하지만, 새소리는 특별히 의식해본 적이 없어요. 탐조를 하면 새소리를 들어야 되거든요. 처음으로 인식한 소리가 직박구리라는 새의 울음소리예요. 잠자기 전까지 거의 종일 떠벌떠벌 노래하는 새인데, 어떻게 그 소리를 평생 모르고 살았을까 싶어서  되게 충격적인 순간이었어요.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니 주변에 새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 동안 내 삶에 새는 없었구나, 머릿속에서 ‘띵’ 하고 종이 울린 듯했죠. 탐조책방을 운영하면서 그 때 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호천을 따라 책방까지 걸어오는 동안 처음 보는 새들이 많이 눈에 띄더라고요. 이 자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탐조책방은 원래 경기 상상캠퍼스에서 운영했어요. 임대료가 정말 저렴한 대신 3년까지만 머물 수 있어요. 운영한 지 3년 즈음 되어가니 탐조 인구를 늘리는 방향으로 문화 기획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방의 첫 번째 목표는 아까도 말했듯 ‘도시에서 새를 만나는 것’이었고, 두 번째가 탐조 인구 확대였거든요. 탐조를 경험해보면 누구라도 훨씬 더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텐데,  자연스럽게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될 텐데 싶으니까요. 지금의 이 자리는 지하철역에서 가까워서 접근성이 좋고요, 우리나라 탐조지 100곳 안에 드는 서호공원이 바로 앞에 있어서 선택하게 됐어요. 실제로 이곳으로 이전하고 나서 서울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의 비율이 훨씬 높아졌어요. 전보다 본격적인 탐조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커진 셈이죠. 책방 가운데를 비워두어서 강의나 강연로도 활용하고 있어요.
 
새산책이라는 이름으로 탐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요.
보통 쌍안경으로 새를 관찰하는 걸 탐조라고 하는데, 용어가 조금 낯설잖아요. 책방 이름을 탐조책방이라고 한 이유 중에 하나도 사람들이 탐조라는 단어를 궁금해하고 최소한 탐조가 무슨 뜻인지는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거든요. 탐조의 문턱을 낮추고 싶은데, ‘탐조’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너무 전문적인 느낌일 것 같아서 ‘새산책’이라는 쉬운 이름을 붙인 거예요. 외국에서도 탐조 활동을 버드 워크(Bird Walk)라고 부르곤 하거든요. 

수원의 탐조지는 어떤 곳들이 있나요? 
5~6년 전만해도 탐조를 계절성이 강한 활동으로 여겼어요. 겨울에 철새가 오면 두루미 보러 어디로 가고, 독수리 보러 어디 가고. 이벤트 같은 느낌이었죠. 저는 탐조를 일상 속으로 가져왔으니 사계절 내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네 곳의 장소를 선정해서 새산책을 진행했어요. 기존의 유명한 탐조지는 안 넣었고요. 일월저수지는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고, 봄이 되면 춤을 추고 새끼도 등에 업고 다니는 뿔논병아리라는 재미있는 새를 볼 수 있는 곳이에요. 그 다음으론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수원화성을 선정했는데, 의외로 새가 정말 많은 거예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정조가 우리나라에서 역대급으로 나무를 많이 심은 왕이래요. 여기에 더해 한때 서울대 농업대학 부지였던 경기 상상캠퍼스와 광교에 있는 소류지까지, 2년 가까이를 매주 한 곳 방문하며 새산책을 이어갔어요. 지금은 활동 횟수를 줄였지만, 옛날부터 참여해오신 분들과도 꾸준히 인연이 이어지고 있어요. 

새산책외에도 새와 관련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셨다고 들었어요. 
2021년부터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탐조뿐만 아니라 새를 그리고, 깎고, 뜨죠, 조류 박사님들을 모셔서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만나는 만남의 장도 많이 만들었고요. 새와 관련된 신권이 나오면 온오프라인에서 북토크도 열었어요. 오픈 초창기엔 코로나 시기였으니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행사를 많이 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탐조책방이 전국 단위로 알려지게 된 이유 중에 하나였을 것 같기도 해요. 
탐조인과 문화 기획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거네요.
제가 탐조인으로만 머물었으면 이런 기획은 못 했을 거예요. 사실 아파트 탐조를 시작한 순간 이미 다른 길로 들어선 거죠. 제 자신이 활동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아마추어의 관점과 전문가의 관점을 중간에서 아우를 수 있달까요. 탐조에 미치도록 몰두해본 경험도, 완전히 내려놓았던 경험도 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지점을 잘 알죠. 덕분에 어떤 주제로 강의를 기획하면 좋은 시너지가 나는지 알 수 있어요. 

2023년부터 탐조여행도 하고 있다고요. 탐조여행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요?
책방에 어린이하고 가족 손님이 굉장히 많이 와요. 특히 아이들 중에 아파트 내 탐조나 인공 새집 달기 같은 활동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중에 조류학자가 되겠다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어요. 그러면 아이들의 롤모델과 함께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 ‘조류학자를 꿈꾸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탐조여행’이 시작된거죠.

이달 초에 순천과 강진, 해남으로 다녀온 탐조여행은 어땠나요? 
우리나라에서 새 그림을 제일 잘 그리시는 이우만 작가님이 순천에 자리한 그림책 도서관에서 4월까지 전시를 해요. 그걸 계기로 이우만 작가님을 모셔서 함께 전시를 관람하고 설명도 듣는 자리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시작된 거예요. 이번 여행은 무엇보다도 눈에 대한 기억이 가장 강렬해요. (웃음) 첫날은 순천만에서 흑두루미를 봤고, 맹금을 보러 가기로 한 그 다음 날부터 눈이 정말 많이 왔거든요. 그럼에도 정말 보기 힘든 초원수리가 나타나서 난리가 나기도 했죠. 검독수리, 초원수리 모두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새들이라 아주 신나게 마무리가 됐어요.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 봤더니 다 눈으로 뒤덮여서 제대로 된 새 사진은 없더라고요. 탐조라는 게 자연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물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날씨에 관계없이 어떤 환경에서도 진행한답니다. 눈 오면 눈 오는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경험하는 거예요. 자기가 보고 싶은 새를 보는 게 탐조 여행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유일한 목적이죠. 안락하고 편안한 게 아니라 새를 많이 보는 것. 탐조 자체가 여행의 목표예요.
 
얘기를 들어보니 탐조책방은 단순한 서점을 넘어선 공간인 것 같아요. 
책방의 기능은 책방지기의 역할을 넘어 찾아오는 분들에 의해 결정되는 지점이 있어요. 여길 찾는 이들이 원하는 걸 따라가는 거죠. 어떻게 보면 최초의 탐조책방이 가진 모습은 치유에 가깝지 않을 까 해요. 제가 상담사로 일해서 그렇기도 하고요. 탐조를 하면 우울이 치유되기도 하거든요. 탐조를 치유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 계획하고 있는 일이나 앞으로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여태까지 탐조라는 키워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책방에도 집중을 해야 되지 않을까 해요. 책방 본연의 역할이 있잖아요. 독서 모임 같은 걸 해보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는 데 좀 더 집중해보려고 해요. 책을 한 권 내놓고 글을 거의 못썼거든요.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존의 프로그램을 조금 줄이고, 틈이 날 때마다 글 쓰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올해 LG상록재단과 함께 화담숲에서 새와 관련된 책으로 전시를 열게 되어서 그 작업도 내년까지 이어가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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