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 보호강

A New Revolution in Culture and Cuisine, Uncovered in Cebu
필리핀 세부에서 발견한 문화와 미식의 새로운 흐름 Part.2

리드글

스스로 성장하는 커뮤니티
막탄 섬의 힐튼 항구(Hilton Port)를 미끄러지듯 출항한 방카(banka)는 바다를 헤쳐간다. 수평선 위로 섬들이 점점이 떠 있고, 커다란 뭉게구름이 하늘을 유영한다. 간조기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밑바닥까지 선명하다. 낮은 수심에 미로처럼 흩어진 뱃길을 찾아 항해하기를 약 1시간. 미니어처 같은 카오하나섬(Caohagan Island)에 다다른다.
동서로 약 300미터 길이의 환초 섬은 작은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막탄을 비롯한 주변의 섬들에 들이닥쳤던 개발 열풍은 먼 이야기. 600여 명의 주민은 인프라가 부족한 섬에서 느리게 살아가며 여행자와 교류한다. 새하얀 모래사장을 두른 작은 해변은 그야말로 낙원이다. 바다를 향해 십수 미터를 걸어가도 허리 아래에서만 물이 찰랑인다. 내가 섬이 된 듯한 묘한 기분이 올라온다. 섬 안쪽에서는 주민들의 전통 퀼트 공예품을 판매하고, 방문객을 위해 간이 음식점을 연다. 외지인이 떠나면 다시 조용해지는 곳에서 공동체의 담담한 일상은 아직 유효해보인다.
다시, 세부 시티에서 일찌감치 시동을 건 차량은 승합차와 SUV, 지프니와 트라이시클의 빡빡한 행렬을 요리조리 뚫고 나아간다. 약 3시간 만에 다다른 장소는 알로퀸산(Aloquinsan)의 보호강(Bojo River) 초입. 열대의 밀림 속, 지속 가능한 생태 관광 마을이 여기에 있다. 숲속의 짧은 트레일을 5분쯤 걸어 들어가 보호강의 나룻터에 발을 들인다. 어느새 등장한 마을 사람들은 경쾌한 선율과 율동으로 방문객들을 환대한다. 보호강은 마을 안쪽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약 1.4킬로미터 길이의 짧은 강인데, 이 강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 마을이 2021년 세계관광기구(UNWTO)의 ‘최우수 관광마을’에도 선정됐다. 필리핀에서 처음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지속 가능한 관광 사례였다.
보호강 리버 크루즈 프로그램은 환영식과 오리엔테이션, 크루즈 탑승의 차례를 밟는다. 강 어귀에 목조로 지은 리셉션 공간에서 먼저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된다. 보호강과 이곳에서의 여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순서. BAETAS 소속의 자마이라 알바라도(Jamaila Alvarado)가 자신감 넘치게 보호강을 소개한다. “친환경 여행이 지역 사회에 가져온 좋은 영향들이 아주 많습니다. 첫째는 수입이고, 둘째는 여성의 역량 강화입니다. 어부의 아내들이 이제는 가이드가 되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죠.” 2009년, 알로퀸산 지방 정부는 보호강이 지속 가능한 여행지로 발전하기를 바랐다. 어업과 농업의 불안정한 생계 기반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마을 내 400여 명의 지원자 중에서 52명이 지방 정부의 교육 과정을 이수했고, 친환경 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는 4개월간 교육을 받으며 땀과 피를 투자했습니다. 정부는 우리에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요. 이를 통해 현지 주민들의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보존과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이제 보호강은 지속 가능한 여행 모델을 완성했다. 관광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현지인의 급여는 물론 지역 무상 급식이나 의료 봉사에도 쓰인다. 부모 세대가 베어내어 듬성듬성했던 숲은 짙은 초록으로 뒤덮였다.
방카 형태의 보트에 올라 본격적으로 크루즈를 체험한다. 선착장부터 천천히 떠가는 배를 향해 마을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더니 금세 물속으로 다이빙해 들어가버린다. 맹그로브와 야자나무가 울창한 계곡 사이로 강이 슬그머니 굽이치고 있다.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함께 탑승한 가이드가 맹그로브 생태계와 조류,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 환경을 설명해준다. 강물에 내려앉은 윤슬은 맹그로브 나뭇가지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바다와 가까워질수록 보트 바닥의 투명 유리를 통해 산호와 열대어가 속속 나타난다. 세부섬과 네그로스섬 사이의 타논 해협(Tañon Strait)은 필리핀에서도 생물다양성이 높은 해역으로 꼽힌다. 누군가 갑자기 환호하면, 그건 바다거북을 발견했다는 소리다.
연안을 부유하던 보트는 보호강 상류로 다시 뱃머리를 돌린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때, 알바라도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친환경 여행은 홍보하는 게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 17년 동안 이곳을 찾은 모든 사람들이 친환경 여행자인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오직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자연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To See

아투아 미드타운
Atúa Midtown

세부 시티 중심부의 오래된 호텔 건물을 개조해 만든 복합 문화 공간이다. 팬데믹 이후 문을 닫았던 베버리 부티크 호텔(Beverly Boutique Hotel)을 숍과 카페, 갤러리, 공유 작업실 등으로 바꿨다. 이름인 아투아는 세부아노어로 ‘우리의 것’을 뜻하며, 커뮤니티 시설에 목말라 있던 세부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우리를 위한’ 거점으로 활용 중이다. 옛 호텔의 객실과 복도를 활용했기 때문에 각 매장의 면적은 크지 않지만, 창의성은 충분히 다채롭다. 공간은 규격화되어도 외관은 어느 하나 비슷한 게 없다. 각양각색의 설치물과 그래피티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피규어와 굿즈, 서적, 의류, 사진, 회화 등에서는 개개인의 취향과 시선이 돋보인다.
케네스 코본푸 쇼룸
Kenneth Cobonpue Showroom

세부 출신의 유명 가구 디자이너 케네스 코본푸의 거의 모든 작업을 볼 수 있는 곳. 브랜드의 본사 겸 쇼룸으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코본푸는 1970년대부터 세부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활약한 어머니의 뒤를 이어 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섰다. 라탄과 대나무, 아바카, 야자수 같은 전통 재료에 현대적 조형 언어를 접목한 그의 작업은 전 세계에 필리핀 공예의 탁월함을 알리는 중이다. 특히 세부 지역 장인들의 손끝에서 완성된 가구는 수공예 특유의 유기적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데, 라탄과 스틸 프레임으로 만든 요다(Yoda) 체어는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To Stay

래디슨 블루 세부
Radisson Blu Cebu

세부의 대형 쇼핑몰 SM 시티 세부(SM City Cebu)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막탄섬의 휴양형 리조트와는 달리 도심의 쇼핑몰과 비즈니스 지구를 오가기 좋다. 그랜드 볼룸, 야외 수영장, 스파 등 시설을 갖췄고,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페리아(Feria)와 더 로비 바(The Lobby Bar)는 다양한 스타일의 방문객을 편하게 포용한다.