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자인에 위치한 우윳집. 목장에서 갓 짠 우유를 활용한 카페를 운영 중이다.

Fresh Milk from Farm to Cafe
목장 직송 우유 팝니다, 우윳집

목장에서 갓 짠 우유를 들고 매일 가게로 향하는 우승민 대표. 여섯 살 때부터 아버지의 목장에서 일손을 보태 온 그녀는 경산의 한적한 마을에 카페 ‘우윳집’을 열기까지 어떤 고민과 선택을 거쳐왔을까? 

요즘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통제’가 요즘의 키워드예요. 자칭, 타칭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왔는데, 자유롭다는 건 자신을 통제하지 않으면 쉽게 구제불능이 된다는 뜻이더라고요. 규율과 규칙을 싫어해서 틀에 갇히지 않은 생활을 하기 위해 지금의 직업을 선택했지만, 요즘은 그 어떤 조직보다 더 엄격한 규율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고 있어요. 그 결과 뿌듯한 하루를 보내기도 하지만 반성문을 쓰는 하루를 보내기도 해요. 시간과 지출 그리고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통제하고 있는데요. 전자기기 없이 보내는 저녁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의미 있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우윳집은 어떤 곳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우윳집은 아빠 목장에서 직접 짠 우유를 판매하는 가게예요. 우유만 팔면 아무래도 낯설게 느껴질 것 같아서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쉬운 카페로 시작했죠.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 덕분에 당시에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요. 지금은 우유와 커피 메뉴뿐만 아니라 요거트와 치즈도 함께 팔고 있어요.

경산시에 문을 연 이유가 있을까요?
매일 목장에서 우유를 가져와야 하니 목장과 멀리 떨어진 동네로 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면 소재지의 시골 마을에 가게를 열게 되었죠. 이름도 ‘우윳집’이고 처음엔 간판도 없이 시작해서 다들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고, 우유 대리점이냐고 물어보시곤 했어요. 젊은 사람이 시골에서 연 가게가 금방 망하기라도 할까 봐 걱정도 많이 하셨죠.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카페로 알고 오셨다가 ‘우유도 파네?’ 하면서 놀라거나, 우유를 사러 오셨다가 ‘커피도 팔아요?’ 하시는 경우도 여전히 있지만요. (웃음) 이제는 커피를 마시러 오는 손님보다 유제품만 사 가시는 손님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우윳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한 번도 자영업을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특히 카페를 열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고요. 원래 카피라이터가 꿈이었고, 광고 회사에 다니고 싶어 대학교에서 광고를 전공했어요. 대학생 때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처음 해봤는데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게 적성에 안 맞고 너무 힘들었죠. 그리고 도시보다는 자연과 가깝고 조용한 시골이 더 편하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렇게 뒤늦은 진로 고민을 하던 찰나에 아빠가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를 직접 살균해서 파시겠다고 1평 남짓한 작은 방을 계약하셨다는 거예요. 원래 피아노 학원 안의 여러 연습실 중 하나였어요. 가서 보니까 방 한 칸만 쓰기엔 아쉽더라고요. “여기서 카페 하면 되겠는데?” 하고 한 마디 던졌는데, 아빠가 한번 해보라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을 만큼 즉흥적인 시작이죠. (웃음) 무식해서 용감할 수 있었달까요?

우윳집에서 제로웨이스트 숍도 함께 운영 중이라고 들었어요. 원래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았나요?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았어요. 우윳집을 열 즈음 우연히 제로웨이트스숍을 운영하는 사장님 부부와 친해지게 되었어요. 함께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낙농업이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이미 우윳집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아빠는 목장을 운영하시는 상황에서 환경에 해를 덜 미치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게 한 편에 제로웨이스트 코너를 두었어요. 특히 지방에선 환경 보호나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기가 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문화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우유 포장도 친환경적으로 하고 싶어서 1.5리터의 델몬트 병에 담아서 팔았어요. 할머니들이 우유가 너무 무거워서 못 들고 가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름대로 타협을 한 게 파우치 포장이에요. 여유가 생기면 종이 팩으로 바꾸고 싶어요. 텀블러 할인도 제공하고, 손님들에게 종이 가방, 아이스 팩, 아이스박스를 기부받아서 사용하고 있어요. 소들이 뀌는 방귀를 조금이나마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웃음)
 
우유뿐만 아니라 요거트, 스트링치즈, 그래놀라를 비롯한 상품도 판매하고 계시죠. 소비자의 반응은 어떤가요?
원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요거트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식품 공부를 따로 한 적이 없어서  가당, 가향, 첨가물 같은 걸 고민하려니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우유에 유산균 말고는 아무것도 안 넣고 완전 무가당, 무첨가 요거트를 만들었어요. 안 달아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직접 구운 그래놀라도 반응이 좋고요. 카페에서 신메뉴를 낼 때도 마찬가지예요. 대단한 레시피를 개발한 것도, 손맛이 좋은 것도 아니거든요. 그저 원가 계산을 생략하고 재료를 팍팍 넣으니 맛있다고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1년 정도 운영하다가 처음 정식으로 유가공 교육을 받았어요. 거기서 스트링치즈를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이걸 만든다고 팔릴까?’ 하는 의구심도 컸는데 이번에도 다들 맛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염지를 안 한 스트링치즈인 ‘강아지와 함께 먹는 무염 뼈다구 치즈’도 잘 팔리고요. 강아지들이 엄청나게 좋아한대요. 소비자 반응은 늘 좋아요. 감사할 뿐이죠.

이 일을 하며 가장 힘든 점, 그리고 가장 재밌는 점이 궁금해요.
매장을 하루 종일 지키는 날이 가장 힘들어요.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만 힘든 줄 알았더니, 사실은 한 공간에 묶여 있는 걸 힘들어 하나봐요. 처음엔 마치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힌 것처럼 정말 힘들었어요. 오픈하고 반년 정도 지나 풀타임 직원을 고용했어요. 제 인건비도 제대로 안 나올 때였는데 말이죠. 이대로 하다가는 얼마 안 가서 제가 먼저 그만둘 것 같았죠.
가장 재미있는 건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거예요. 처음 가게를 준비할 때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기획하는 일이 재밌었어요. 오히려 가게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니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이 시시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성향인 것 같아요. 행사에 나가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콜라보를 하는 것도 좋고요.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재미있어요.
 
종종 아버지의 목장에서 투잡도 하신다고요. 목장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유치원 때부터 목장일을 했어요. 언니들은 관심이 없었는데 유독 저만 아빠를 따라 목장에 가는 걸 좋아했다고 해요. 초등학생 때는 집안일을 해서 용돈을 받았는데, 설거지가 500원이라면 착유는 3,000원이었거든요. 무려 6배나 높은 임금 때문에 목장 일을 자처하곤 했죠.
목장에서 가장 주된 작업은 착유예요.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하는데요, 소가 들어오면 젖을 깨끗하게 닦고, 착유기를 붙이고, 착유가 끝나면 소독하고 내보내요. 지금 있는 착유소가 50마리 정도 되니까 그 과정을 50번 반복하죠. 사료와 풀을 섞어 밥도 주고요. 아빠에게 조기교육을 받아 이른 나이부터 농기계를 운전했어요. 소똥을 치우기도 하고, 밭을 갈기도 하고, 사료를 옮기기도 해요. 계절이 바뀌면 우사 지붕에 올라가서 차광막을 치고, 수리할 게 있으면 보조 역할도 하고요. 일거리가 무궁무진해요. 가까이에서 보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무엇보다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는 게 제게는 가장 잔인한 부분이에요. 목장을 물려받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목장에서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반응이 좋아서 일부러 재미있는 일 없나 하고 기웃기웃 하는 편이에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플리마켓과 팝업에도 자주 참여하시는데요, 우윳집 운영을 비롯해 다양한 일을 병행하면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 같은 게 있을까요?
일단 지치지 않는 노하우는 없어요. 저도 굉장히 자주 지치는 편이거든요. 그저 지치고 회복하기의 반복인 것 같아요. 한 가지 일만 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여러가지 일을 병행하는 게 오히려 더 낫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우윳집을 운영하고 행사에 나가고 교육받으러 다니고 배달도 다니는 게 저랑은 잘 맞아요. 
한 가지 노하우라면, 취미를 열심히 즐기는 편이에요. 자영업을 하다 보면 일이 내가 되고 내가 일이 되는 순간이 있거든요. 의식적으로 일로부터 도망가는 시간을 가져요.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분야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일과 나를 분리하려고 노력해요. 일과 삶이 늘 잘 어우러지면 좋지만, 가끔 일이 싫어지면 내 삶도 싫어지는 때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두는 게 저의 비결이라면 비결이에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일상 얘기가 솔직담백해서 재밌었어요. SNS 계정을 운영하는 건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처음부터 인스타그램에 솔직한 이야기를 적은 건 아니었어요. 개인 계정과 비즈니스 계정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게 프로페셔널한 자세라고 생각해서요. 초반에 우윳집 계정은 가게 이야기, 제품 이야기, 행사 일정 등을 공지하는 용도로만 썼어요. 그러다 한 번은 가격 인상 공지 글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구구절절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안 달리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제 글이 진정성 있다고 느끼셨나봐요.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카피라이터라는 어릴 적 꿈을 어쩌면 우윳집을 통해 실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는 조금씩 더 솔직한 이야기도 하게 되고 우윳집과 우승민의 경계를 흐리는 글도 조금씩 쓰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응원하는 메시지도 많이 받고 더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거창한 브랜딩 전략은 아니었는데,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겹치며 나온 결과인 것 같아요. 플리마켓을 찾은 손님이 ‘우유는 관심 없는데 인스타를 보고 궁금해서 찾아왔다’고 이야기 해주시기도 해요. 우윳집 계정에 어디까지 솔직해도 되는지 여전히 고민스럽고 ‘이 이야기는 괜히 했나?’하면서 이불을 발로 차는 날도 많아요. (웃음) SNS 계정 운영은 어쩔 땐 즐겁다가도 어쩔 땐 하기 싫은 숙제 같아서 애증의 존재지만, 올릴 거 없는지 늘 두리번거리며 고민하는 과정이 꽤 재미있어요.

경산을 찾은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
분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산이 먼저 떠오르는데, 여행 가는 느낌으로는 팔공산 갓바위를, 나들이 가는 느낌으로는 골짜기에 있는 용산산성을 추천해요. 경산이 복숭아가 많이 나는 동네라 복사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맘때엔 반곡지로 산책을 가도 좋아요. 도심에서 가까운 임당동 고분군에 들어서면 순간 이동한 것처럼 넓고 푸른 들판이 펼쳐져서 걷기 좋고요. 대구나 청도, 아니면 포항이나 경주 등 인접한 도시에도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으니 함께 방문하면 더 풍성한 여행이 될 것 같아요. 아 참, 더위가 무시무시한 여름은 피해서 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올해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올해 우윳집의 목표는 ‘장사에서 사업으로 넘어가기’인데요.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해온 일이 참 많았거든요. 이제는 운영을 체계화하고 여러 업무의 매뉴얼을 만들어 서류화할 예정이에요. 작년에 조금 무리해서 창고 계약도 하고 우유 살균하는 기계도 한 대 더 들였어요. 키워놓은 규모에 걸맞은 내실을 다지고 싶어요. 결국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뜻이에요. (웃음) 앞으로의 사럽 확장 과제라면 아무래도 공장을 세우는 일일 텐데요. 아직 먼 얘기처럼 느껴져요. 작은 가공실에서도 할 수 있는 만큼 다 해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어요. 조금 답답한 듯 천천히 성장하는 게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목표는, 앞서 말했듯이 통제를 잘하는 거예요. 가게 운영 매뉴얼을 만드는 것처럼 제 일상에도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어요. 베테랑 매니저님 덕분에 가게에 오래 머물지 않아도 돼서 자유시간이 꽤 많은데, 그 시간을 어떻게 잘 통제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잘 짜인 하루일과 대로 움직이는 삶이 얼마나 근사한지, 매일매일의 작은 성취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최근에 깨달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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